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음악사를 움
직인 100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했던 음악계의 악동

카를로 제수알도

Carlo Gesualdo
요약 테이블
출생 1560년경
사망 1613년 09월 08일
국적 이탈리아
대표작 마드리갈 〈나는 고통 속에 죽어야 하네〉, 〈달콤한 내 인생〉 등

16세기 후반 최고의 마드리갈 작곡가로 꼽힌다. 오로지 성악곡에만 집중해 르네상스 시대 전통적인 마드리갈을 끊임없이 발전시켰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에로티시즘, 병적인 조울증이 범람하는 그의 음악은 동시대 다른 작곡가와 다르게 고뇌와 슬픔이 깃들어 있다.

카를로 제수알도는 1560년경 나폴리 베노사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나폴리와 제수알도에 영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음악회가 자주 열렸다. 제수알도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나타냈다. 몇 가지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고 작곡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1586년, 그는 나폴리에서 돈나 마리아라는 여성과 결혼했다. 유명 시인의 찬양을 받을 정도로 미인이었던 마리아는 제수알도와 결혼할 당시 이미 두 번이나 결혼한 전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제수알도와 결혼한 지 2년이 지나면서부터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안 제수알도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죽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아주 용의주도하게 일을 진행해 무장한 남자 두 명을 고용하고 침실의 자물쇠를 조작해 놓았다.

어느 날, 그는 사냥을 나가는 척했다가 곧바로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 침실에서 아내와 정부를 발견한 그는 고용인의 도움을 받아서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리고 남녀의 벌거벗은 시체를 밖에다 내놓았다. 시체 옆에 그들이 왜 죽었는지 설명해 주는 글을 써 놓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보도록 했다.

워낙 높은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제수알도는 살인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복이 두려워서 나폴리를 떠나 고향인 제수알도에 있는 성으로 피신을 했다. 1591년 남동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제수알도에게 '베노사의 공'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었다. 대를 잇기 위해 가문에서는 그에게 다시 결혼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신부인 레오노라 데스테는 페라라의 귀족 가문 출신 규수였다. 1594년 제수알도는 150명이나 되는 궁정 사람들을 끌고 페라라로 이사를 갔다.

페라라에서의 시간들은 제수알도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곳은 생동감 넘치는 문화의 중심지로 오브레흐트, 조스캥, 이작과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 페라라에는 완벽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악단도 있었다. 이곳에서 훌륭한 음악가들과 만나면서 그의 음악도 차츰 성숙해져 갔다. 페라라에서 제수알도는 처음으로 작품집을 출판했다.

야콥 오브레흐트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596년 그는 제수알도에 있는 자신의 영지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 중 제일 유명한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 마드리갈곡집과 후기 종교곡을 썼다. 혼자 떨어져 살면서 가정 음악회를 주관하던 이 시기에 음악은 그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

돈 카를로 제수알도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제수알도는 말년에 망상증에 걸려 수시로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휘말리곤 했다. 그는 하인 두 명을 고용해서 정기적으로 자기를 때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1631년에 세상을 떠났다.

음악적으로 볼 때 제수알도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문지방에 걸쳐 있던 국외자 같은 존재였다. 그는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 전통이란 다름 아닌 르네상스의 다성성악곡을 말한다. 그는 다성성악곡인 마드리갈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마드리갈은 음악적으로 매우 복잡했다. 그래서 고도로 숙련된 음악가들만이 연주할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19세기 음악학자들조차도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제수알도는 개척자이기도 했지만, 또한 보수주의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당시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모노디(통주저음 악기가 반주하는 성악 독창곡)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무대용 마드리갈을 작곡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악기 연주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오로지 성악곡에만 집중했다. 그가 성악곡에 집중한 것은 화성적으로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기에 성악곡이 기악곡보다 수월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제수알도는 모두 일곱 권의 마드리갈곡집과 서너 권의 종교성악곡집을 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옛 형식을 개척해 이제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지극히 높은 경지의 음악을 보여 주었다.

