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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서울

윤동주 시인의 언덕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하늘과 바람과 별이 된 시
요약 테이블
소재지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산 4 일대
가는 법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지선버스 7022,1020, 0212번 환승. 자하문 고개 하차. 고가 아래 왼쪽 언덕 계단(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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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색과 바람의 결과 별의 빛마저 예사롭지 않다. 시인의 언덕에서는 딛는 걸음마다 청초한 감성이 운율처럼 스민다. 그가 별을 헤며 북간도의 어머니를 그렸듯,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사랑하리라 다짐했듯, 언덕마루에서 누상동 시인의 옛집을 바라본다.

여운과 은유의 계단

청운동길을 올라 부암동과 청운동의 경계에서 멈춘다. 머리 위로 고가가 지난다. 인왕산길과 북악산길을 잇는 아스팔트다. 옛날에는 인왕산 줄기가 그 길을 따라 창의문과 잇댔겠지. 그리고 다시 북악산으로 이어졌으려나. 서울성곽도 나란했겠지. 아주 먼 시절이다. 그럼에도 부암동과 청운동은 서울에서 가장 고전적인 동네다. 아련한 그리움을 품은 마을이라지. 대변하듯 저만치에 ‘클럽 에스프레소’다. 부암동의 오래된 카페다. 진한 에스프레소향이 걸음을 부른다. 시인의 언덕 앞에서 잠깐 망설인다. 시(詩)와 커피다.

걸음을 돌려 계단을 오른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최규식 동상을 지나 왼쪽으로 첫 번째 길이 난다. 너른 아스팔트를 따라 청운공원의 진입광장에 이른다. 하지만 부암동을 앞둔 고가 아래 두 번째 길을 택하는 것이 낫다. 첫 번째 길은 청운공원과 시인의 언덕 가운데를 가른다. 두 번째 길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올라 청운공원으로 내려가는 행로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물처럼 흐르는 동선이다. 산책에 알맞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르는 콘크리트 계단은 매혹적이다. 곱게 써내려간 붓글씨는 시의 운율처럼 걸음을 이끈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한눈에 들어온다. 사뿐히 즈려밟고 내려설 이유가 없겠지. 여운과 은유가 없는 시어(詩語)라니. 계단을 올라갈 때는 숨은 그림처럼 한 구절씩 차례로 고개를 내민다. 한 걸음에 한 줄의 시구(詩句)다. 하지만 거꾸로 읽어가는 시다. 그것이 또한 묘미다. 몇 계단 올라서 한 편의 시가 끝나면, 그제야 지나온 걸음을 돌아본다. 계단을 걷는 한 편의 시 위로 긴 그림자가 발자국처럼 남는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다던 「자화상」 같은 풍경이다. 시인의 길에서는 시처럼 걸어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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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누상동 옛집의 언덕

첫 계단에 다가서는 시가 「자화상」은 아니다. 그 마지막 행은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라고 적혔다. 한 번에 써내려간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거침없는 글씨체도 시성을 담았다. 시인의 마음처럼 흐른다. 한 걸음 더 내디디니 ‘코스모스 앞에서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란다. 윤동주 시인의 「코스모스」다. 1938년 9월 20일에 쓴 시다. 그는 시마다 쓴 날짜를 적었다지. 그리고 계단의 끝자락에서 「별 헤는 밤」과 마주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는 첫 구절이다. 시인은 이 언덕에서 밤하늘의 별을 헤아렸을까.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멀리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그렸을까.

계단을 지나 언덕배기로 향하는 길에는 나무 난간이 가지런하다. 난간마다에도 시인의 시구들이다. 손끝으로 담으며 걷는다. 길가로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시인은 저 꽃들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 했던가. 기억에 남은 몇 구절의 시가 코스모스를 따라 아른거린다. 언덕 한가운데는 자그마한 반원의 무대가 마련됐다. 주변으로는 자연스레 쉼터들이다.

그 곁에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섰다. 앞면에는 「서시」가 새겨졌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의 마음이다. 「서시」는 누상동 하숙 시절에 쓴 시다. 그는 1941년 5월 연희전문학교 기숙사를 나와 옥인동 아래 누상동에 하숙집을 얻었다. 소설가 김송의 집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청운공원의 제일 높은 자락에 자리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언덕에서는 청운동과 옥인동, 누상동을 잇는 풍경이 차례로 이어진다. 반대로 시비의 뒤편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첫 해에 쓴 시다. 「슬픈 족속」이다. 각 2행 2연으로 쓴 짧은 시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하다. 서정을 배제한 의기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가슴 아린 현실이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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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에서 품은 서울이어라

한 편 한 편 시를 읽으며 시인의 언덕을 걷는다. 부암동 쪽으로는 서울성곽이 지난다. 성곽 쪽 길 끝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시인의 눈인 양 언덕을 굽어본다. 언덕에서도 가장 높은 장소다. 길의 난간에는 그의 시 「눈」이다.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라는 시구다. 눈 쌓인 겨울날 이 언덕에 걸음을 내도 좋으련…. 소나무 아래 서서 풍경을 바라본다. 부암동의 전경이다. 가까이에는 초록지붕의 동화 같은 집이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다. 「찬란한 유산」도 찍었다지. 그리고 인왕산과 북한산까지 내달리는 풍경이다. 높게 솟은 빌딩이 없으니 동네가 산세에 포근히 안긴다. 사람의 집이 소박하므로 자연은 장대하다. 가까운 북악산 쪽으로는 창의문 지나 서울성곽이 오른다. 그 또한 장관이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생기기 전부터 조망 명소로 사랑 받던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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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 서울 시가의 풍경도 곱다. 먼발치 남산의 N서울타워에서 종로 일대까지 퍼져나가는 전경이다. 가까이로는 청운벽산빌리지다. 주황색 지붕들이 층층이 자리해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인가 싶다. 이색적인 풍광이 매력 있다. 서울 시가지는 윤동주 시비 옆이나 언덕 아래 전망대 정자에서 보는 풍경이 좋다. 정자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공공미술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에도 눈길에 닿는다. 청운공원 진입광장의 랜드 마크다. 높이 2.6미터에 긴지름이 4.86미터에 이르는 타원형 철구조물이다. 작품 위로 시민들이 소망을 담은 돌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2008년 10월 경복궁 고궁박물관 뜰에서 옮겨왔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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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공원은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에서 출발해 바닥분수까지 이르는 산책로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갈래로 갈라져 다시 만난다. 여름날에는 분수가 더위를 씻겨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망도 좋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태한 아파트 단지였다. 1970년대 초에 지어진 청운시민아파트가 있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한 후 2006년 청운공원으로 조성했다. 그후로는 동네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들었다. 서울의 전경을 조망하고 서울성곽의 길을 걸었다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생기고서는 시인의 자취 덕에 찾는 이가 늘었다. 하늘과 별과 바람의 부름이겠지. 그래도 아직은 환한 낮의 걸음이다. 하지만 밤이어도 좋다. 연인과 다정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노래할 수도 있겠지.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려나. 별빛 같은 도시의 밤 풍경인들. 청운공원은 야경도 아름답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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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집필자 소개

대학에서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여행주간지 〈프라이데이〉와 영화주간지 〈씨네버스〉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며, 서울 부암동에서 아이디어 반짝이는 작은 카페 ‘유쾌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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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 서울
오!!! 멋진 서울 | 저자박상준 | cp명웅진리빙하우스 도서 소개

서울 산책자가 들려주는 매력적인 서울 이야기. 누구나 보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서울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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