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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 이전의 유전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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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같은 종의 동물이 같은 종의 자손을 낳는 데 익숙해져온 고대인이 기묘한 동물을 접하거나 상상의 산물인 기묘한 동물을 대했을 때 그러한 동물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표현한 그들의 상상을 더듬어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유전에 대한 관념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혈액이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유전이 이루어진다는 개념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암수 개체에서 각기 어느 만큼의 혈액을 전해받는가에 따라 부계나 모계의 형질을 이어받는 정도가 정해진다고 믿었으며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혈통이라거나 혼혈이라는 말 속에서 이러한 관념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개념은 종이 매우 다른 부계와 모계에서 전달받은 혈액이 혼합되면 어버이와 전혀 다른 종의 새로운 자손이 생겨남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데, 예를 들면 기린은 낙타와 표범 사이에서 생겨난 것으로 긴 목은 낙타에서, 몸의 얼룩무늬는 표범에서 이어받은 것이라고 이해했고, 그리스 신화에도 많이 나오는 반인반수의 기묘한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묘사되는 것도 이러한 이종간의 교잡이 가져오는 미신적인 유전현상을 믿었던 데서 생겼다.

반면에 곰이 사람이 되어서 자자손손 사람을 낳는 단군설화나 사람이 식물이 되어 대대로 꽃을 피우는 그리스 신화의 경우는 유전이 매우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믿었던 것을 반영한다. 그들은 유전의 불변성에 익숙했던 것과 동시에 의도적이며 대대적으로 유전을 변형하는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믿었고 두려워했으며, 또한 자연상태에서도 장벽이 없는 종간의 유전물질의 흐름과 활성화를 믿었음을 알 수 있다.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는 믿음도 통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관념은 유전물질이 불변의 것이 아니고 초자연적인 힘도 아닌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약간 변형되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으로, 1809년 J.-B. 라마르크에 이르러 기린의 목이 생존환경에 적응하여 길어지고 그대로 유전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환경이 동물의 모양과 구조를 변형시킨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논리는 획득형질의 유전성을 일반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고대의 유전에 대한 철학적 논리를 전개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판겐(pangen)이라는 입자가 온 몸 안에 존재하고 이 판겐이 남자의 정액과 여자의 혈액 속에 있다가 성교시에 합쳐져 새로운 개체가 부모를 닮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논리는 다윈에게까지 이어져 그도 판겐과 비슷한 유아(gemmule)라는 존재를 상정하여 유전현상에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멘델 이전의 유전에 관한 인식은 유전물질에 대한 물질적인 이해가 없이 상식에 기초를 둔 논리나 상상력으로 추구되어온 것으로 유전현상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각종의 오류와 미신을 파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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