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다음백과

조상숭배

다른 표기 언어 ancestor worship , 祖上崇拜

요약 죽은 인척의 혼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종교적 신앙과 의식.

이들 중에는 신화적인 인물도 있을 수 있다. 조상숭배는 죽은 자의 영혼을 섬기거나 두려워하는 것만큼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넓은 지역에 걸쳐 여러 문화에 나타난다. 조상숭배는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자사용 이전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으며, 고대 지중해 연안의 민족과 고대 유럽 민족 가운데에도 나타났으며, 아시아 문화권, 특히 한국·인도·중국·일본에 뚜렷이 나타난다.

조상숭배가 행해지는 문화에서 산 자와 죽은 자는 공동체의 서로 다른 두 계급이 맺고 있는 것과 동일한 관계를 맺는다. 왜냐하면 죽는다고 해서 어떤 사람의 사회적 단위(가족·씨족·종족·촌락·국가)에 대한 귀속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다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우호적인 존재, 즉 친척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래서 죽은 자가 잠시 동안 후손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들에게 분노할 수 있으며 이런 마음은 응분의 존경·경외·숭배를 나타내 보이면 사라진다고 본다. 죽은 자, 특히 죽은 타향인의 영혼은 그 사회의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대적인 존재로서 개인이나 사회 전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악의를 지닌 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조상숭배는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죽은 자가 살아 있을 때 속해 있던 사회의 구성원인 가족·씨족·종족·국가가 죽은 자를 숭배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공동체 단위의 숭배는 로마의 마네스 숭배에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이때에는 특정한 혈통에 속한 영혼을 섬긴다. 이 경우 죽은 개인은 숭배의 대상이 되지 않고, 생명력(genius)으로 간주되었다. 보다 널리 행해지는 조상숭배는 조상 개개인의 숭배이다. 이러한 조상숭배는 공동 숭배와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된다. 로마의 황제 숭배와 이집트의 선왕 숭배, 일본의 황실 숭배 등이 그 예이다.

모든 조상들이 똑같은 숭배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조상이 다른 조상보다 더 능력이 있는 존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 집단의 평범한 일원이 죽었을 때는 직계만이 그를 돌보아주거나 전혀 돌보지 않거나 또는 일정 기간만 돌보는 반면, 위대한 명사는 사회 전체가 정성들여 숭배한다. 유명하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연장자라는 이유 때문에 조상숭배의 서열에 끼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계의 시조는 여러 세대가 지난 후에도 계속 그 가문의 숭배를 받을 수 있다. 어떤 한 선조가 경배받을 만한 모든 특성을 겸비하고 있거나 어떤 특성을 탁월하게 보여주면 그는 죽은 영으로 간주되지 않고 신(神)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를 보여주는 분명한 실례는 아스클레피오스이다. 그는 그리스의 여러 지역에서 신으로 숭배받는 인물이지만 영웅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또한 그를 공경하는 일만 하는 아스클레피아다이(의사들의 조합)도 있다.

조상의 영들을 불러서 기도하는 것은 살아 있는 자들의 공동체를 여러 방면으로 도와달라고 빌기 위해서이다. 즉 가계가 계승되고 질병과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풍성한 농작물을 수확하고(조상들이 땅에 살고 있다고 간주했음) 신들에게 중재하도록(조상들은 신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하늘이나 혹은 신들의 거주지에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음) 빌었던 것이다. 조상의 영혼들과 신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조상이 신보다 열등하기는 하지만 조상의 영이 살아 있는 자들보다는 신의 호의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조상숭배

한국의 조상숭배는 유교의식인 제례(祭禮)와 민간신앙의 가신신앙(家神信仰)이나 무속(巫俗)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제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가족은 죽은 조상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조상은 이승에서 후손과 함께 살고 있는 존재이며, 집은 조상과 후손이 함께 거주하는 장소이다. 이런 이유로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신 사당(祠堂)은 가옥구조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일정한 시기마다 지내는 조상들에 대한 제사는 집안의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사당은 가정생활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가정사는 대부분 사당 앞에서 행해졌으며 집안의 대소사는 먼저 사당에 계신 조상에게 알린 다음에 이루어졌다.

아침마다 사당에 문안을 드렸으며, 청명(淸明)·한식(寒食)·중추절(仲秋節)·중양절(重陽節) 등의 명절 때가 되면 새로운 음식을 올리는 신례(新禮)를 지냈다. 이러한 사당제(四堂祭) 외에도 계절마다 중월(仲月)인 2·5·8·11월에 지내는 사시제(四時祭), 9월에 부모에게 올리는 미제(彌祭)와 기제(忌祭), 차례(茶禮), 묘제(墓祭) 등의 제례가 있었다.

지금도 중요하게 행해지고 있는 유교의 조상제례에는 크게 기제·차례·묘제의 3가지가 있다.

