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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대제(1682~1725 재위)와 예카테리나 1세(1725~27 재위)의 딸로 아름답고 매력있고 지적이며 발랄함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녀는 왕실근위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 사이에 인기는 높았으나 표트르 2세(1727~30 재위)와 안나 여제(1730~40 재위)의 통치기간에 정치적 역할은 미미했다.

안나 여제의 조카인 안나 레오폴도브나가 아들 이반 6세(1740~41 재위)의 섭정을 맡고 옐리자베타를 수녀원으로 추방하겠다고 위협하자, 옐리자베타는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내정 간섭을 줄일 것과 러시아의 친오스트리아, 반프랑스 외교정책의 전환을 희망하는 궁정 관리 및 프랑스 대사와 뜻을 같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1741년 12월 5~6일 밤 쿠데타를 일으켜 어린 황제와 그 어머니 안나, 그리고 그들의 주요 측근을 체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관리와 주요성직자들을 소집한 후 자신을 러시아 황제로 선포하게 했다.

옐리자베타는 제위에 오르자 이전의 황제들이 채택했던 내각회의를 폐지하고 아버지 표트르 대제가 만들었던 원로원을 정식으로 재구성했다. 그밖에도 이와 비슷한 조치들을 취했기 때문에 그녀의 재위기간은, 표트르 대제의 통치 원칙과 전통으로의 복귀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사실상 원로원을 주요통치기구로 부활한 것은 명목상의 조치였을 뿐 실제로는 총신들이 나라를 다스렸으며, 표트르 대제가 이루었던 주요개혁의 일부를 철폐했다. 게다가 표트르 대제처럼 정치에 주력하기보다는 화려한 궁정 생활과 교회활동, 멋진 서구 옷을 사들이는 데 열중했다.

교육과 예술 발전을 장려해 러시아 최초의 대학과 예술 아카데미를 세웠으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겨울궁전을 지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국사를 고문과 총신에게 맡겨 궁정 음모가 끊이지 않아 효율적인 통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재정상태는 악화하고 지주들은 농민의 희생을 대가로 폭넓은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동시에 옐리자베타는 유럽의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신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녀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던 알렉세이 베스투제프 류민의 지도로 러시아는 친오스트리아, 반프로이센 외교정책을 강력히 고수했고, 스웨덴과 싸워(1741~43) 핀란드 남부를 병합했으며, 영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7년전쟁(1756~63)에서 프로이센에 대항해 성공적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그러나 옐리자베타는 러시아가 동맹국인 프랑스·오스트리아와 함께 프로이센을 붕괴시키기 전에 세상을 떠나 왕위는 조카인 표트르 3세에게 돌아갔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표트르 3세가 즉위하면서 러시아는 전쟁에서 손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