제수알도는 극단적인 감정을 지닌 가사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다. 사랑, 증오, 황홀, 자기 연민, 고통 등 모든 감정들이 동시에 들어 있는 곡을 썼다. 그는 이런 감정들을 표현하고, 가사를 음악적으로 해석하는 탁월한 방법을 개척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음악은 단순한 즐거움이기를 멈추었으며, 비로소 인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예술이 되었다. 그의 음악에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에로티시즘, 병적인 조울증이 범람하고 있다. 이것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을 얘기해 준다. 그의 음악에는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서는 볼 수 없는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가 깃들어 있다. 마드리갈의 가사는 고통, 슬픔, 죽음을 주제로 한 것이 많은데, 유명한 시인의 시가 아니라 삶의 애환을 직접 노래한 보통 사람의 시를 즐겨 사용했다. 제수알도는 날카로운 불협화음, 화음의 미묘한 변화, 극단적인 반음계와 자유분방한 리듬으로 특유의 고뇌와 슬픔을 그렸다.

그의 대표작 〈나는 고통 속에 죽어야 하네(Moro lasso al mio duolo)〉는 5성부의 마드리갈로 제수알도 음악의 특징인 반음계의 사용이 두드러진 곡이다. 제수알도는 자신의 음악에서 어두운 정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반음계를 자주 사용했다. 가사는 16세기 후반 널리 유행하던 시를 사용했다.

나는 고통 속에 죽어야 하네.
나를 다시 소생케 할 그녀.
아! 그녀는 내 생명을 앗아 가고 나에게 평안을 주지 않을 것.
오! 얼마나 불행한 운명인가!
그녀가 나에게 생명을 줄 수도, 죽음을 줄 수도 있다니.

가사에서 보이듯이 이 곡은 사랑의 고통을 노래한 것이다. 제수알도는 이 비통에 찬 영혼의 절규를 아주 날카롭고 예민한 화음과 신비스러운 반음계로 그렸다. 가사에는 '죽음'과 '삶'이라는 서로 대구를 이루는 단어가 나오는데, '죽음'에서는 템포가 느린 저음부의 반음계를 쓰고, '삶'에서는 리듬이 빠른 상성부의 온음계를 썼다. 의미상 서로 대응을 이루는 단어를 형식상 서로 대응을 이루는 음악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또 다른 마드리갈 〈달콤한 내 인생(Dolcissima mia vita)〉은 반음계와 돌발적인 리듬 등 제수알도 마드리갈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곡이다.

달콤한 내 인생. 당신은 왜 내가 그토록 원하는 평안을 주지 않는 겁니까?
당신은 내 불타는 욕망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를 볼 때마다 등 돌리고 가버리기 때문이지요.
맙소사!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거나 아니면 죽거나 둘 중 하나에요.

처음에는 화성적으로 진행하다가 중간부터 돌발적인 멜리스마가 출현한다. 마지막에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 'morire'를 반음계 기법으로 처리해 극단적인 세기말의 기교주의를 보여 주고 있다.

1611년, 제수알도는 마지막 마드리갈곡집을 냈다. 여기에 실려 있는 〈나는 떠나네 그리고 말 못하네(Io parto e non piu dissi)〉는 온음계 악구와 반음계 악구, 불협화음과 협화음, 화성적 텍스처와 모방적 텍스처, 느린 진행과 활발한 리듬 등의 뚜렷한 대조를 통해 시의 내용을 극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한 곡이다.

아! 바라건대 슬픈 애가로 내가 한탄하는 것을 절대로 멈추지 않기를!
나는 죽었지만 그 가련한 외침에 나의 소진해 버린 영혼이 돌아와 이제 나는 소생했도다.

이 곡에서 불협화음과 느린 템포, 반음계는 애인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 '소생(vivo son)'이라는 단어는 온음계로 처리해서 앞에 반음계로 처리한 슬픈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제수알도의 주요 작품들은 〈5성 마드리갈집〉, 〈5성 모테트〉, 종교곡 〈레스폰소리〉, 〈넨나의 마드리갈집〉, 〈6성 마드리갈집〉 등에 담겨져 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진회숙 집필자 소개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펼쳐보기

출처

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 저자진회숙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작곡가와 연주가를 망라하여 인류의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을 만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뿐만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펼쳐보기

