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오도현과 같은 시기 사람이다. 먼저 그림을 배웠으며, 오도현과 함께 장승요(張僧繇)에게서 필법을 배웠다. 그뒤 조소를 전공하여 오도현과 함께 명성을 떨쳤다.

양혜지는 남북 각지의 절과 도관을 다니며 많은 소상을 만들었다. 또 장안의 북태화관옥황상은 송대에도 여전히 최고의 본보기로 주목을 받았으며, 〈오백나한상 五百羅漢像〉 등은 황소의 봉기군이 그 신묘함을 아깝게 여겨 끝내 훼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부조 형식의 산수벽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송대에 들어서 매요신·소동파(蘇東坡)·소철 등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진적은 이미 오래 전에 소실되었으나, 1918년 저명한 역사학자인 구제강[顧頡剛]은 장쑤 성[江蘇省] 우 현[吳縣] 자오즈 진[角直鎭] 바오성 사[保聖寺]에서 발견된 나한상 18존의 소상이 양혜지의 작품이라고 언급해서 미술계의 주목을 끌었다.

고증을 거친 결과 이 절은 양혜지 생존시기보다 약 100년 후인 당대 중기에 세워졌으며, 그뒤 다시 송·명·청을 거치면서 중수되었고, 소상은 송대에 만들어졌음이 확인되었다. 구제강은 죽기 1년 전인 1980년에, 절이 후세에 건립되기는 했지만 조소는 양혜지가 남긴 것이 틀림없다는 글을 남겼는데, 이 견해는 주목할 만하다. 저서로 〈소결 塑訣〉 1권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