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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만큼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살던 공룡들을 복원한 테마파크에 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1990년)은 3년 뒤 영화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다. 영화 포스터 역시 티라노사우루스가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나무가 분비한 수지가 굳어져 생긴 광물 호박(琥珀)에 갇혀 있는 모기를 꺼내 모기가 빨아먹은 공룡의 피를 회수해 유전정보(DNA) 삼아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설정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보였다.
실제로 호박에 갇혀 있는 수천만 년 전 곤충에서 DNA를 회수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수천만 년은 DNA 분자가 견디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으로 밝혀졌다. 대신 공룡의 피부화석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아미노산 서열 일부를 밝히는 데는 성공했다. 그럼에도 소설처럼 6600만 년 전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를 부활시키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공룡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매머드다.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역에 있는 루피냑 동굴에는 수만 년 전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삼았던 인류가 그린 벽화가 남아 있다. 주로 사냥감이었을 동물 그림이 많은데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털이 수북한 매머드 그림으로 대략 1만 3000년 전 '작품'으로 추정된다. 1만 3000년이면 무척 오래전 같지만 45억 년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한순간이다. 당시는 빙하기라 서유럽도 꽤 추웠다. 한편 유럽에서보다 더 많은 매머드가 시베리아를 누볐지만 1만여 년 전에는 자취를 감췄다. 개중에는 섬으로 들어가 고립된 채 살기도 해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랭겔섬에서는 불과 3700년 전까지 매머드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최신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매머드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핵치환 복제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게 대표적인 주장으로 일본과 러시아 과학자는 물론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 이름도 보인다.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 살고 있는 현생 코끼리와는 달리 냉대 기후에서 살았던 매머드는 죽어서도 사체가 썩지 않고 보존된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시베리아 동토에서 잘 보존된 매머드 사체를 발견하기만 하면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즉 보존상태가 좋은 매머드의 체세포에서 세포핵을 꺼내 아시아코끼리의 세포핵을 뺀 난자에 넣어 적절한 자극을 주면 수정란의 상태가 되면서 배아로 분열한다. 이를 대리모인 아시아코끼리의 자궁에 넣어주면 대략 2년의 임신기간을 거쳐 매머드 새끼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 참고로 지난 2008년 게놈 해독 결과 매머드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 아시아코끼리에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대 들어 시베리아 곳곳에서 보존상태가 좋은 매머드 사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달았고 몇몇 연구진이 매머드 복제가 임박했다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2월 현재 매머드를 복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매머드 게놈까지 해독된 마당에 왜 과학자들은 일을 더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난자를 채취하고 대리모 역할을 해야 할 아시아코끼리를 확보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이런 실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생명윤리위원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서일까. 매머드 부활 연구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보자.
핵치환한 난자 움직임 없어
현재까지 핵치환 방법을 써서 매머드를 복제하려는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 교토대의 이리타니 아키라 교수는 '매머드창조프로젝트'를 추진해 본격적인 매머드 부활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러시아 현지인들의 협조를 얻어 시베리아를 탐사해 2003년 보존상태가 좋은 매머드 사체를 발굴했고 실제 핵치환 실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예비연구로 핵치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쥐의 난자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매머드 세포핵이 들어 있는 쥐의 난자를 자극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011년 보존 상태가 더 좋은 매머드 대퇴골이 발굴되자 이리타니 교수는 2016년까지 매머드를 복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물론 2014년 매머드 세포핵이 치환된 난자를 대리모 코끼리에 착상시켰다는 발표는 없었다(임신기간이 2년이므로).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황우석 박사도 매머드 복제에 관심을 보여 이미 여러 차례 시베리아를 다녀왔거나 동료 연구원들을 시베리아로 보냈다. 심지어 2012년 3월에는 황 박사팀과 러시아 북동연방대학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매머드 복제에 성공했다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아무튼 일본과 한국, 러시아의 연구진들은 시베리아 동토 어딘가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핵치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완벽한 매머드 시료를 찾을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부카르도 새끼 태어나자마자 죽어
이들의 꿈을 허황되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게 이미 핵치환 방법으로 멸종된 생물을 되살린 시도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처럼 멸종된 종을 되살리는 과정을 '탈멸종(de-extinction)'이라고 부른다.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피레네 산맥 일대에는 피레네아이벡스 또는 부카르도(bucardo)라고 부르는 지역 토착 야생염소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사냥과 서식지 축소로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다가 결국 2000년 셀리아(Celia)라는 이름의 암컷이 죽으면서 멸종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연구자들은 셀리아가 죽기 전 조직을 채취해 냉동보관했고 2003년 핵치환 복제를 시도했다. 전부 285개의 배아를 만들어 54개를 야생염소(아이벡스)와 아이벡스와 염소의 잡종인 암컷에게 이식했지만 두 달 이내에 다 죽었다. 연구자들은 2009년 두 번째 시도를 했고 한 마리가 태어났지만 7분 만에 죽었다. 조사해 보니 폐가 기형이라 질식사한 것이다.
