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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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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금을 얻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소금을 가진 자는 돈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고대 동서양 제국들의 역사도 소금과 관계가 많다. 로마가 소금으로 일어났고 중국 진시황(秦始皇)의 천하통일 사업도 소금 덕에 가능할 수 있었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 생산이 최초의 제조업이었다. 당시는 소금이 귀해 이윤이 높아 대부분 권력자의 전매품이었다.

소금이 흔해진 것은 최근세에 들어와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천일염 제조방식이 도입된 것은 1907년으로 인천 주안 염전에서 최초의 천일염이 선을 보였다. 그 뒤 소금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진 것은 1955년이고 소금의 전매제도가 해제된 것은 1962년이었다. 1997년 7월부터 수입자유화가 되면서 다른 나라의 소금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소금물에서 태어난다

아기가 자라는 엄마 뱃속의 양수는 바닷물과 같다. 소금물이 아니라면 아기는 안전하게 자랄 수 없다. 사람은 소금물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태어나서도 소금이 중요하다. 사람의 혈액이 0.9%의 염분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인간은 하루 평균 10~15그램 정도의 소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수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별의별 암이 다 있지만 ‘심장암’은 없다. 심장에는 암이 생기지 않는다. 심장은 소금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심장을 ‘염통(鹽桶)’이라고 불렀다. 소금 통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태초부터 치열했다. 이미 선사시대에 소금이 산출되는 소금호수(염호) 그리고 소금바위(암염)가 있는 장소는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산간에 사는 수렵민이나 내륙의 농경민들은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해 소금 산지에 모이게 되었다. 그 결과 소금을 얻기 위한 시장과 교역로가 발달했다.

소금은 옛날부터 육류의 부패를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정력을 유지하는 식품으로 여겨졌다. 또한 신비한 의미가 부여되어 청정과 신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대 근동에서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신생아의 몸을 소금으로 문질러 피부를 단단히 하도록 하고 병균으로부터 보호했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시체를 일주일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

소금, 변함없는 신뢰와 계약의 상징

유대인들은 예배 때 소금을 신에게 바쳤다. 그리고 신에게 바치는 짐승의 고기는 소금으로 짜게 했다. 이런 풍습은 그리스나 로마에도 있었다. 또한 소금이 물건의 부패를 방지하고 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해서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 · 성실 · 맹세의 상징으로 여겼다. 《성경》의 ‘소금의 맹세’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아랍인은 함께 소금을 먹은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풍속이 있다. 이들은 소금을 더불어 먹음으로써 약속이나 계약의 신성을 보증했다.

아랍뿐 아니라 중세 유럽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소금으로 조리한 음식을 대접하며 그 앞에 소금 그릇을 놓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에서 배신자 유다가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있고 그 앞에 소금 그릇이 엎어진 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다가 예수와의 약속을 어기고 배신하리라는 것을 엎어져 있는 소금으로 상징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최후의 만찬〉(1495~1497) 중 넘어진 소금 그릇(점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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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기독교에서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과의 불변의 약속을 상징해 세례 때 소금을 썼던 때도 있었다. 《구약성경》의 〈민수기〉에는 신과 사람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거룩한 인연을 ‘소금의 계약’이라고 표현했다.

소금이 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프리카 내륙에서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소금무역이 계속되고 있다. 말리의 유명한 타우데니 광산에서 채굴된 암염판은 사하라 사막 너머 팀북투를 거쳐 700킬로미터에 걸친 3주간의 대장정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 길에는 늘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타우데니로 돌아오던 낙타대상이 사고를 당해 2천 명의 인부와 1,800마리의 낙타가 갈증에 시달리다 죽은 1805년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장거리 여행 끝에 전해지는 소금은 ‘흰색의 금’이라 불리며 같은 양의 황금과 맞교환될 정도로 비쌌다. 고대 그리스인은 소금으로 노예를 샀다. 옛날에는 소금을 얻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딸을 판 예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점차 소금이 화폐 노릇도 했다. 소금은 물에 녹더라도 증발을 통해 다시 소금이 된다. 이슬람과 유대교에서는 그런 불변성 때문에 소금으로 거래를 보장했다.

그 무렵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들의 3대 교역품목은 ‘소금, 황금, 노예’였다. 실제 12세기에는 소금이 가나에서 금값으로 교환되기도 했으며 노예 한 명이 그의 발 크기만 한 소금 판과 맞교환되기도 했다. 중세에는 4만 마리의 낙타로 구성된 대규모 대상들이 무려 한 달 동안 806킬로미터를 걸어 소금을 수송하기도 했다.

12세기 이후부터 대서양 염전의 소금은 브루게와 앤트워프에서 거래되어 이 도시들이 북해 상권의 중심지가 되었다. 14세기 초 프랑스 왕실은 소금 전매를 통해 수익의 삼분의 이를 왕실 소유로 삼았고 이 소금을 제네바까지 공급했다. 제네바와 베네치아는 중세 소금교역을 놓고 전쟁까지 불사했다. 그만큼 수익이 컸던 장사였다. 당시의 해적들이 주로 노렸던 것도 소금 배였다. 암염광이 발견되어 동유럽 소금의 유통지가 된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이름 자체가 ‘소금 성’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영주인 주교와 독일 황제 사이에 소금 독점을 위한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유럽의 도시 중 Halle, Hallerin, La Salle 등은 모두 소금 생산과 관련된 이름으로 소금 생산이 도시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도 소금과 관련된 지명이고, 터키의 투즐라도 소금 생산에서 유래했다. 볼리비아의 살라 데 우유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염전이 있었으며,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소금 호텔이 있다. 콜롬비아에는 커다란 소금 동굴 속에 지어진 소금 성당이 유명하다. 폴란드 크라쿠프 근처 비엘리치카 지하에 있는 소금 중앙 홀, 성당, 지하 호수 등은 수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동방견문록》에 중국에서 본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곳곳에 담아냈다. 소금언덕으로 며칠간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 중국 황제가 소금으로 세수를 거두는 방법, 중국의 제염법 등은 소금 매매를 좋은 돈벌이로 여기고 있던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에게 관심의 대상이었을 게 분명하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역사는 소금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스페인과 영국 사람들은 식민지 지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소금 각축전을 벌였고, 인디언 · 잉카 · 아즈텍 · 마야문명의 통치권은 곧 소금의 지배권을 의미했다. 식민지의 반란, 즉 미국의 독립전쟁에 영국은 소금 봉쇄로 맞섰다. 북미에서 소금 투쟁의 역사는 남북전쟁(1861~1865)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대포는 남부의 소금 공장을 조준했다. 남부군은 소금 제조업자들의 병역을 면제해야 했고, 소금 공장은 탈영병들로 넘쳐났다. 남부 연맹은 소금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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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집필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졸업. 1978년 KOTRA에 입사.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 무역관을 거쳤다. 배재대학에서 유대인의 창의성과 서비스산업에 대해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는 《21세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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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 저자홍익희 | cp명행성비 도서 소개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의 공통점은 의식주와 연관된 것으로, 대부분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인류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문명이 발달하는 데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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