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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유행병이 진정된 후 감염되었던 숙주집단에 다시 동일한 질병이 침입할 경우, 새로운 유행병으로 확대되지는 않지만, 재감염을 일으킬 확률은 높다. 기생생물집단은 이러한 숙주 내에서는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들 숙주가 유행병에 대해 면역력을 지녔다고 보고, 이 현상을 집단면역(herd immunity)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유행병

20세기 후반에 들어 유행병의 정의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심장질환, 암 등의 만성질환도 포함할 정도로 확장되기는 했으나, 인류 역사에 나타난 대표적인 유행병은 장티푸스,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등 대부분 전염병이었다. BC 5세기에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장티푸스가 창궐하여 인구의 25%가 사망했고, 2세기 후반 로마에서는 천연두가 확산되어 5백만 명 이상의 인구가 죽었다. 흑사병이라고도 알려진 페스트는 이집트 지역에서 6세기에 나타난 이후 8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전 인구의 50% 정도에게 피해를 입혔다. 페스트는 이후 14세기에 다시 한 번 유럽을 휩쓸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되었고, 17세기 중엽에 영국의 런던을 중심으로 재발하여 런던 시민 10만 명이 병사했다. 페스트는 19세기 중반 중국에서 다시 창궐하여 20세기 초까지 거의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19세기 초 인도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콜레라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확산된 이후,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유럽, 북아메리카대륙에 걸쳐 전파되면서 반복 유행하여 한세기 동안 약 3천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인플루엔자는 그 변이형이 계속 나타나면서 주기적으로 범유행병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19세기 말 우즈베키스탄에서 발병한 인플루엔자가 러시아를 거쳐 북아메리카대륙과 인도, 호주까지 확산되면서 1백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20세기 초에는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에 걸쳐 유행하여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되기도 했다. 1968년에는 홍콩 독감이 창궐하여 미국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1백만 명이 사망했다. 20세기 후반 발생하여 한국에서도 맹위를 떨친 신종인플루엔자도 인플루엔자의 변이형이다.

유행병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질병에만 사용되며 동물의 경우에는 동물간유행병(epizootic)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소와 돼지 등 굽이 있는 가축에서 주로 발생하는 구제역도 동물간유행병이다. → 전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