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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철학의 최근 저작들은 진화론에 관한 미해결의 문제와, 생물학이 물리화학적 토대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학문분야인가 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재평가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신진대사나 재생산과 같은 성질이 유기체의 성격을 특징짓고 따라서 그것을 정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정의는 논리적으로 유기체의 이러한 성질들이 서로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임의적이다. 아직까지는 살아 있는 체계와 살아 있지 않은 체계를 구분하는 특징에 관한 임의적이지 않은 설명은 없다. 생화학적인 것이 유기체로 종합됨으로써 매우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이러한 작은 체계에 생명이 기원을 두고 있으며 거기서 생명이 발달해왔다는 것은 자연의 위계적인 배열과 과학의 시간적인 진화단계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암시한다.
물리적인 진화는 종국점에 도달했다고 생각되지만 사회발전 과정의 진화도 그렇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는 없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줄리언 헉슬리는 "세계-질료는 사회진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의 광산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는 지구 표면이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규정되는 단계에서 의식적인 인간의 노력에 의해 규정되는 단계를 경과한다고 보고 이런 의식의 층을 인지권이라고 불렀다.
이 개념은 생물학과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 한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고생물학자인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에 의해 확충되었다.
20세기초에 폭넓게 논의된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구분은 현대 생물학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양자간에 분명한 구분은 설정할 수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 때로는 살아 있고 때로는 살아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나 유전자가 문제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생명의 생물학적 본성에 관한 대표적인 철학적 입장은 생기론·기계론·유기체론으로 나뉜다. 생기론은 모든 생명체에는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내적인 요소가 있다는 입장으로 20세기 초기에 많은 생물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논의되었다. 기계론은 유기체가 섬세한 기계와 같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원리가 물리화학적 법칙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입장이다. 유기체론은 유기체가 기능하는 전체로 해석되어야 하며 물리학이나 화학을 통해 이해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늘날에는 소수의 과학자들만이 루트비히 폰 버탈란피와 에드워드 스튜어트 러셀 등 유기체론 이론가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
전체론적인 유기체 개념은 발생과 행동을 규정하는 통제 메커니즘이 입자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데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체계의 성격은 일종의 복잡한 인공두뇌학과 다를 바 없다. 전체론과 환원주의는 이런 점에서 유사하다. 버탈란피 등에 의해 제시된 일반체계이론이라고 불리는 이론적·방법론적 프로그램은 유기체론적 생물학의 확장이다.
이것은 물리학적·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적인 모든 체계가 동일한 근본원리에 따라 작용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모든 과학에 공통적인 방법론적 접근을 제공하려는 시도이다. 생기론자와 획득형질의 유전을 포함하는 라마르크적인 진화론의 옹호자들은 진화론은 결정론적 종말론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G.G. 심프슨 등의 진화론자들은 그런 주장을 거부하고 자연도태가 진화상의 비임의적인 요소이며 진화에 방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와 같은 진화론자는 환경변화의 예측불가능성과 돌연변이와 도태의 우연적 요소가 결정론적 법칙을 정식화할 수 없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진화론적 생물학이 사후적인(after-the-fact) 탐험적 과학의 예이며, 진화과정은 결코 예측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생물학적 종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은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킨 문제이다. 종의 실재에 관한 논쟁이 비록 의미론적 난점으로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생물철학은 실체의 문제에서 단순한 언어적 혼동을 분리시키는 데 공헌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진화론에 관한 심프슨과 고생물학자인 오토 슈인데볼프의 2가지 관점이 전면에 부각되었다. 진화개념을 모든 지식과 경험을 비추어주는 도식으로 채택하려는 시도는 최근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시도의 대표자인 헉슬리는 전체 우주를 물리학적·생물학적·사회적 진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윤리학과 관련하여 볼 때, 도덕적 책임에 대한 신념을 위협하는 생물학적 내용은 로버트 아드리와 콘라트 로렌츠에 의해 제기된 인간의 내적인 공격성에 관한 이론이다(→ 색인:공격행위). 만약 공격본능이 있다면 폭력이나 전쟁에 대해 개인이나 사회를 비판할 수 있다는 생각은 타당성을 잃는다.
아드리와 로렌츠의 이론에 대한 반박은 고릴라·침팬지·오랑우탄 등의 영장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그런 동물의 대다수가 호전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내적인 공격성에 관한 이론의 반대자인 M.F.A. 몬터규는 "야생동물의 포악성에 관한 신화는 서구인이 자신의 공격성을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합리화시킨 것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환경적 요소와 그에 대한 인간행위의 결과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인간이 이전에는 깨닫지 못한 책임성을 갖게 했다. 진화론적 윤리학의 옹호자들은 진화의 사실과 진화 과정 안에 외적인 도덕기준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19세기말에 허버트 스펜서 등은 소위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을 주창했다. 헉슬리는 도덕원리가 자연 안에서 특히 진화과정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심프슨은 진화과정이 윤리의 영역과 관계가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연이 인간 행위의 척도를 제공하느냐 하는 문제는 많은 생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사회진화론자나 심프슨의 주장은 그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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