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660년(의자왕 20) 7월 백제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 소정방은 의자왕을 비롯한 백제의 왕족과 관리들을 데리고 귀국했고, 당은 백제 땅에 5도독부를 설치했다. 이는 백제의 지방지배조직이던 5방(五方)을 기준으로 분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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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독부의 명칭은 웅진(熊津)·마한·동명(東明)·금련(金連)·덕안(德安)이었는데, 웅진도독부가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제 저항군의 활동이 격렬하여 지배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660년 9월에 왕문도(王文度)가 웅진도독에 임명되어 파견되었으나 도착하자마자 급사하여 유인궤(劉仁軌)가 검교웅진도독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백제인들의 저항은 당나라의 지배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게 하여, 가장 중심 기관이던 웅진도독부마저 외부와 고립되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신라도 당군과 함께 백제저항군을 진압하는 한편, 직접 백제 땅을 점령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663년(문무왕 3)에 백제 저항군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임존성(任存城)이 함락되고 흑치상지(黑齒常之)가 투항하여 저항군의 세력은 현저히 약화되었다. 당나라는 664년에 웅진도독부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도독부를 폐지한 뒤 7주 51현을 설치했다. 7주의 명칭은 동명(東明)·지심(支潯)·노산(魯山)·고사(古四)·사반(沙半)·대방·분차(分嵯)였다. 당시 당에서는 의자왕의 왕자인 부여융(扶餘隆)을 웅진도독대방군왕(熊津都督帶方郡王)에 임명하여 본국에 파견함으로써 백제유민을 모으고자 했다. 부여융은 663년에 당의 장군 손인사(孫仁師)와 함께 백촌강 싸움에 참가했고, 664년 2월에는 신라의 김인문(金仁問)과 웅진에서 서맹을 맺기도 했다. 또 665년 8월에는 문무왕과 웅진 취리산에서 서맹을 맺었다. 이는 신라를 견제하려는 당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신라가 백제의 옛 땅에 대해 집요한 공략을 하자 두려움을 느낀 부여융은 곧 당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유인원이 다시 파견되었지만, 당의 무력과 충돌하면서 백제의 옛 땅에 대한 점령을 완료한 신라는 671년 7월에 소부리주(所夫里州 : 지금의 부여)를 설치하고 아찬(阿飡) 진왕(眞王)을 도독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사실상 웅진도독부는 없어졌다. 그러나 명목상의 도독부는 667년에 만주의 건안고성(建安故城)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부여융은 백제의 유민들을 결집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웅진도독부는 13개 현을 거느린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여 정림사지석탑의 탑신에 새겨진 '당평백제국비명'(唐平百濟國碑銘)에는 백제 멸망 후 그 주민을 "각기 모두 편호로 묶어 오랑캐의 면모를 모두 바꾸었다"(各齊編戶咸變夷風)는 기록도 있다. 따라서 비록 장기간은 아니지만, 웅진도독부를 비롯한 당의 지배기관에서 백제 옛 땅의 호구를 조사하는 등 지배정책을 시행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