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1096~1100년에는 사실상 노르망디 공작(기욤 3세)이었다. 잉글랜드와 노르망디의 정치적 결합이 해소되는 것을 막았지만 강력한 무력통치로 인해 야만적이고 부패한 폭군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루퍼스('적색왕'이라는 뜻으로, 붉은 얼굴빛 때문에 붙은 별칭)는 정복왕 윌리엄의 셋째 아들(장성한 아들 가운데서는 2번째)로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다.

봉건적 관습에 따라 윌리엄 1세는 상속지인 노르망디 공국을 장남인 로베르 2세에게 물려주고 정복지인 잉글랜드 왕국을 루퍼스에게 주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에 있는 많은 노르만 귀족들은 잉글랜드와 노르망디가 한 사람의 통치자 밑에 남아 있기를 원했으므로 루퍼스가 왕위에 오른 직후 그를 폐위시키고 로베르 2세를 세우려는 음모를 꾸몄다. 정복왕의 이복동생인 켄트 백작 바이외의 오도의 지휘로 이들은 1088년 동부 잉글랜드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루퍼스는 세금을 감면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즉각 잉글랜드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반란은 진압되었지만 왕은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뒤이어 1095년 노섬벌랜드 백작 로버트 드 모브레이가 이끄는 2번째 귀족반란이 일어났다. 이때 윌리엄은 반군 주모자들을 매우 가혹하게 징계하여 그후로는 어떤 귀족도 감히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잉글랜드 교회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그의 시도에 대해 캔터베리 대주교 성 안셀무스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패배하여 1093년 로마로 도망쳤다. 루퍼스는 즉각 캔터베리 영토를 접수했다.

한편 그는 스코틀랜드, 웨일스, 특히 노르망디에 대한 원정을 개시했다. 1091년 스코틀랜드 왕 맬컴 3세에게 자신의 대군주권을 인정하도록 강요했다. 맬컴은 1093년 11월 반란을 일으켰지만 곧 노섬벌랜드의 애닉 근처에서 루퍼스의 군대에게 살해당했다.

그 이후로 루퍼스는 스코틀랜드의 왕들을 봉신으로 삼았으며 1097년에는 웨일스도 예속시켰다. 그러나 윌리엄 루퍼스의 주요관심사는 무능한 로베르에게서 노르망디를 탈환하는 것이었다.

그는 노르망디에서 7년 동안 전쟁을 벌여(1089~96) 자신의 형을 굴복시켰다. 로베르는 1096년 십자군 원정을 떠나면서 루퍼스에게 왕국을 위임했다. 그리고 루퍼스는 멘 지방을 합병하는 등 영토를 넓혀 나갔다.

그러나 1100년 루퍼스는 햄프셔에 있는 뉴포리스트(왕실 소유림)에서 사냥하던 도중 등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이 사건은 계획된 암살로 여겨지는데 루퍼스의 살해범으로 간주되는 푸아앵퐁티외 남작 월터 티럴은 왕의 동생인 헨리의 사주를 받은 듯하다. 헨리는 즉시 헨리 1세로서 잉글랜드의 왕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