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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물리학·화학에서 외부에서 계에 가해진 변형력과 그 반응 사이의 지연에 관련된 효과.
핵·원자·분자계에서도 발생한다. 화학자·물리학자 들은 짧은 시간 동안에 진행되는 반응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완화현상을 이용한다. 평형상태의 핵·원자·분자계가 갑작스런 온도나 압력의 증가와 같은 돌연한 물리적 변화에 노출되었을 때, 새로운 조건하에서 다시 평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완화시간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분자나 원자의 구조, 화학반응의 속도나 과정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완화현상은 계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핵·전자, 그리고 진동 에너지와 회전 에너지 상태 사이의 에너지 재분배 과정 때문에 일어난다. 이와 더불어, 완화현상에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농도비의 변화가 수반된다. 반응식 N2O42NO2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사산화이질소(N2O4) 1분자가 이산화질소(NO2) 2분자로 분해(혹은 그 역과정)되는 과정은 완화효과를 통해 연구될 수 있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이들 두 분자로 구성된 계는 표준상태의 기압과 온도하에서, 대략 80%(질량 %) 정도의 이산화질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계의 온도나 압력이 갑작스럽게 변화되었을 때, 기체들도 새로운 조건에 맞는 새로운 평형농도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완화시간의 측정을 통해, 이산화질소가 결합하여 사산화이질소가 생성되는 속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것은 역반응의 속도이기도 하다.
완화현상의 연구에서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기법은 '온도 급상승법'(temperature-jump method)이다. 이 방법은 온도를 갑작스럽게 변화시켜서 계의 평형이 깨지고 반응물의 농도가 변하는 것을 시간의 함수로 관찰하는 것이다. 온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는 시료에 전류를 방전시키거나 계에 초음파를 복사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완화현상은 화학에서 물질의 분자구조를 확인·조사하는 분석기법인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NMR) 분광측정법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NMR를 이용하여 시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료를 강력한 자기장에 놓아야 한다. 이때 시험물질 속의 특정 핵들은 작은 막대자석과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의 방향에 따라 정렬하게 된다. 예를 들면 계에 고주파 형태의 더 큰 에너지를 가할수록, 핵은 다른 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방향으로 '튕겨'진다. 이는 화학적으로 매우 유용한 현상인데, 왜냐하면 한 분자 내에서 서로 다른 구조배열을 갖고 있는 핵들은 튕김을 위해서는 각각이 상이하고 불연속적인 진동수를 가진 고주파를 흡수하기 때문에 시료에 전영역의 진동수를 가진 고주파를 가해줌으로써, 흡수된 진동수와 실험대상의 구조적 특성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법의 감도는 핵이 초과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낮은 에너지 방향으로 되돌아가, 걸어준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정렬하는 데 드는 시간과 경로에 달려 있다. NMR 분석법의 결과는 고주파의 특정 진동수가 흡수 또는 방출되면서 시료 속의 구조집단이나 원자들을 나타내는 고주파 스펙트럼의 형태로 기록된다. 화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분석기법의 하나인 전자 스핀 공명법(electron spin resonance/ESR)도 이와 같은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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