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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 멋
진 서울

선유도공원

仙遊島公園

신선이 노닐던 곳, 푸른 콘트리트의 숲이 되다

요약 테이블
소재지 서울시 영등포구 양화동 95
가는 법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 합정역 8번 출구,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도보 15분. 지선버스 5714번 선유도 하차
사이트 hangang.seoul.go.kr
선유도공원

ⓒ 웅진리빙하우스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요? 마치 감기처럼, 잊을 만하면 누군가 건네는 질문이다. 근래 들어서는 ‘걷기 좋은’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취향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라 난감하다. 그래도 선유도공원만은 늘 빠뜨리지 않고 권한다. 공간 재활용의 백미다. 하물며 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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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폐허의 재활용

선유도공원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소풍 가기에도 좋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공간들이 따뜻하고 다정하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진귀한 시간의 어울림을 연출한다. 그 풍경이 나란히 걷는 사람의 마음마저 어루만진다. 하지만 ‘설마’하는 이들이 많다. 그저 공원의 하나려니 한다. 그래서 ‘가봤느냐?’ 물으면 고개를 젓는다.

지난 2002년 4월에 개장했으니 이제 8년 남짓하다. 그 사이 공원에도 청록의 살점이 많이 붙었다. 일단 한 번 가본 사람은 두 번 세 번 찾는다. 서울에 이만 한 곳이 또 어디 있냐, 합창한다. 보고 또 보고다. 걷고 또 걷고다.

계절이 다르고 낮과 밤의 풍경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물의 길이 열리고 나무의 길이 열리고 낡은 시간의 길이 열리니 또 그럴 수밖에. 자연스레 테마별 산책로다. 무엇보다 걸어서 또는 버스를 타고 한강의 섬으로 간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굳이 바다의 어디로 떠나야 꼭 섬 여행일까.

선유도(仙遊島)는 그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니는 섬이다. 옛날에는 섬 안에 선유봉이라는 절경의 봉우리가 있어 한강을 지나는 외국 사신들을 매혹했다. 겸재 정선도 선유봉에 반해 진경산수에 담곤 했다. 그럼 선유봉도 사라진 선유도가 무슨 볼거리일까? 뜻밖에도 낡은 정수장이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그럴 듯하게 변신했다. 낡은 콘크리트의 빛바랜 흔적을 휘감아 오르는 담쟁이의 유혹을 뭐라 표현할 수 있으랴. 이토록 ‘자연스러운 폐허’는 전국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서울숲 생태공원에도 일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선유도공원은 정수장의 흔적이 공원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테마다. 서서울호수공원이 생기기 전까지 유일했다. 그래서 선유도공원은 재활용생태공원 또는 물의 공원이라 불린다.

ⓒ 웅진리빙하우스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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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지워내지 않고 남겨두어 만들어낸 결과다. 건축자재로서의 재활용이 아니라 생태공원으로서의 재활용이다. 일제강점기 여의도비행장과 한강 제방의 자재로 사용된 선유봉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그만큼 천만의 다행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지나니 이제 정수장과 생태공원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갓 결혼한 부부처럼 티격태격하더니 어느새 서로를 품어내는 모양새가 여간하지 않다. 그래서 낯설고도 신비한 길의 경험이다.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시간의 나잇살이다.

인공과 자연의 어울림과 울림

공원은 크게 네 가지 테마원을 중심으로 나뉜다. 양화대교 방면에서 들어와 만나게 되는 ‘수질정화원’과 ‘녹색기둥의 정원’, ‘수생식물원’과 ‘시간의 정원’이다. 수질정화원 일대는 두 개의 거대한 수조와 물탱크·온실 등이다. 부레옥잠·마름·창포 등의 수생식물을 심은 계단식 수조에서 물의 정화가 이루어진다. 수생식물원은 정화장의 제1여과지를 재활용해 여러 수생식물의 생장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가로 8미터, 세로 17.5미터 크기의 수조 여덟 개에 식물을 심었다. 이들 테마 구간은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하기에 적합하다. 걷기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재활용생태공원으로서 선유도의 표정을 살피고 싶다면, 이색적인 산책의 느낌을 갖고 싶다면 녹색기둥의 정원이나 시간의 정원을 권한다.

녹색기둥의 정원은 수질정화원과 수생식물원 사이에 있다. 정수지가 있던 자리다. 지붕을 걷어내고 건물의 기둥만을 남겼다. 그 기둥을 따라 담쟁이가 무성하게 자랐다. 그래서 녹색의 기둥이다. 가을에는 붉은색의 기둥으로 변한다. 그 기둥의 숲 사이로 거닌다. 판타지 영화의 한장면 같다. 밤에는 조명등이 들어와 SF영화로 장르를 바꾼다. 밤의 볼거리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양동근과 이나영이 주연한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였다. 선유도공원이 갓 개장한 2002년이었다. 그때는 녹색의 기둥이라 불리기에는 담쟁이가 어렸다. 외려 지금이 낫다.

