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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민화의 하나.
서가도(書架圖)·문방도(文房圖)·책탁문방도(冊卓文房圖)·책가도(冊架圖)라고도 한다. 책가를 배경으로 책·문방구류·장식품 등 다양한 기물을 그린 일종의 정물화이다. 책거리그림에 나오는 다양한 소재에서 조선시대 문인들의 독서생활이나 고기물에 대한 완상(玩賞) 취미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선비나 부유층의 서재, 아이들 방 등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사용되었다.
책거리그림은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책가 즉 책장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화면 전체에 칸막이 책장이 가득 차 있고 각 칸마다 서책을 위시한 여러 가지 문방구류, 족자, 도자기, 고동기(古銅器), 수석, 화훼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화면의 특징은 책장에 의해 다양한 크기의 4각형으로 분할되어 기하학적인 구성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기물들의 다양한 형태미는 화면에 변화와 생동감을 준다.
또한 서가를 원근법과 음영법을 사용하여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조선 후기에 중국을 통해 유입된 서양화법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것으로 대표적이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거의 대형병풍으로 정확한 묘사력, 뛰어난 구성력, 차분한 색조를 보여주므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문화가들이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서책보다 다양한 기물·화훼·과물(果物) 등에 더 비중을 둔 것이다. 화면 구성이 매우 기발하고 자유분방하며 채색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화법은 원근법 대신에 역원근법을, 단일시점 대신에 다시점(多視點)을, 음영법 대신에 평면화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표현된 과일은 길상적 의미가 있는데 수박은 수복(壽福), 포도·참외·석류 등 씨가 많은 과일은 다산, 가지·오이 등은 다남을 상징한다. 이밖에도 연꽃·모란·국화·파초 등의 화훼, 목근필통·석인재(石印材)·삼족향로·연상(硯床)·청나라도자기·해태상·족자그림·바둑판·골패(骨牌)·생황·담뱃대·부채·시계·안경·안경집·등잔·촛대·공작털 등 다양한 기물들이 표현되어 있다. 이밖에 기명문방도(器皿文房圖)라는 것은 세로로 긴 화면에 서궤·문방용품·완상품 등을 산만하게 배치한 것이며, 문자도와 결합한 책거리문자도도 있다.
우리나라의 책거리그림은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에 의해 일찍이 그 독특한 미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다. 그는 〈불가사의한 조선민화〉와 〈조선의 민화〉라는 글에서 "모든 지혜를 무력하게 만들고, 훼예포폄(毁譽褒貶)과 미추의 대립을 떠나 진실이 가득 찬 불가사의한 그림"이라고 경탄했다. 민화는 다양한 정물을 작가의 임의대로 재구성하면서 일정한 화법에 얽매이지 않고, 비사실적이고 기발한 구성을 바탕으로 선·색채·문양 등의 조형요소를 독자적인 미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현대적인 미감과 상통하는 면을 보여준다.→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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