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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승불교에서 정토에 왕생하는 것, 또는 정토를 실현하는 것과 관련된 사상 및 신앙.
개요
한국의 정토신앙은 〈아미타경〉·〈무량수경〉·〈관무량수경〉 등의 정토3부경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고 신앙의 바탕이 된 것은 〈아미타경〉이다.
신라시대에 자장(慈藏)의 〈아미타경소 阿彌陀經疏〉·〈아미타경의기 阿彌陀經義記〉를 시작으로, 법위(法位)의 〈무량수경의소 無量數經義疏〉, 원효(元曉)의 〈무량수경종요 無量壽經宗要〉·〈유심안락도 遊心安樂道〉, 의적(義寂)의 〈무량수경술의기 無量壽經述義記〉, 태현(太賢)의 〈무량수경고적기 無量壽經古迹記〉, 경흥(憬興)의 〈무량수경연의술문찬 無量壽經連義述文贊〉 등 많은 저술과 함께 전개되었다.
통일신라시대
한국정토사상의 전성기였던 통일신라시대의 정토신앙 관계 기록은 〈삼국유사〉 감통편에 설화 형식으로 많이 수록되어 있다.
사료가 통일 직후인 7~8세기에 집중되어 있어서 정토신앙의 유행이 전란 후의 피폐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7~8세기에는 정토사상에 관한 학승(學僧)들의 저술도 활발하여 신앙의 대중적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라시대 정토사상의 흐름은 크게 2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수나라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의 지론계(地論系)와 당나라 현장(玄奬)·규기(窺基)의 유식계(唯識系)가 그것이다. 지론계에 속하는 신라의 정토사상가로는 자장·원효·의상(義相)·의적·법위·현일(玄一) 등이 있으며 유식계에는 원측(圓測)·태현·경흥·도륜(道倫) 등이 있다.
이들의 글은 대부분 전하지 않아 그 사상적 내용을 확실하게 알 수는 없으나 단순한 중국 정토사상의 도입이 아니라 신라 특유의 정토사상을 발전시켰음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이들 학승들의 사상이 그대로 일반 대중에게 전달될 수는 없는 것이나, 그러한 학술적 성과와 대중지향적 불교가 신라 정토신앙의 대중적 전개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하다.
특히 원효의 경우 〈유심안락도〉 등의 저술을 통해 정토와 예토가 따로 없음을 천명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민중에게는 엄격한 계율이나 형이상학적 이론보다 정토를 지향하는 염원으로 삶을 헤쳐나갈 지혜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순정심(淳淨心)을 바탕으로 관불(觀佛)과 칭념(稱念)을 함께 갖춘 칭관염불(稱觀念佛)을 제창, 대중적 정토신앙의 길을 열어놓았다.
원효의 이러한 입장과 실천은 때로 정토교(淨土敎)로도 불리는데, 한국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의 정토교와 같은 종파가 설립된 것은 없다. 이같이 활발한 정토사상의 전개와 원효 같은 이들의 실천행을 바탕으로 한 신라 정토신앙은 자력왕생(自力往生)과 현생성불(現生成佛)을 그 특징으로 하여 전개되었다.
자력왕생은 죽은 후 아미타불의 본원력(本願力)에 의해 왕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의 사례는 〈삼국유사〉 등에 많이 나오는데, 아미타불을 염하고 16관법(觀法)을 닦아 정토왕생한 광덕(廣德)과 엄장(嚴莊), 수십 년 간 염불로 일관했다는 포천산(布川山)의 이름 없는 다섯 승려, 주인의 염불회(念佛會)에 참석하여 마당에서 염불하며 끝내 왕생함으로써 정토왕생에 귀천의 차별이 없음을 보여준 비녀 욱면(旭面) 등이 대표적이다.
현생성불은 특히 신라 정토신앙의 중요한 특징으로 평가되는데, 백월산(白月山)에서 미륵불과 아미타불의 친견(親見)을 염원하며 기도하다 무량수불(無量壽佛)로 성불한 노힐부득(努肹夫得)과 달달박박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현생성불의 사상과 신앙은 극히 희귀한 사례로서 신라의 불국토(佛國土) 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십 명의 선사(善士)가 왕생을 기원하며 미타사(彌陀寺)라는 절을 세우고 만일염불계(萬日念佛契)를 조직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당시 정토신앙은 몹시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용사(仁容寺)의 미타도량(彌陀道場)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사자(死者)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신앙도 전개되었는데, 이 신앙 형식은 신라말 이후 조선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행해진 타력신앙이었다.