기제는 장손의 부(父)·조(祖)·증조(曾祖)·고조(高祖) 등 직계 4대조에 해당하는 조상들과 그 정식 배우자들의 기일에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 것으로, 대개 죽은 날 자정에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기제사의 대상 가운데 여자 조상은 어머니, 할머니로서의 자격이 아니라 남자조상의 부인자격으로 제사를 받는다. 차례는 정월 초하룻날과 추석에 드리는 명절제사로서, 장손의 집에서 제사지내는 모든 조상들을 다 모시고 음식을 차려 인사드리는 것이다.

명절제사 때는 4대조의 직계조상뿐만 아니라 자손이 없어 제사를 받지 못하는 남계의 방계(傍系)조상과 친족에 대해서도 제사를 드린다. 묘제는 시제(時祭)·시향(時享)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지역에서 문중을 형성하고 있는 씨족마을 성원들이 그 문중의 중시조(中始祖)나 입향시조(入鄕始祖)를 시작으로 5대조 이상의 조상들에게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대개 음력 10월에 제수(祭需)를 마련하여 조상의 묘소에 가서 제사를 드린다.

유교에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형태의 제례를 통해 죽은 조상과 살아 있는 후손 사이에 친밀하고 지속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려고 해왔다.

유교의 제례가 한국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조상숭배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민간신앙에서 이루어지는 조상숭배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민간신앙에서의 조상숭배는 가신신앙과 무속에서 볼 수 있다.

가신신앙에서의 조상숭배는 가신의 하나로서 조상신(祖上神)을 모시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조상신은 안방의 윗목에 위치한다고 여겨지며, '제석오가리'(전남)·'조상단지'(전북·경남)·'세존단지'(경북)·'제석주머니'(서울·경기)·'조상님'(충남) 등의 여러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단지·항아리·주머니 등의 형태로 모셔진다. 단지나 주머니 속에는 쌀을 넣어두었다가 매년 가을에 신곡(新穀)이 나면 햅쌀로 바꿔넣으며, 묵은쌀로는 밥을 지어 식구들끼리만 나눠 먹고 남에게는 절대로 주지 않는다.

그 단지 속의 쌀의 양이 늘어나면 풍년이 들고 집안이 잘 되지만, 양이 줄거나 빛이 변하면 흉년이 들거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정성껏 모신다.

조상신은 종손이나 맏아들의 집에서만 모셔지며,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 때 음식을 바쳐 농사가 잘 되고 집안이 무고하며, 자손이 잘 되기를 빈다. 제물로는 밥·떡·나물·돈 따위를 놓으며, 술이나 고기는 놓지 않는다. 제석오가리·세존단지·제석주머니 등의 명칭과 제물에서 드러나듯이 가신신앙에서의 조상은 불교적 성격과 삼신(三神)의 성격, 그리고 농신(農神)의 성격 등이 결합되어 있는 존재로서 유교적 의미의 조상개념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신의 하나로서 집의 중심부인 안방에 모셔지고, 여러 계기를 통해 조상신이 모셔진다는 것은 가신신앙에 있어서도 죽은 조상이 살아 있는 후손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게 되는 가족의 한 성원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유교제례의 신주·위패(位牌)의 변형으로 볼 수 있는 '신주단지'·'등오가리'(호남지방)·'조상당세기'(영남지방)는 4대조 이내의 조상에 대해서 같이 모셔지기도 한다.

무속에서 조상숭배와 관련되는 것은 흔히 '조상거리'·'조상굿'이라는 명칭으로 불려지는 절차이다.

이 절차는 굿하는 집안의 모든 조상을 윗대부터 차례로 모시는 절차로 살아 있는 후손이 조상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조상을 청하여 조상의 도움을 비는 것이다. 이때 청해지는 조상은 직계·방계의 구분이 없으며 남녀의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직계와 방계, 남녀의 구분이 엄격한 유교적 의미의 조상개념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굿을 통해 조상이 청해지고 도움이 요청된다는 것은, 무속에서도 죽은 조상이 살아 있는 후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속적인 소통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존재로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교적 제례와 민간신앙의 가신신앙 및 무속에서 나타나는 조상숭배는 조상의 개념과 조상을 모시는 형태에서 나름대로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조상숭배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즉 조상은 죽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후손들과 끊임없이 상호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상은 죽음과 동시에 살아 있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소속되어 있던 공동체의 성원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한국의 조상숭배는 죽은 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며, 가족은 죽은 조상과 살아 있는 후손이 함께 이루는 공동체로서, 죽은 조상은 살아 있는 후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출처

다음백과
다음백과 | cp명Daum 전체항목 도서 소개

다양한 분야의 전문 필진으로 구성. 시의성 이슈에 대한 쉽고 정확한 지식정보를 전달합니다.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원시/무속신앙

원시/무속신앙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조상숭배다음백과, Daum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