2013년 호주의 뉴캐슬대와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자들은 역시 체세포 핵치환 방법을 써서 멸종한 라자루스개구리를 되살리려고 했으나 모두 배아 단계에서 며칠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부카르도나 라자루스개구리 모두 생식력 있는 개체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결국 확률의 문제일 뿐 핵치환 방법을 반복해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탈멸종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매머드라고 이 방법이 안 통할 리가 있을까?
2008년 매머드 게놈이 발표됐을 때 연구자들은 전체 게놈 47억 염기쌍의 70% 정도인 33억 염기쌍을 해독했다고 설명했다. 매머드의 게놈은 사람보다 1.4배 정도 큰 셈이다. 연구자들은 샷건방식을 써서 게놈을 해독했다. 즉 길이가 수십 염기쌍에 불과한 DNA조각들의 염기서열을 해독한 뒤 그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해 생명정보학 프로그램으로 염기서열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 생물학이다. 샷건방식은 2000년 인간게놈을 해독할 때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맞서 셀레라의 크레이그 벤터가 사용해 유명해졌다. 샷건방식으로 게놈을 해독하려면 먼저 게놈을 작은 조각으로 깨야 한다.
그런데 2008년 매머드 게놈 해독 실험에서는 이 과정을 건너뛰었다. 이미 게놈이 무수한 조각으로 깨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매머드 게놈 조각 대부분은 염기 100개도 안 되는 길이였다. 즉 매머드 게놈은 해독에는 문제가 없지만 핵치환 복제를 하기에는 너무나 손상이 많이 된 상태란 말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상태가 좋은 매머드 게놈도 DNA 길이가 수백 염기쌍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DNA는 아무리 보관상태가 좋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깨지기 때문에 보통 1만 년이 넘는 매머드 시료의 경우 온전한 게놈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매머드 체세포 핵치환을 통한 탈멸종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매머드의 부활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부활만큼이나 허황된 이야기일까?
매머드 고유 염기 변이 140만 곳
꼭 그렇지도 않다. 물론 온전한 매머드 게놈은 없지만 게놈 정보조차 전혀 없는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달리 매머드 게놈은 정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티라노사우루스는 표현형의 정보는 있지만(물론 화석이란 불완전한 형태로) 유전형의 정보는 전혀 없는 반면 매머드는 풍부한 표현형 정보와 함께(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사체) 유전형의 정보(게놈 데이터)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매머드 게놈을 친척인 코끼리의 게놈과 비교해보면 어떤 유전적 변이가 매머드에 고유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지 《셀 리포트》 2015년 7월 14일자에는 매머드 게놈과 아시아코끼리 게놈을 비교분석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매머드와 코끼리의 신체적, 생리적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적 차이를 밝힌 것이다. 연구자들은 아시아코끼리 세 마리와 매머드 두 마리의 게놈을 해독한 뒤 가장 먼저 해독된 아프리카코끼리의 게놈을 기준으로 해서 배열하고 그 차이를 분석했다. 참고로 외모가 튀는 매머드가 두 코끼리 종의 먼 친척 같지만 실제로는 공통조상에서 660~880만 년 전 아프리카코끼리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580만~770만 년 전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가 갈라졌다. 사람이 고릴라와 침팬지의 먼 친척 같지만 실제로는 고릴라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뒤에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진 것과 비슷하다.
