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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모형이 대부분의 입자물리 실험결과를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었으나 완전한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발견되지 않은 힉스 입자와 t쿼크 외에도 표준모형은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표준모형의 여러 결합상수, 쿼크와 경입자들의 질량 등의 값들은 이론에 의하여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실험이나 관측에 의하여 결정된 값들이다. 따라서 이론 물리학자들은 좀더 포괄적·근본적인 이론을 찾고 있다. 그러한 시도 중 하나가 강한 핵력과 전기약작용을 통합하려는 대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y/GUT)인 것이다.
대통일장이론의 논거는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의 크기가 약 1015GeV의 고에너지 영역에서 같아지며 이 세 힘들은 하나의 힘으로 통일된다는 것이다. 대통일장이론은 표준모형을 포함하여야 하므로 이 이론의 대칭은 표준모형의 대칭인 U(1)×SU(2)×SU(3)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적으로 U(1)×SU(2)×SU(3) 군을 포함하는 가장 간단한 단순군은 SU(5)임으로 첫번째 시도는 SU(5) 게이지 이론에 기초한 대통일장이론이었다.
약 1015GeV의 고에너지 영역에서 SU(5)의 대칭을 갖는 하나의 힘으로 기술되는 근본힘이 SU(5) 대칭이 저에너지 영역에서 U(1)×SU(2)×SU(3) 대칭으로 자발적으로 깨짐에 따라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으로 관측된다는 것이 이론의 요약이다. 이 이론으로 2가지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데 그 첫번째는 게이지 보손뿐만 아니라 쿼크와 경입자들도 SU(5)의 대칭에 따라 SU(5)의 다중항으로 함께 묶여질 수 있어서 같은 족에 속하는 쿼크와 경입자들은 하나의 다중항으로 통합되어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이다. 2번째 성과는 무질서한 듯이 보이는 쿼크와 경입자들의 다양한 전하값들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이다.
대통일장이론은 동시에 2가지 문제점도 제시했는데 하나는 양성자 붕괴였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크기를 갖는 결합상수들의 통합이었다.
대칭이 SU(5)로 확장되면서 대통일 모형은 12개의 알려진 게이지 보손 입자들 외에 12개의 새로운 X게이지 보손 입자들을 갖게 되는데 이들은 쿼크와 경입자들 사이의 변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변환은 양성자를 붕괴시킬 수 있어서 양성자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처음 SU(5) 이론이 제안되었을 때 이미 양성자는 1021년의 평균수명을 갖는 매우 안정한 입자로 알려져 있었고 현재는 체계적인 실험으로 1031년의 평균수명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통일 모형은 실험적 사실과 모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 문제점은 새로운 게이지 입자들은 매우 무거운 질량을 갖는다고 가정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이것은 약한 핵력의 결합상수가 전자기력의 결합상수보다 크지만 약한 핵력의 게이지 보손 입자가 매우 큰 질량을 가져서 약한 핵력이 훨씬 약하게 작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2번째 문제점의 해결은 '유동 결합상수'(running coupling constant)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동 결합상수라는 결합상수가 작용 거리 또는 에너지 크기에 따라 변한다는 개념인데 이는 유전체 차폐(dielectric screening)와 유사한 개념이다. 유전체에서 양전하를 띤 입자는 주위의 음전하를 끌어 당기려 하기 때문에 유전체 안의 분자들을 편향시킨다. 양전하는 이 주위의 음전하에 가려져서 먼 거리에서는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은 효과는 양자장론의 '진공'에서도 나타난다. 양자장론에 의하면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 나타났다 곧 사라지는 가상적인 입자-반입자쌍들로 가득찬 동역학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입자-반입자쌍들도 유전체의 분자들처럼 편향될 수 있어서 소립자들의 전하(결합상수)는 부분적으로 가려져 거리에 따라(또는 에너지 크기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통의 유전체 차폐가 전하를 먼 거리에서 작아 보이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스핀 1/2과 스핀 0인 입자들도 전하를 차폐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973년 스핀 1인 게이지 보손들은 그와 반대되는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사실은 다소 뜻밖의 일이었다. 이것은 먼 거리에서 크게 보이는 전하가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실제 작은 전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동역학적인 효과는 점근자유(漸近自由 asymptotic freedom)로 알려져 있다.
양자역학에서 고에너지는 짧은 거리에, 저에너지는 먼 거리에 해당하므로 차폐와 점근자유를 에너지에 따른 변화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차폐는 에너지에 따른 결합상수의 증가로 점근자유는 결합상수의 감소로 해석될 수 있다. SU(3) 게이지 이론에는 스핀 1인 게이지 보손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점근자유 효과는 쿼크의 차폐 효과보다 우세하여 양자 색역학은 점근자유의 특성을 갖는다.
U(1) 전자기 이론에서는 차폐 효과가 우세한 반면 SU(2) 약력이론에서는 두 효과가 서로 상쇄된다. 그결과 약력의 결합상수는 에너지의 증가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고 전자기력의 결합상수는 증가하는 반면에 강력의 결합상수는 감소한다. 따라서 에너지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세 힘의 결합상수들은 한 점에서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일장이론은 표준모형이 내포하는 일부 문제점들을 해결했으나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예를 들면 쿼크와 경입자들의 개수, 즉 족의 개수를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약한 핵력의 W 입자와 Z 입자의 질량과 경입자-쿼크 상호작용의 X입자의 질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대통일장이론은 양자중력을 기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입자물리학의 긍극적인 목적인 '완전한 통일장론'을 발견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그중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은 최근 현저한 진전을 보인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끈이론은 긍극적으로 근본적인 것은 소립자와 같은 점입자가 아니라 확장체인 '끈'(string)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끈은 여러 여기상태를 가질 수 있으며 소립자들은 바로 이 다양한 여기상태에 해당한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하나의 끈은 그 여기상태에 따라서 경입자로도, 쿼크로도, 또는 게이지 보손 입자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소립자들을 통합하여 기술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한다.
원래 끈이론은 1970년대에 난부에 의하여 강한핵력에 대한 이론으로 제안되었으나 1976년 요엘 쉐르크와 그의 동료가 초대칭을 도입하면 끈이론은 중력자를 포함한 모든 입자들을 모순없이 기술할 수 있음을 발견한 후로는 강한 핵력에 관한 이론으로서보다는 '완전한 통일장론'의 후보로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초대칭은 보손을 페르미온으로 또는 페르미온을 보손으로 변환시키는 연산에 대하여 대칭적인 것을 말한다. 초끈이론은 마이클 그린과 존 슈바르츠가 오직 수학적으로 상당히 큰 군인 SO(32)와 E8×E8의 대칭군을 갖는 2가지 초끈이론만이 유일하게 모순이 없음을 밝힘으로써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상당히 큰 대칭군을 갖고 10차원의 시공간에서 1019GeV의 고에너지 영역에 적용되는 이론이어서 4차원의 저에너지 영역을 기술하는 표준모형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두 이론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은 현재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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