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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라는 말의 기원과 하자르족의 초기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제국이 원래는 카프카스 북부지역에 자리를 잡았고 서(西)투르크 제국(투르키스탄에 위치)의 일부였던 것은 확실하다.

하자르 제국은 6세기 중엽 페르시아와 접촉했고, 비잔틴 제국 헤라클리우스(610~641 재위)가 페르시아 원정을 도왔다.

7세기 초반경에 하자르 제국은 동쪽의 투르크 제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7세기 중반경에는 확장일로에 있던 아랍 제국이 북쪽으로 카프카스 북부에까지 침투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8세기 중엽까지 아랍 제국과 전쟁을 계속 치러야 했다. 먼저 아랍이 하자르에게 데르벤트를 포기할 것을 강요했으나(661), 685년경 하자르는 역으로 공격하여 카프카스 남부를 지나 오늘날의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까지 침략했다.

720년대 하자르와 아랍은 아르메니아에서 서로 맞붙어 싸워 계속 승패가 엎치락뒤치락 뒤바뀌다가 아랍이 역공을 펼쳐 결국 하자르를 카프카스 북부에서 영원히 몰아냈다. 그러나 하자르의 초반 승리는 아랍이 북부로 팽창하는 것을 막아 유럽의 동부까지 이르지는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제국의 수도를 북부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하자르 제국은 737년 이틸(볼가 강 하구 근처에 위치)에 수도를 세워 카프카스 산맥을 남부 국경선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그들은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8세기 후반경에 제국의 세력은 절정에 달했다. 동쪽의 볼가 강 하류와 카스피 해부터 서쪽의 드네프르 강까지 흑해의 북부 해안선을 따라 확장했다. 하자르 제국은 알라니와 카프카스 북부의 다른 부족(산악지대와 쿠반 강 사이에 거주), 도네츠 강 부근에 살고 있던 모디오르족(헝가리인), 크림의 그리스 식민지를 지배하고 조공을 강요했다.

볼가의 불가리아인과 많은 슬라브족도 하자르를 자신들의 대제후로 인정했다.

근본적으로는 투르크족이지만 하자르국은 중앙 유라시아의 다른 투르크 제국들과 거의 닮은 점이 없었다. 제국은 카간이라는 반(半)종교적인 성격의 세속 지배자(실질적인 권력은 거의 행사하지 못했음)와 베그라는 족장들이 이끌었다.

국가 군사조직 또한 더 큰 투르크-몽골 제국들과 같은 막강함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자르는 정주적인 생활방식, 도시와 성채의 건설, 대지의 경작, 정원과 포도밭을 일구는 일에 더 몰두했던 것 같다. 무역과 거두어들이는 조공이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하자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740년에 카간과 지배층의 대다수가 유대교를 확실하게 공인한 일이다. 개종의 배경은 불분명하며 유대교를 어느 정도 깊이 받아들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 자체는 중앙 유라시아 역사에서 논쟁이나 이견의 여지가 없다.

소수의 학자는 유대화한 하자르인들이 동유럽과 러시아의 많은 유대인들의 먼 조상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하자르 제국은 종교적 관용을 베풀었으며 이교가 국민들 사이에서 계속 유행했다.

하자르국이 비잔틴 황제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을 보면 이 국가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유스티니아누스 2세(704)와 콘스탄티누스 5세(732)는 하자르인을 아내로 맞았다. 제국의 주요수입은 통상, 특히 극동과 비잔틴을 잇는 동서 무역로와, 아랍 제국과 북부 슬라브 지역을 연결하는 북남 무역로를 장악한 데서 충당되었다.

하자르 영토를 통과하는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에서 얻어진 수입과 복속 부족이 바치는 조공이 9세기까지 제국의 부와 세력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10세기가 되면서 북쪽과 서쪽에서 페체네그족이, 키예프 주변에서 러시아의 세력이 자라나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키예프의 통치자 스뱌토슬라프가 하자르에 대한 원정을 감행하자(965) 하자르 세력은 무너졌다. 역사 문서에는 하자르에 대한 언급이 12세기말까지 계속 나타나지만, 1030년경 흑해 북부에 있는 이 지역의 정치적 역할은 크게 감소되었다.

비잔틴과 아랍의 문헌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하자르 문명과 부(富)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으나 하자르 언어는 전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