매머드는 100~200만 년 전 서식지를 시베리아와 북미 툰드라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다. 즉 표면적을 줄여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귀와 꼬리가 작아지고 굵고 긴 털이 무성하게 났다. 그리고 피지샘이 많아지면서 피지를 다량 분비해 방수와 단열 효과를 냈다. 또 지방층도 두꺼워졌고 목 뒤에는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조직도 잘 발달해 겨울에는 영하 30~5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을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살던 동물이 이런 조건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게놈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미국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등의 공동연구자들은 아프리카코끼리, 아시아코끼리, 매머드 세 종에서 단일염기변이 자리 3300만 곳을 확인했다. 즉 DNA염기가 서로 다른 곳이 무려 3300만 곳이나 된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매머드에 고유한 변이는 140만 곳이었다. 게놈 상의 DNA 염기 변이가 유전자의 아미노산 변이로 이어지는 경우를 확인한 결과, 1642개의 유전자에서 아미노산이 바뀌었고 26개 유전자에서는 변이로 중간에 정지 코돈이 들어가면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머드에 고유한 변이 가운데 이런 적응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예로 열을 감지하는 TRPV3 유전자의 변이를 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매머드의 TRPV3 유전자를 사람 세포에 넣어 배양한 뒤 온도에 따른 반응을 조사했는데 코끼리의 TRPV3 유전자에 비해 열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곳에 살다보니 더위에 반응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한편 이 유전자의 매머드 변이형은 몸의 털이 많이 나게 하는 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매머드에서는 생체시계와 관련된 유전자도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머드가 극지방으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여름에는 해가 거의 지지 않고 겨울에는 해가 거의 뜨지 않는 환경에 놓임에 따라 일출과 일몰을 신호로 하는 하루 24시간 리듬을 감지하는 유전자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변이는 스발바르순록처럼 극지방에 사는 다른 동물들에서도 관찰된다.
체지방과 관련된 유전자 가운데 변이가 확인된 것도 54개에 이른다. 지방의 양과 몸에서 축적되는 부위를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다. 결국 이런 변이들이 쌓이면서 매머드는 새로운 환경, 즉 시베리아 같은 추운 기후에 적응하며 200만 년 가까이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는 매머드의 부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코끼리 게놈편집 이미 진행 중
최근 몇몇 과학자들은 핵치환 복제가 아니라 게놈편집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매머드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 게놈편집(genome editing)은 게놈의 특정 부위를 찾아가 자르는 소위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해당 DNA염기서열을 원하는 서열로 바꿔치기하는 방법이다. 유전자가위는 현재 3세대까지 나와 있다.
1990년대 처음 소개된 1세대 유전자가위 ZFN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에 달라붙는 아연집게단백질(zinc finger protein)에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에서 DNA가닥을 자르는 활성을 띠는 부분을 붙인 합성단백질이다. 즉 ZFN의 아연집게가 게놈에서 표적을 찾아가 빨래집게처럼 집고 있는 동안 제한효소 부분이 가닥을 댕강 자른다. 그러면 세포의 복구 시스템이 작동해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데, 이때 그 부분과 비슷한 염기서열이 주변에 있으면(ZFN과 함께 넣어준 DNA가닥) 이를 참조해 복구하면서 원하는 서열로 바뀌는 것이다.
유전자가위 2세대인 TALEN(탈렌)도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ZFN과 비슷하다. 다만 이 두 방법은 다루기가 까다로워 노하우가 있는 소수의 생명과학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3년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가 등장하면서 게놈편집 기술이 전면에 등장했다.
