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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 | 서울시 종로구 종로6가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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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 뒤쪽 이화여대부속병원 앞 우회전. 간선버스 100, 103, 201, 260, 262, 270, 271, 370, 720, 721번, 지선버스 2112번 동대문역 하차 |
서울성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모르긴 해도 걷기 열풍도 한몫한 듯하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서울성곽길의 매혹이라니. 그 가운데 낙산은 서울성곽 입문자에게 제격이다. 산이 낮아 산책 삼아 걸어오를 수 있다. 도심과 가깝고 다른 볼거리도 많으니 어서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길이다.
600년 서울의 옛길
사람들은 최첨단 문명의 시대에 가장 원초적인 걷기에 도전한다. 땀 흘려 걸으며 바삐 돌아가는 제 삶에 스스로 제동을 건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다진다. 서울에도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재미난 골목이나 공원·왕릉 등을 권할 만하다. 하지만 도심에서 벗어나지 않고서야 일상을 벗어난 걷기, 조금은 순례나 일탈의 느낌이 드는 길은 드물다. 서울성곽에 눈을 돌린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성곽은 지척이다. 서울 어디에서나 가닿을 수 있다. 한양의 중심축인 북악산과 인왕산·남산·낙산의 내사산(內四山)을 두르니 도심을 벗어나 걷는 길도 많다. 무엇보다 약 600년 전에 만들어진 성곽의 옛길을 따라 걷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걷는 길이요, 또 전 구간이 복원된다면 서울을 일주할 수 있는 코스다. 그러니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서울에서 서울성곽 이상 가는 길이 어디 또 있으랴.
서울성곽은 조선 건국 초기에 내사산을 따라 세워진 방어선이었다. 조선 태조가 1396년에 19만 7,400명을 동원, 98일 동안 축조했다. 높이가 12미터에, 둘레가 약 18.2킬로미터에 이르렀다. 1422년에 세종이 성곽 전체를 돌로 쌓았고 활과 총을 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이후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삼전도 맹약을 맺어 성곽을 보수하거나 신축할 수 없게 됐다. 숙종은 이를 물리치고 1704년에 성곽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사대문이나 사소문도 서울성곽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서울성곽은 도성을 둘러쌓고 그 사이로 사대문과 사소문을 두었다. 서울의 출입문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면서 서울성곽이 훼손됐다. 1899년에는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가 다니면서 동대문과 서대문의 성곽이 헐려나갔다. 다음해에는 용산과 종로 사이 전차부설로 남대문의 성곽을 헐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돈화문과 혜화문이 철거되어 사실상 평지 성곽은 모두 철거됐다. 이후 사대문이나 사소문은 독립된 문화재처럼 외로이 남겨졌다. 우리 역사의 상처다.
암문을 가로질러
지금은 18.2킬로미터 전 구간 가운데 평지를 제외한 산지 성곽 10.5킬로미터만 남았다. 북악산이나 낙산·남산·인왕산에서 만나게 되는 성곽의 흔적이다. 그중 낙산 일대는 가장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오름길이지만 125미터의 낮은 산이다. 북악산이 342미터이고 인왕산이 338미터, 남산이 262미터다. 내사산 가운데 가장 낮다. 그 다음 낮은 남산의 절반 높이도 안 된다. 낙산공원으로 꾸며져 쉼터나 전망대 등의 시설도 넉넉하다. 산동네와 접해 샛길 같은 접근로도 다양하다. 걷다가 힘에 부치면 동네의 샛길로 스며들어 내려갈 수 있다. 원하는 만큼만 걸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산’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숨이 차는 이나 서울성곽을 처음 걷는 이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낙산의 서울성곽길은 홍인지문에서 낙산 정상을 지나 혜화문에 이르는 2.1킬로미터 구간이다.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홍인지문 쪽은 ‘동대문 교회’(또는 이대부속병원) 옆 골목을 따라 오른다. 왼쪽 축대 위로 서울성곽이 지나고 그 위쪽으로 동대문 교회가 자리한다. 서울성곽의 벽돌에 묻은 때는 그 나이를 말해준다. 지난 풍파의 흔적에 검게 그을렸다. 그리고 아로새긴 글자들이 있다. 각자석이다. 서울성곽은 공사실명제를 실시했다. 태조 때는 각자석에 공사 구간과 담당자·날짜 등을 기록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감독관과 기술자들의 이름까지 적어넣었다. 숙종 이전에는 성벽 바깥에, 이후에는 여장(女牆) 부분 안쪽에 새겼다.
동대문 교회를 지나자 곧 서울성곽과 나란한 탐방로다. 성문의 바깥 길을 따라 오른다. 성벽이 높고 한적한 길이다. 길가로는 창신동 일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닥다닥 붙어앉은 집들은 정겨운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하다. 다만 조금 단조롭다. 길은 오붓하나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사람들 발길이 적은 길을 따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에게는 더할나위가 없는 길이다. 다채로운 풍광을 원하는 이라면 이화동 쪽이 낫다. 성벽에는 이화동 쪽으로 이어지는 암문이 있다. 암문은 성벽을 통과하는 작은 통로다. 적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성의 구석진 곳에 설치한다.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해 만들었다.