다행히 녹색의 기둥을 등지고 앉는 베체베트 등의자는 드라마 속 그대로다. 정수지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원래는 기름칠을 하지만 선유도의 베체베트 등의자는 날것 그대로 배치했다. 자연친화적인 재생공원의 성격에 충실했다. 그것이 어느덧 선유도공원의 소소한 상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했다. 여타의 공원에도 유행처럼 퍼졌다. 영화처럼 누려볼 일이다.

시간의 정원은 수생식물원을 지나 등장한다. 정수장의 약품침전지가 있던 장소로 선유도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녹색기둥의 정원이 오롯한 기둥들의 어울림이라면, 시간의 정원은 벽과 기둥과 길이 혼재한다. 이들이 오랜 시간 자연을 받아들여 잉태한 흔적이다. 그래서 시간의 정원이다. 그 세월은 벽을 따라 흘러내린 담쟁이의 유영처럼 느릿하고도 태평하다. 길과 벽과 기둥 위에 소복하다. 늘 자연이 사람을 품었지만 시간의 정원에서는 사람의 손길로 지은 낡은 콘크리트가 생태의 의지고 은신처다. 유랑하듯 거닐며 그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이곳에 어울리는 산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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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정원은 다시 여덟 개의 테마를 가진다. 덩굴이나 이끼나 고사리 등의 무리다. ‘소리의 정원’이라 불리는 대나무숲도 있다.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다. 좁은 길을 지나며 귀를 열고 눈을 감는다. 그 소리는 숲에서 시작해 마음에 들어찬다. 강원도의 어느 산골인 듯 청명하다. 그것이 울림이다. 귓가에서 정처 없이 떠돈다. ‘초록벽의 정원’도 있다. 벽을 물들인 덩굴식물이다. 줄사철과 나팔꽃과 인동 등이다. 철 따라 꽃을 피우니 늘 푸르지만은 않다. 그것이 또한 초록벽의 정원의 매혹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벽천은 여름나절의 주인공이다. 옆자락의 이끼들도 덩달아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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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거나 여유롭거나

그저 걸음 닿는 대로 걷자니 구분 짓지 않아도 공간의 세심한 변화가 느껴진다. 그리고 작은 틈새마다 몰래 스며든 어린 풀잎들의 손짓도 눈에 띈다. 이곳에도 생명의 순환이 있다. 콘크리트의 골격은 무심한 듯 영원을 살아도 풀과 꽃과 나무는 번식을 거듭하며 지고 난다. 시간의 정원을 둘러본 후 타박타박 계단을 따라 오른다. 머리 위로 난 길에서는 시간의 정원이 내려다보인다. 차근차근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시간이 흐른다. 인생 같다.

계단에 올라서는 시간의 정원 바깥 쪽 수로를 따라 걷는다. 수로를 따라 쉬는 이들도 많다. 물길은 얕지만 좁은 물길 따라 하늘을 품고 계절 따라 변하는 나무의 빛깔을 품는다. 선유도공원은 지금도 물이 순환한다. 수로의 물길은 수질정화원의 물탱크에서 시작했으니 다시 그리로 돌아갈 게다. 그래서 다시 물의 정원이기도 하다.

네 가지 테마원의 순례를 마치고서는 그저 걸음에 길을 맡긴다. 테마원을 크게 둘러싼 바깥의 녹지도 넉넉하다. 녹색기둥의 정원 남쪽은 장대 같은 미루나무의 길이다. 마치 메타세쿼이아의 길처럼 호위한다. 이 또한 선유도공원에서 손꼽히는 명당이다. 그 아래에는 다시 베체베트 등의자다.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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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으로는 카페테리아 ‘나루’나 ‘선유정’이 있다. 카페테리아 나루의 야외 테라스는 선유도 유랑의 쉼표로 삼아도 좋겠다. 푸른 물결 위에 마음을 띄우고는 강바람을 맞는다. 바람은 얼굴로 불지만 마음이 한결 시원하다. 신선놀음이다. 환경놀이터 인근에는 나무의 무리도 많다. 자작나무나 미루나무나 은행나무나. 그 무리마다 일일이 눈을 맞추며 다닌다. 때로는 너른 잔디마당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나무의자보다 한결 푹신하다.

선유도 전망데크에서 선유교를 걷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다리다. 밤의 불빛이 화려해 무지개다리로도 불린다. 해질녘에는 먼발치 노을이 곱다. 다리의 끝은 당인리 발전소 쪽으로 이어진다. 나란한 굴뚝 사이로 해는 붉게 뉘엿뉘엿한다. 그 순간만은 다리 위가 아니라 구름 위를 걷는 신선이 된 듯하다. 푸른 마음이 산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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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집필자 소개

대학에서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여행주간지 〈프라이데이〉와 영화주간지 〈씨네버스〉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며, 서울 부암동에서 아이디어 반짝이는 작은 카페 ‘유쾌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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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 서울
오!!! 멋진 서울 | 저자박상준 | cp명웅진리빙하우스 도서 소개

서울 산책자가 들려주는 매력적인 서울 이야기. 누구나 보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서울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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