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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파의 성립과 더불어 토착 화가들이 부각되자 영국 미술의 민족적 전통이 대두되었다.

이때부터 영국의 화가들의 작품은 더이상 지엽적 성격에 머물지 않고 질적으로 유럽 대륙의 예술과 어깨를 견주었으며 마침내는 유럽 회화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런던의 화가·판화가인 윌리엄 호가스는 영국파의 초기 대변자이며 최초로 근대적인 영국 회화를 확립한 대가였다. 그는 당대 프랑스 예술의 경쾌하고 우아한 로코코 양식으로 작업했으나 1730~50년에 2가지의 새롭고 독특한 영국적 형식을 완성시켰다.

그중 하나는 '현대의 도덕적 주제'를 다룬 일종의 풍속화로서 당대의 생활과 풍속을 이야기체 기법으로 풍자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화 장면'을 다룬 소규모 집단초상화였다. 영국식의 실물크기 초상화는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 경과 토머스 게인즈버러 두 사람의 활약으로 되살아났다. 레이놀즈는 이탈리아에 가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미술활동을 시작하여 영국 초상화에 '장엄양식'을 도입했으며 이탈리아 미술에서 배운 인물의 다양한 포즈를 살려 성격묘사가 뚜렷한 초상화를 그렸다.

왕립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해마다 주어진 그의 '강론'(講論)은 뒤이은 영국 미술의 발전에 독보적일 만큼 영향을 미쳤다. 게인즈버러는 영국을 떠난 적이 없고 레이놀즈만큼 지적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레이놀즈의 작품에 결여된 로코코식 서정주의를 창조해내어 경쾌하고 유려한 기법 및 미묘한 채색과 그를 능가하는 예민한 성격묘사를 보여주었다.

18세기 영국의 미술가들은 역사화에서는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높은 평판을 얻은 미국 태생의 두 화가 벤저민 웨스트와 존 싱글턴 코플리는 당대의 역사를 혁신적인 기법으로 묘사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에 풍속화는 왕립 아카데미의 장려로 활발하게 꽃피었으며 조지 몰런드, 조지프 라이트, 동물화가인 조지 스터브스 같은 유명한 화가들을 배출했다. 영국파는 또한 초기 단계에 영국 풍경화의 전통을 출범시켰으며 그 효시는 리처드 윌슨이었다.

고전주의적인 명료성과 질서의 원리를 영국 농촌의 묘사에 응용한 윌슨은 미묘한 빛과 거리 감각 및 웅장한 구성미로 영국 회화전통에 기여했다. 게인즈버러는 대부분 초상화를 그렸지만 풍경화에도 능숙하여 초상화에서처럼 특색있는 경쾌한 필치로 풍경을 다루었다. 18세기말경에는 존 로버트 커즌스가 매우 아름다운 수채풍경화를 그렸다. 19세기 직전에 영국에서 싹트기 시작한 낭만주의 정신은 19세기 중엽까지 영국예술을 지배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환상적인 소묘와 토머스 로렌스 경 및 헨리 레이번 경의 초상화들은 당시에 그려진 불후의 걸작들이다.

그러나 영국 낭만주의 예술이 본격적으로 꽃핀 것은 두 사람의 위대한 풍경화가 J. M. W. 터너와 존 컨스터블에 이르러서이다. 두 사람은 과거 대륙화가들의 작품과 아울러 윌슨·커즌스·게인즈버러의 화풍에 의거했으나 인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각각 상이한 자신들의 개성에 따라 원숙한 화풍을 개척했다.

터너는 지극히 시적인 그림 속에서 자연의 평화를 구하는 불안한 탐구심을 표현했으며 후기 작품에서는 추상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을 빛 속에 용해시켜 최소한의 질량감만을 남긴 채 거의 완전히 해체된 색채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컨스터블은 거의 영국 남부의 농촌 풍경만 그렸는데, 멀어지는 면들을 묘사하는 고전주의적인 구도 및 관습적인 갈색 색조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밝은 색조와 거칠고 짧은 붓질로 이루어진 채색법을 사용하여 새로운 화풍을 발전시켰다.

이 화풍은 그가 특별히 관심을 쏟았던 풍경에 미치는 기후의 영향을 포착해내는 데 특히 효과적이었다. 컨스터블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고 현대 풍경화의 토대를 세우는 등 유럽 회화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영국 미술에서 최고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던 생생한 관찰과 직접적 표현법은 1850년경 이후부터 강한 자의식에 바탕을 둔 복고주의와 그와 연관된 이론적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되었다. 영국에서 활발한 미술운동이 계속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전개의 주류는 다른 중심지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