암문을 지나 이화동으로 걸음을 옮긴다. 창신동 쪽 성벽이 축대 위에 자리해 높은 성벽의 전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면, 이화동 쪽은 성벽 위쪽에 쌓은 담인 여장 정도만 보인다. 성의 안쪽인 까닭이다. 또한 길은 산동네의 바깥 골목에도 해당한다. 옥개석 아래 여장과 성벽이 정상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이화동은 낡은 마을 풍경도 눈길을 끈다. 70~80년대 서울의 모습이 길 따라 다정하다.
전망 좋은 역사 탐방로
중간쉼터를 지나서는 곧장 낙산의 정상 놀이광장이다. 정상에서 길은 몇 갈래로 나뉜다. 동쪽은 비우당(庇雨堂)으로 향한다. 지봉 이수광의 외조부 유관의 집이다. 겨우 비를 가릴 수 있는 집이라 그리 불렀다. 검소한 생활의 상징으로 이수광이 『지봉유설』을 집필한 집이다. 서쪽 대학로 방면은 낙산전시관과 중앙광장으로 향한다. 대학로의 낙산 일대는 낙산공공미술로 눈길을 끈다.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미술거리다. 벽화나 조각 등 볼거리가 많다. 벽이나 담장·계단을 따라 그려진 그림은 산동네에 화사한 색을 입혔다. 대학로에서 낙산공공미술을 관람하며 올라와 홍인지문이나 혜화문 쪽의 서울성곽을 걷는 것도 가능하다.
낙산 정상의 놀이광장에서 성곽을 따라 내려가기 전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성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 해당하는 대학로로 갈 것이냐, 성의 바깥에 해당하는 한성대 쪽으로 향할 것이냐. 홍인지문에서 오르는 길과 달리 이 구간은 암문이 없어 성의 안과 밖을 넘나들 수 없다.
대학로 쪽은 전망대가 차례로 자리한다. 낙산은 서울에서도 전망 좋기로 손에 꼽힌다. 흘린 땀방울에 비하면 풍경의 환대는 과분하다. 남산·인왕산·북악산·도봉산 등 서울의 산세가 물결치듯 넘실댄다. 대학로와 종로 일대의 도시 풍경도 한눈이다. 전망대라는 이름이 괜스럽지 않다. 해질녘의 노을이나 야경 또한 빼어나다. 야간에도 찾는 이들이 적잖은 이유다. 반면 서울성곽의 여장만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게 아쉽다. 그래서 서울성곽을 누리기에는 성의 바깥쪽을 걷는 게 좀더 알차다. 한성대 쪽으로 최근 탐방로 공사를 끝내 길이 깔끔하다. 하지만 서울성곽은 사람들의 걸음이 뜸했던 만큼 훨씬 예스럽다. 시대의 변화상도 다채롭다.
서울성곽은 축성 양식에 따라 태조와 세종, 숙종 때로 시기를 구분한다. 태조 때는 자연석을 그대로 쌓아올렸다. 기초석을 제외하고는 작은 돌들이 오밀조밀하다. 세종 때는 직사각형 형태로 가공한 돌을 사용했다. 성벽의 상단으로 갈수록 점차 작은 돌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반듯한 사각형의 가공석은 숙종 때 만들어졌다. 돌도 크고 아귀도 잘 들어맞는다.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그 구분들이 확연하다. 성벽의 시대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성벽을 따라서는 이끼나 담쟁이도 무성하다. 돌과 돌의 틈새로는 들꽃의 질긴 생명력이 돋보인다. 혜화문에 가까워지면 성의 여장 너머로 웃자란 몇 그루의 나무가 가지를 드리운다. 성벽의 높이가 만만하지 않은지라 나무들 또한 거대해보인다.
전망대는 따로 없지만 전망도 훌륭하다. 내리막길이고 성곽이 굽이치듯 이어져 그 너머의 북악산과 북한산까지의 전경이 들어온다. 물론 한성대 방면의 전경은 말할 것도 없다.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낙산 서울성곽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은 성북동으로 길을 잇댄다. 성북동에는 들러볼 만한 문화 유적이 많다. 한용운 선생이 북향으로 지은 ‘심우장’이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의 ‘최순우 옛집’이 있다. 상허 이태준의 집터이기도 한 전통찻집 ‘수연산방’이 있고 참선도량 ‘길상사’도 인근이다.
서울성곽을 더 걷고 싶다면 혜화문에서 북악산 쪽을 택해도 좋겠다. 길이 가파르지만 서울성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 걸음이란 마음과 같아서 과욕은 금물이다. 한번에 숨이 차지 않을 만큼, 평안을 누릴 수 있을 만큼이면 족하다. 그것으로 아쉽다면 언제든 또 찾으면 될 일이다. 서울성곽은 600년 긴 세월을 버티어왔고 또 앞으로도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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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낙산 서울성곽길 – 오!!! 멋진 서울, 박상준, 웅진리빙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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