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철회백자라고도 한다. 백토로 그릇을 만들어 초벌구이를 한 후 그릇 표면에 산화철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그 위에 백자 유약을 입혀 번조한 것으로 문양은 다갈색이나 흑갈색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철회·철화·철사라는 명칭은 20세기에 와서 붙여진 것이며, 본래 우리나라 기록에서는 '석간주'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도자기에 철분안료로 무늬를 그린 것은 고려시대 철화백자와 철화청자부터이며 이것은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로 이어져 조선 말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백자에 철사를 이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개 청화 안료가 사용되던 때를 전후한 15세기 중반 이후라고 추정된다. 그리고 조선시대 철화백자에는 중국적인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고, 초기의 예에서도 이미 한국적인 문양들이 나타나므로 철화백자의 시작은 대체로 청화백자가 한국적으로 정착된 1450년 이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산화철 안료는 초기에는 주로 묘지 등에 사용되었으며, 문양표현에 사용되어 세련미를 띠게 되는 것은 17세기 이후이다. 즉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왜란과 호란 이후 청화 안료의 구입이 어려워지는 17세기로, 이때부터 철화백자는 독자적인 위치로 발전하여 한국적인 정취와 길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게 되었다.

철화백자의 문양과 구도는 15세기 상감백자나 조화분청·박지분청·철화분청의 추상적이고 대담하면서도 생략적인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철화 문양에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화원의 뛰어난 필치가 돋보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청사기나 상감백자의 문양과 같이 소박한 것으로서 화원 또는 사기장인에 의해 시문되고 추상화된 것이다.

광주분원 가마가 있었던 경기도 광주시 상림리에서는 소량의 철화백자 편과 내저 중앙에 철사 안료로 '제'(祭)라고 쓴 접시편이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17세기에 이르면 선동리에서 제명 접시편을 비롯한 대나무무늬[竹紋] 항아리, 운룡무늬[雲龍紋] 항아리, 포도무늬 항아리 등의 철화백자편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분원의 상림리와 선동리 출토 파편에만 국한되지 않고 17세기 백자 가마터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17세기 후반의 송정리·유사리·신대리 등의 가마터에서도 청화백자 파편은 거의 발견되지 않으나, 철화백자 파편은 많이 발견된다.

18세기의 궁평리와 관음리 요지에서는 백자의 질이 전반적으로 설백자질이 되면서 철화문이 소량 발견되고 있어 17세기말 18세기초에는 철화백자의 제작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철화백자는 광주분원 이외에도 지방 민요에서 생산되었는데 광주분원에서는 잘 정제된 백토와 양질의 백자유를 사용하고 사실적인 무늬가 시문되어 포도덩굴·대나무·운룡·매화 등이 세련된 필치로 나타나는 데 반해 지방 민요에서 제작된 것은 태토와 유약의 질이 약간 떨어지며 반추상화된 초문·죽문·용문 등이 자유분방하게 표현되었다.

철화백자를 많이 생산한 가마가 있었던 지역으로는 경기도 광주시 일대의 조선 중기 요지를 비롯하여 북한산록·용인·천안·괴산·철원 등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