고려시대
고려에서는 신라와 같은 자력왕생이나 현생성불의 독특한 정토신앙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정토신앙의 대중적 전개도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화엄종(華嚴宗)이나 천태종(天台宗), 그리고 선종(禪宗)과 같은 각 종파에서의 정토 연구가 활발했다. 화엄종에서는 그 초조(初祖)로 받드는 신라의 의상이 〈아미타경의기〉를 저술하고, 화엄도량인 부석사(浮石寺)의 주존(主尊)으로 아미타불을 모신 데서 알 수 있듯이 화엄사상과 미타신앙을 깊이 연결시킨 흔적이 보인다.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세운 천태종에서는 요세(了世)가 백련사(白蓮社)를 조직하고 천태종 중흥을 위해 힘쓰면서 정토신앙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요세는 죄악 범부(凡夫) 중생을 정토문으로 섭수(攝受)하려고 했으며 스스로도 나날이 아미타불 명호(名呼)를 일만성(一萬聲)했다고 한다. 또 요세를 이은 천인(天因)·천책(天頙)·운묵(雲默) 등도 귀족불교에 반기를 들면서 서민불교적인 정토신앙을 찬양하기도 했다. 특히 운묵은 20년 동안 〈법화경 法華經〉을 읽고 아미타불을 염송하면서 말법(末法) 시대에는 오직 염불의 길밖에 없다고 주장하여 정토신앙을 크게 강조했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세운 선종계에서는 타력신앙인 정토신앙과 자력 위주의 선종 사이에 큰 괴리가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
이에 지눌은 〈정혜결사문 定慧結社文〉 등에서 말법시대의 염불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토왕생은 오로지 마음에 의한 것으로 보는 유심정토관(唯心淨土觀) 내지 선정일여(禪淨一如)를 주장했다. 고려말 선종을 조계종으로 통합시킨 보우(普愚)는 "오직 마음이 정토요, 자성(自性)이 아미타불"이라고 주장하며 정토사상을 선 수행에 끌어들여 염불공안선(念佛公案禪), 즉 염불선(念佛禪)을 주장했다.
또 혜근(慧勤)도 유심정토관 위에서 선정겸수(禪淨兼修)를 주장하는 동시에 하근기(下根機)를 위한 정토신앙도 인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충렬왕 때의 원담은 〈현행서방경 現行西方經〉에서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수행자는 아미타불본심미묘진언(阿彌陀佛本心微妙眞言)을 1만 번 이상 암송하며 팔재계(八齋戒)를 지키고 4대원(四大願)을 세워야 한다고 하여 독특한 밀교적(密敎的) 정토신앙을 전개시키기도 했다.
조선시대
조선의 억불정책은 불교의 사상적 발전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했기에 정토사상도 별다른 발전을 보지 못했다.
조선 초기에 대체로 선과 정토신앙을 함께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기화(己和)나 보우(普雨) 등은 아미타불의 염불을 권하고 임종에 이르러 극락왕생을 염원하기도 했다. 휴정(休靜)은 〈선가귀감 禪家龜鑑〉 등에서 아미타정토에 관해 많은 글을 남기고 있는데, 염불이 곧 참선이라는 염불선(念佛禪)을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근기가 낮은 범부를 위한 타력왕생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또 선사이면서 화엄강사(華嚴講師)인 성총(性聰)은 여러 경전에서 아미타정토 관계 부분을 뽑아 〈정토보서 淨土寶書〉라는 책을 편찬하기도 했다.
영조 때의 승려 팔관(捌關)은 〈삼문직지 三門直指〉를 지었는데, 여기서 삼문은 염불문(念佛門)·원돈문(圓頓門)·경절문(俓截門)을 가리킨다. 이는 염불과 참선과 교학(敎學)을 두루 함께 여는 조선 중기와 후기 불교의 일반적인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저서인데, 여기서 염불문이 가장 먼저 거론된 것으로 보아 정토신앙이 크게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후기의 치조(治兆)는 정원사(淨願社)를 조직하여 수십 명의 신도와 더불어 30년 동안 왕생을 기원하며 수행했고, 정토요결(淨土要訣) 120칙(則)을 본문으로 한 〈청주집 淸珠集〉을 지어 조선 후기의 정토신앙과 선행방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정토신앙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신라시대부터 전래된 염불계(念佛契)가 있는데, 이는 한 사찰을 중심으로 하여 염불수행하는 승려들이 약간의 토지와 돈을 각출하여 염불당(念佛堂)을 유지하며 만일(萬日)로 한정하여 수업하는 만일회(萬一會)를 조직한 것이다.
염불계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크게 유행했는데, 건봉사(乾鳳寺)와 망월사(望月寺)의 만일회가 유명했다. 이러한 정토신앙의 유행은 불교의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49재, 영산재(靈山齋) 등 각종 천도재(薦度齋)가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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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한국의 정토사상·신앙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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