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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서 도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도장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림 감정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가 바로 이 도장이다. 이런 도장은 대부분은 '화제'라는 글과 함께 찍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그림에 도장은 왜 찍었는지 살펴보자. 고대 중국에서는 편지나 짐을 보낼 때 입구를 봉했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 도장을 찍었다. 이는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용도였으니까 도장에는 주로 이름을 새기거나 아니면 자신의 호나 자(字)를 새기는 게 보통이었다. 자는 이름대신 부르는 호칭으로 주위의 어른들이 지어 주었다. 반면 호는 남이 자신을 불러 주었으면 하고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림 속 인장은 그림을 언제 누구를 위해 그렸는가를 적은 글이나 시구를 적은 뒤에 찍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렇게 그림 속에 있는 글과 도장을 합쳐 유식한 말로 낙관(落款)이라고 한다. 낙관은 요즘의 '사인(sign)'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실례를 하나 들어 보면 김홍도가 그린 〈옥순봉도〉라는 그림이 있다. 옥순봉은 충주호를 끼고 펼쳐져 있는 단양팔경 중에 하나로 예부터 명승지였다. 그림 앞쪽에는 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산인 옥순봉이 그려져 있고, 뒤편으로는 소백산맥의 산들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강가에는 옥순봉의 장관을 구경하는 사람을 태운 지붕 덮인 배 한 척이 보인다. 단원은 이 같은 배 한 척을 그려 넣음으로써 이곳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했다.
이 그림을 보면 왼쪽에 몇 글자의 한자가 적혀 있다. 이는 '병진춘사 단원'이라고 읽는데 '병진년 봄에 그리다. 단원.'이라는 뜻이다. 병진년은 그의 나이 52세가 된 1796년을 가리켜. 이 글 뒤에 두 개의 도장이 나란히 찍혀 있는 게 보인다. 도장 글자의 내용을 보면 하나는 '홍도(弘道)'이고 다른 하나는 '사능(士能)'이라고 쓰여 있다. 홍도는 말할 것도 없이 김홍도의 홍도다. 그리고 사능은 그의 자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나서 이렇게 도장을 찍어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 사능이란 자를 쓰는 김홍도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아래쪽에 보면 작은 글씨가 많이 적힌 도장이 또 하나 보인다. 이런 도장도 가끔씩 그림 속에 보이는데 이 도장은 이 그림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이 그림은 내 것이요.' 하고 알리기 위해 찍은 것이다. 소장하고 있던 사람이 찍은 도장이라는 뜻에서 '소장인(所藏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소장인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있다. 도장이 그림을 망쳐서 찍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장이 누가 그린 그림인지를 말해주기 때문에 그림의 가치를 더 높여 준다는 주장도 있다. 두 의견이 지금까지도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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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은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 쉽지 않다. 그림이 왜 그려졌는지, 누가 그렸는지, 무엇을 그렸는지를 이야기하며 옛 그림을 감상하기 위한 안내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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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그림에 찍힌 도장은 무엇일까? – 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 윤철규,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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