전체목차
5. 낭만주의, 형식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음악 니콜로 파가니니, 초인적인 기교를 구사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독일 국민 오페라의 아버지 조아키노 로시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자와 해학의 달인 프란츠 슈베르트, 방랑자처럼 살다 간 예술가곡의 왕 가에타노 도니제티,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의 대명사 빈첸초 벨리니, 탁월한 선율미를 구사했던 카타니아의 꾀꼬리 헥토르 베를리오즈, 프랑스 낭만주의의 거장 미하일 글린카, 러시아 국민음악의 아버지 펠릭스 멘델스존, 삶의 행복을 노래한 음악의 낙천주의자 프레데릭 쇼팽, 낭만을 노래한 피아노의 시인 로베르트 슈만, 음악과 삶으로 시대를 대변한 진정한 낭만주의자 프란츠 리스트, 교향시를 창시한 피아노의 달인 주세페 베르디, 비극에 집중한 오페라의 소포클레스 리하르트 바그너,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연극광 샤를 프랑수아 구노, 우아하고 세련된 프랑스풍 오페라의 창시자 자크 오펜바흐, 시대를 풍자했던 샹젤리제의 앵무새 세자르 프랑크, 오르간 즉흥 연주의 대가 에두아르드 랄로, 스페인 정서를 노래했던 프랑스 작곡가 베드리히 스메타나, 체코 국민 오페라의 창시자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을 확장시킨 오르간의 대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왈츠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왈츠의 왕 요하네스 브람스, 낭만 시대를 살았던 고전주의자 알렉산드르 보로딘, 틈날 때만 작곡했던 일요일의 작곡가 샤를 카미유 생상스, 라틴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교양인 막스 브루흐, 종교적 심성을 노래한 온화한 낭만주의자 조르주 비제, 프랑스 사실주의 오페라의 선구자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독창성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한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러시아적 우수와 비장을 노래하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보헤미아 민족음악의 아버지 에드바르드 그리그, 노르웨이의 자연을 노래했던 북구의 쇼팽 파블로 사라사테, 바이올린을 위한 환상곡의 귀재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다채로운 음색을 구사했던 관현악법의 대가 가브리엘 포레, 밝고 순수한 프랑스 서정음악의 거장 에드워드 엘가, 영국 음악의 자존심을 회복시킨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 베르디의 뒤를 이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후고 볼프, 독일 예술가곡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곡가 이사크 알베니스, 스페인의 정서를 미묘한 피아니즘으로 구사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낭만주의 교향곡의 종착지 클로드 드뷔시,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근대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시와 오페라 작곡가 알렉산더 글라주노프, 러시아 근대음악의 아버지 얀 시벨리우스, 핀란드 국민음악의 아버지 에릭 사티,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 엔리크 그라나도스, 스페인 피아노 음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랴빈, 러시아 상징주의 음악의 시조 랠프 본 윌리엄스, 영국의 전원을 노래한 음악의 청록파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마지막 거장 구스타브 홀스트, 영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독창성을 가미한 작곡가 모리스 라벨, 깔끔하고 정갈한 프랑스적 감성의 소유자 마누엘 데 파야, 스페인 정원에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찾은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 음악의 풍경화를 그린 관현악의 시인
6. 20세기, 고정관념을 깨는 혁명적인 음악의 시대 레오슈 야나체크, 불륜의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기만성형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 조성을 파괴한 12음 기법의 창시자 찰스 아이브스, 치열한 실험정신의 소유자 벨러 버르토크, 민속음악에서 헝가리 음악의 길을 찾은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20세기 음악의 혁명가 졸탄 코다이, 헝가리 음악교육의 아버지 안톤 베베른, 쇤베르크 악파의 중심인물 알반 베르크, 교조주의를 거부한 낭만적 모더니스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전통과 혁신의 가교 역할을 한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 끊임없이 변화의 길을 모색한 탐험가 조지 거슈윈,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 서부 개척 시대를 노래한 음악의 카우보이 호아킨 로드리고, 스페인 로맨티시즘의 대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불화한 고독한 천재 올리비에 메시앙,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새소리의 작곡가 존 케이지, 20세기의 진정한 아방가르드 벤저민 브리튼, 시류를 거부한 음악의 자유주의자 아스토르 피아졸라, 살아 있는 탱고의 역사 루이지 노노, 음악을 통한 현실 참여에 주력한 앙가주망의 작곡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새로운 음악에 대한 끝없는 탐구정신의 소유자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Daum백과] 카를로 제수알도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진회숙, 청아출판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