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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 194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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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한국 문학의 가장 전위적인 화두가 된 것은 ‘민중’이다. 염무웅(廉武雄, 1941~ )은 백낙청이 창간한 『창작과 비평』의 편집 동인에 합류한 뒤로 백낙청과 더불어 민중 문학 진영을 이끈 평론가 중의 한 사람이다. 문학을 평가하는 그의 일관된 잣대는 “민중적 현실과 민중적 실천에 대한 참여의 정도”다. 염무웅은 민중 자체보다 민중 지향적 지식인의 의미와 소임을 더 강조하는 논리를 펼치곤 한다.
염무웅은 1941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다. 서울대학교 독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나온 그는 1964년 『경향신문』 신춘 문예에 평론 「최인훈론」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다. 그는 한양대 · 서울대 · 중앙대 강사를 거쳐 1973년 덕성여대 국문과 교수로 임용되는데, 1976년 초에 이르러 용공 혐의로 해임되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현재 그는 영남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1968년부터 『창작과 비평』 편집 동인으로 가담하면서 민족 문학 논의에 참여하고, ‘민중 시대’를 선포한다. 지금까지 그는 『한국 문학의 반성』(1976) · 『민중 시대의 문학』(1979) ·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1995) 등 세 권의 평론집을 펴낸 바 있다.
민중 시대의 문학의 주체는 물론 민중 문학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있어서도 민중 문학만이 문학의 유일한 형태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말이 아직은 역사적 현실의 표현이기보다 가능성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사실의 반영이다. 또한 어떤 시대가 되더라도 민중 문학이 결코 배타적인 개념으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민중 시대의 역사적 현실화에 참여한 모든 계층의 생활을 예술적으로 포용한 문학일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과거 봉건주의 시대의 양반 문학과 현대 서양 문학에서도 그 긍정적 요소를 적극 수용한 문학일 것이며, 또한 제3세계의 여러 전위적 문학과도 올바르게 연대된 문학일 것이다. 새 시대의 민중 문학은 이 모든 문학들을 전면적으로 흡수하고 그 바탕 위에서 진정 인간다운 삶의 차원을 향해 주체적으로 재창조되는 문학이어야 한다.염무웅, 『민중 시대의 문학』(창작과비평사, 1979)
문학 창작의 원리로 리얼리즘을 옹호하고, 민중적 현실에 대한 각성 위에 문학을 세워야 한다는 그의 민중주의적 문학관은 여러 비평문에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문학관은 1970년대라는 정치적 폭압이 횡행한 시대의 억압과 수탈로 말미암은 하중을 온몸으로 감당한 기층 민중의 권익을 대변하는 윤리적 정당성 때문에 적지 않은 힘을 얻는다.
염무웅의 1970년대 비평 작업의 과제는 식민지 문학관의 극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1970년대에 잇달아 내놓은 「식민지 시대 문학의 인식」 · 「일제하 지식인의 고뇌」 · 「근대 문학과 항일 의식」 등의 평론들은 식민지 유산의 극복을 위한 실천 행위다. “압박받는 민중 속으로 몸뚱이를 던져넣어 탄압자에 대한 민중적 투쟁의 대열에 참가하는 것만이 식민지 시대에 있어 지식인의 자기 존재를 가능케 하며, 이러한 절실한 삶만이 위대한 작품을 태어나게 한다.”는 그의 신념은 한용운 · 윤동주 · 염상섭 · 채만식 등 작품 속에 올곧은 민족 의식을 나타낸 식민지 시대의 문학인들을 높이 평가하고, 친일의 오점을 남긴 서정주를 역사적 현실에 둔감한 시인으로 평가하게 한다.
그의 리얼리즘 창작론에 입각한 진보성의 원칙은 윤동주 문학의 논의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그러나 위대하지 않은 삶이 위대한 문학을 낳을 수는 없다. 요컨대 본질적인 것은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며, 이 삶의 무게가 작품 속에 올바르게 운반될 때 그것은 작품 자체의 무게로 전화되는 것이다.”라는 논리를 펼친다. 이런 논리는 염무웅의 비평적 잣대를 선명하게 보여주며, 동시에 그의 단선적 경직성의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염무웅 자신도 1990년대에 들어 펴낸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에서 이런 것이 지나치게 “기계주의적”이고 “일종의 실천주의적 오류”에 빠진 논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도 염무웅의 비평적 잣대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에서 서정주의 「동천」과 이시영의 「기러기 떼」를 비교, 평가하는 글에서 드러나듯이, 염무웅 비평의 중심에는 여전히 ‘민중’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서정주의 새가 철저히 개인주의와 신비주의에 기초하고 있음에 반하여 이시영의 기러기 떼는 바로 이 땅의 역사적 현실 한가운데에서 고통과 억압을 당하는 오늘의 민중들의 모습으로, 민중적 전사의 형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그는 두 시의 심미적 차원의 문제는 뒷전이고, “민중적 현실과 민중적 실천에 대한 참여의 정도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는 논리적 비약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작품 그 자체를 곧바로 현실적 삶으로 환원시키거나, 삶으로 작품을 규정하려는 “기계주의적”이고 “일종의 실천주의적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 운동의 이 다섯 단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경향을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민중 세력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민중이 민족의 실체요 역사의 주인이라는 이론이 한갓 관념적 주장이 아니고 역사의 필연적 추세임을 우리는 깨닫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올바른 민족 문학관은 이러한 민중 사관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염무웅, 『민중 시대의 문학』(창작과비평사, 1979)
염무웅이 지향하는 문학은 ‘민중 사관’에 바탕을 둔 문학이다. 그것은 민중에게 계몽적 · 해방적 작용을 하는 문학이다. 그러나 염무웅의 ‘민중’은 현실적 존재로서의 민중이라기보다 이상화된 민중이며, 따라서 그의 논의는 자칫 관념과 추상 쪽으로 흐르기 쉽다.
한편 그는 월북 문인들의 작품 발굴에도 힘쓰며 민족 문학론의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데 이바지한다. 염무웅에게 민족 문학은 민중적 의의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민중 문학과 통한다. 그는 ‘위대한 작가’란 어떤 시대이건 제 양심의 실체를 제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 속에서 발견하는 사람이며, ‘위대한 작품’이란 일상 생활에 길든 범인들에게 계몽적 · 해방적 작용을 하는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문학 작품에서 민중적 삶의 전형을 읽기보다 민중적 투쟁의 위대함을 읽으려고 하며, 현실 속에서의 민중보다 이상 속에서의 민중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그는 심지어 민중의 편에 선 지식인에게 눈길이 쏠려, 지식인의 의미와 역할을 민중보다 더 강조하는 것으로 비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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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최원식, 「1970년대 비평의 향방」, 『창작과 비평』 1979 겨울
- ・ 고종석, 「민족적 관점으로 ‘민중 시대’ 선포」, 『책읽기 책일기』, 문학동네, 1997
- ・ 홍정선, 「삶의 무게와 비평의 논리」, 『문학의 시대』 3집, 1986
- ・ 권성우, 「비평적 열정과 새로운 문학적 전성기」, 『창작과 비평』 1995 가을
글
출처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1900년부터 2000년까지 20세기 한국사의 큰 흐름과 한국인의 생활사, 문화사의 궤적을 함께 추적한다. 20세기를 연도별로 나눠 매년 그해에 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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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염무웅 –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4, 장석주,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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