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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진화론(→ 진화설)에서 이전 상태로부터 예측되거나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체계가 나타나는 현상.
창발이라고도 함.
19세기 중엽의 과학철학자 G. H. 루이스는 자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로부터 예측될 수 있는 현상인 결과(resultant)와, 예측될 수 없는 현상인 창발(emergent)을 구분했다(예를 들면 염소처럼 보이지도 않고 나트륨처럼 보이지도 않는 소금이라는 화합물과 그에 대조되는 모래와 활석가루의 혼합물).
생명체에 관한 진화론적인 설명에 따르면 생물이란 일종의 연속적인 역사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형태가 여러 단계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데 이 단계들은 ① 생명체의 기원, ② 핵을 가지는 원생동물의 기원, ③ 무성생식에서와는 달리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운명을 가진 자손들을 얻게 되는 유성생식 형태의 기원, ④ 신경계와 원뇌를 가진 감각동물의 기원, ⑤ 이전의 모든 것 및 그 이상을 아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도래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 각 단계별 생물들은 비록 그 이전의 좀더 단순한 단계의 물리화학적인 조건과 생물화학적인 조건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제각기 저마다의 새로운 생명의 방식을 가진다는 점에서 출현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다.
20세기 초반에 동물심리학의 창립자 중의 한 사람인 C. L. 모건은 출현의 부정적인 특징을 강조했는데, 아님이 증명되지 않는 한 그 어느 것도 창발이라 부를 수 없다고 언급했다.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그는 이둘의 구분을 초경험적이지만 형이상학적인, 즉 현상계의 영역을 넘어서는 차원에서가 아닌 귀납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다루었다. 모건은 20세기 초반의 프랑스의 직관론자 H. 베르그송이 주장한 창조적 진화(creative evolution)를 억측이라 비난하고 창발적 진화(emergent evolution)를 과학적 이론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현재까지 생물학자들간에 보편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전학이 유전의 메커니즘과 아울러 진화가 일어나게 되는 조건을 밝히게 되고 생화학이 세포핵의 작용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생물학자들은 과학적 방식이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전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부분들로 분석해 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굳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어떤 변종에서 새로운 변종으로의 변화나 어떤 종에서 새로운 종으로의 변화과정인 소진화(microevolution)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기울여 이에 관한 발견들을 대진화(macroevolution)나 생명의 기원의 문제로까지 연결시켜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현의 개념은 어떤 진화사상에서는 중요하게 생각된다.
1920, 1930년대 영국의 실재론적 순수철학자 S. 알렉산더와 남아프리카의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J. C. 스뮈츠는 창발적 진화론을 신봉했고, 이후 예수회의 고생물학자 P. T. 드 샤르댕과 프랑스의 동물학자 A. 방델은 일련의 좀더 높은 수준의 인식을 요하는 단계로 옮아가는 비연속적인 조직화 단계가 있음을 강조했다. 뛰어난 과정 형이상학자 A. N.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은 창조적 진보주의 및 창발적 진화의 철학이며 이는 또한 헝가리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M. 폴라니의 존재와 인식의 수준에 관한 인간의 인식론이기도 하다. 즉 존재의 수준과 인식의 수준, 그 어느 것도 그 하위의 조직구조의 연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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