크리스퍼/카스9는 단백질과 RNA의 복합체로 1세대, 2세대 유전자가위와 다른 점은 단백질이 아니라 RNA 가닥이 타깃이 되는 게놈 위치를 찾는다는 것. 즉 염기 20여 개 길이의 RNA서열만 바꿔주면 원하는 자리에서 '게놈편집'을 할 수 있다. 반면 ZFN과 TALEN은 단백질이 게놈 서열을 인식하므로 원하는 위치에 가려면 아미노산 서열을 바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바꿔야 하므로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게놈편집 기술로 매머드를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답은 매머드 게놈이 아니라 아시아코끼리 게놈을 이용해 매머드를 만드는 것이다. 즉 매머드에서 필요한 건 게놈 자체가 아니라 게놈이 지닌 정보라는 말이다. 아시아코끼리 게놈에서 매머드 게놈과 차이가 있는 부분을 게놈편집 기술을 써서 매머드 게놈 서열로 바꿔치기하면 아시아코끼리 게놈이 매머드 게놈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편집된' 게놈을 지닌 세포핵을 치환해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 코끼리에게 이식해 매머드 새끼를 본다는 전략이다.
'매머드에 고유한 변이가 140만 곳인데 아무리 게놈편집 기술이 쉬워졌다고 해도 어떻게 다 바꿀 수 있지?' 이런 의문이 들 텐데 당연한 반응이다. 실제 아시아코끼리 게놈에서 140만 곳을 다 매머드의 서열로 바꿔치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게놈편집으로 어떻게 아시아코끼리 게놈을 매머드의 게놈으로 변신시킬 수 있을까?
종의 부활이 아니라 생태적 지위의 부활
물론 140만 곳을 다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대신 유전자의 아미노산을 바꾸는 변이만을 고려할 경우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1600여 개의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생태학 · 진화생물학과 베스 샤피로 교수는 2015년 4월 'How to Clone a Mammoth(매머드를 어떻게 복제할까)'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같은 해 10월 한글판이 나왔는데 책 제목이 좀 엉뚱하게 『쥬라기 공원의 과학』으로 바뀌었다). 제목(원서) 그대로 매머드를 비롯한 멸종한 동물들을 부활시키는 탈멸종의 과학을 다루고 있다.
샤피로 교수는 책에서 게놈편집 기술을 이용한 전면적인 바꿔치기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한 일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과학자들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매머드 부활이란 과거 시베리아 대륙을 누비던 매머드 종을 부활시키는 게 아니라 매머드가 살았던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아시아코끼리의 변이체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즉 아시아코끼리의 게놈에서 수십 또는 수백 곳을 편집해 열대지역이 아니라 냉대지역에 적합한 코끼리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때 선택할 유전자들이 바로 학술지 《셀 리포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유전자들이다. 놀랍게도 게놈편집 기술로 아시아코끼리 게놈의 유전자를 매머드의 유전자로 바꿔치기하는 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을 개발한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미국 하버드대 유전학자 조지 처치 교수다. 처치 교수팀은 게놈편집 기술로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자 14개를 매머드 버전으로 바꿔치기했는데 그 결과 편집된 게놈을 지닌 코끼리가 추위에 좀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식으로 과거 매머드가 살았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게놈을 편집한 체세포핵을 치환한 수정란을 대리모 코끼리에게 착상시킬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매머드, 정확히는 매머드의 특징을 지닌 코끼리를 만드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물론 현재로서는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 어쩌면 매머드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사기가 아닐까? 샤피로 교수는 책에서 이런 생태적 복원도 의미가 크다고 주장한다. 즉 시베리아 같은 넓은 냉대지역에서 거대 포유류가 사라지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는데, 매머드의 특징을 지닌 코끼리를 다시 도입하면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해 모두가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건 아니다. 지금은 이미 멸종한 동식물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할 때가 아니라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수많은 동식물을 구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는 말이다. 진짜 탈멸종도 아닌 유사종을 만드느라 들어갈 돈(연구비)이면 많은 멸종위기종을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연구비가 꼭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즉 탈멸종 프로젝트로 연구비가 흘러들어간다고 해서 그만큼 멸종위기종 보호에 들어가는 재원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매머드처럼 대중의 관심을 끄는 동물이 부활한다면(비록 매머드의 특징을 지닌 아시아코끼리일지라도) 이를 계기로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매머드 새끼 탄생이 2020년 최고의 과학뉴스로 꼽히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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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SEASON4』는 과학기술의 성과와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과학매체의 편집장들과 과학전문기자, 과학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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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매머드 복제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4, 박기혁 외, 과학동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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