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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의기(天文儀器)와 지동의(地動儀)
천문학은 수학·의학과 함께 중국에서 일찍부터 발달했던 학문이다.
은대에 음양력(陰陽曆)의 원형이 형성되고 전국시대에 역법이 확립되었다. 은주시대의 관측기구는 비(髀)와 표(表)라고 부르는 것으로 지면에 수직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것으로 태양의 그림자를 측정해서 방위를 알아내고 1년의 길이를 계산했다. 이것은 그리스의 그노몬(gnomon)에 해당한다. 그러나 BC 1세기경부터 혼천의(渾天儀)가 천문관측기구로 사용되었다.
ⓒ Ysangkok/wikipedia | Public Domain
이것은 몇 개의 바퀴를 조합해서 만든 것으로 그리스에서 사용되던 천구의(armillary sphere)와 유사하다. 그리스에서는 늦어도 BC 2세기경에 사용되었으므로 그리스의 것이 중국에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바퀴들은 모두 구리로 만들어졌고 몇 개의 바퀴에는 도수(度數)가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망통(望筒)이 있어 망통을 통해 관측되는 천체의 위치를 도수로 알 수 있었다.
한대 이후에는 태양·달·행성의 위치 계산, 일식·월식의 예보가 행해질 정도로 천문학이 발달했다.
시간은 누각(漏刻), 즉 물시계로 측정했으며, 또한 기계조작만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도 만들어졌는데, 예를 들면 수운혼천의(水運渾天儀)가 있다. 도시에서는 종과 큰북으로 시간을 알렸으며 농촌에서는 바닥 근처에 구멍을 낸 통(桶)에 물을 담고 물이 감소하는 것으로 시간을 쟀다. 이것 또한 누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향을 연소시켜 시간을 재는 향시계도 사용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지진계가 132년경 후한의 장형(張衡)에 의해 발명되었다. 이 지진계의 실물은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학자들에 의해 복원되었다.
지남차(指南車)와 기리고차(記里鼓車)
지남차는 수레 위에 인형을 세우되 처음에는 남쪽을 향하도록 한 후 수레의 방향이 변해도 톱니바퀴의 작동에 의해 인형은 여전히 남쪽을 향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석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지남차는 후한의 장형이 만들었다고 하며, 최근에 중국인 학자 왕진탁(王振鐸)이 기리고차와 함께 복원했다. 지남차가 실용성이 적은 기계장치였던 데 비해 기리고차의 원리는 현대에도 쓰이고 있다. 택시에 사용되는 미터기가 그것으로, 수레바퀴의 회전수에 따라 수레가 움직인 거리를 자동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 기리고차는 수레가 100번 회전하면 정확히 중국 단위로 1리(里)가 되고 수레 위에 마주보고 서 있는 2개의 인형이 중간에 위치해 있는 큰북을 쳐서 그것을 알려준다. 지남차는 중국에만 있는 특이한 것이지만 기리고차와 동일한 원리로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는 로마의 지식인 우이도르우이시스의 〈건축론〉에도 기술되어 있다.
수운혼천의
수운혼천의는 유희적인 기계장치 중의 하나이다.
11세기 북송시대 때 소송(蘇頌)은 그의 저서 〈신의상법요 新儀象法要〉에서 그 장치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해놓았다. 미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조지프 니덤 박사는 그 기록에 기초해서 이것을 복원했는데, 그것은 천문기구였던 혼천의를 시계장치를 이용해서 하늘의 운행과 똑같이 하루에 한 번 자동으로 회전하도록 한 장치였다. 이것은 천문관측에 실제로 사용된 것은 아니고 시시각각 움직이는 우주공간의 상태를 모형으로 보여주는 용도의 장치였을 뿐이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원통의 변에 붙어 있는 작은 상자들의 운동을 제어하는 장치이다.
이것은 현재의 시계에도 있는 탈진기(脫進機)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탈진기는 시계의 부품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14세기에 처음 고안된 이후 시계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니덤은 이와 같이 수운혼천의에 붙어 있는 제어장치가 이슬람 제국에 전해졌고, 곧이어 그로부터 힌트를 얻어 탈진기가 유럽에서 발명되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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