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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필립 헨슬로는 커스버트 버비지가 새로이 건립한 글로브 극장과 겨루기 위해 이 극장을 세웠다. 극장 이름은 '행운의 여신'이란 말에서 따온 것이며, 입구에 행운의 여신상이 있었다. 포춘 극장은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과 목재에 도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글로브 극장과 매우 흡사했다.

헨슬로의 포춘 극장 건축 계약서에는 극장의 특징이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 극장의 특징과 건축술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1587년 로즈 극장 및 1614년 호프 극장을 건립했던 사업가 헨슬로는 포춘 극장을 건립하기 위해 바로 글로브 극장을 세웠던 건축업자 피터 스트리트를 고용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글로브 극장의 특징들은 사실 헨슬로의 포춘 극장 건축 계약서에서 대부분 추론해낸 것들인데, 이런 추론이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위와 같은 사정 때문이다. 이 문서를 통해 무대 역사가들은 글로브 극장은 지름이 대략 17m인 원형의 널찍한 뜰로 되어 있었으며, 이 뜰을 3층으로 된 관람석이 둘러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포춘 극장은 넓이 13m에 폭이 8.5m인 직사각형 무대로 이루어져 있었고, 위에는 지붕이 덮여 있었다. 또한 이 계약서에는 남성용 화장실, 싸구려 맥주 판매실, 분장실, 의상실 등의 건설 도면들도 포함되어 있다. 헨슬로는 처음에 포춘 극장을 건립하려고 520파운드를 썼으나, 1621년 이 극장이 화재로 소실된 뒤 거의 2배의 돈을 들여 벽돌로 재건립했다. 1600년 포춘 극장은 애드미럴스 멘이라는 극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으며, 이 극단은 이후로 여러 해 동안 이 극장을 사용했다. 1642년 청교도들이 대중 극장을 폐쇄한 뒤에 포춘 극장은 때때로 비밀 공연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1660년 찰스 2세가 영국으로 돌아온 지 1년 뒤, 포춘 극장은 해체되었고 그 자리에 23채의 집이 건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