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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스칸디나비아 법 및 유럽 대륙의 만민법(leges barbarorum : 게르만 부족법)과 함께 게르만 법이라고 불리는 법체계를 구성했다.

앵글로색슨 법은 자국어인 앵글로색슨어로 쓰였으며, 라틴어로 쓰인 대륙법에서 발견되는 로마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다. 로마는 앵글로색슨 법에 대해 간접적이고, 주로 교회를 통한 영향을 끼쳤다. 앵글로색슨 법은 8, 9세기의 바이킹 침공의 결과 스칸디나비아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다만 노르만인이 영국을 정복하면서 프랑크 법에 구체화되어 있던 로마 법이 영국의 법률들에 그 영향을 실감케 했을 뿐이다.

앵글로색슨 법은 3가지 구성요소, 즉 국왕이 선포하는 법률 및 포고집, 노르만인이 만든 토지조사대장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관습에 대한 권위있는 진술, 법규와 제정법에 관한 사적편찬물들로 되어 있다. 공공행정문제나 공공질서 및 종교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자료들도 있지만, 주로 강조된 것은 사법보다는 형법이었다.

앵글로색슨 법전은 10세기 이전에는 단지 채무면제금(피해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 지급되는 돈)의 목록만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0세기에 와서는 법익박탈(범죄자를 법익피박탈자로 선언하는 것)·몰수·체형·사형 등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형벌체계가 발전했다. 이 시기에는 행정 및 경찰 기능과 관련된 법률도 점점 더 발전해가고 있었다. 앵글로색슨 법체계는 관습법상의 권리와 특권간의 근본적인 대립에 의거하고 있었다.

관습법상의 권리는 공식화되었건 되지 않았건 인민 일반 혹은 인민을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들의 법률적 의식의 표현이라는 면에서 인정될 수 있는 규칙들의 산물이다. 이는 부족법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지방의 특색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동·서 색슨인, 머시아인, 노섬브리아인, 데인인, 웨일스인 등의 관습법상의 권리가 각각 달리 존재했고, 이러한 구분은 8, 9세기에 부족왕국들이 사라진 후에도 잔존했다.

10, 11세기에 주회(州會 : 앵글로색슨 시대 민회의 일종)는 이들 권리를 공식화하고 적용하는 책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전국적인 왕국평의회(앵글로색슨 시대의 의회)에서 관습법상의 권리에 관한 사상을 원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편 부동산·상속·계약·채무면제 등에 관한 부족법들은 주로 그 지방 관습법상의 권리에 의거해 규율되었는데, 공동체 내에서 개인들 스스로가 법률을 선언하고 적용해야 했다.

그러나 관습법상의 권리는 특별한 입법이나 허가에 의해 침해 또는 변형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그러한 특권의 근거가 된 것은 왕권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특권적 토지보유가 창출되었고, 친척의 상속에 관한 규칙들은 유언권의 허여 및 양여증서나 유언장의 확인으로 대체되었으며,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특별한 특권이 인정되었다. 결국 국왕의 특권하사에서 유래하는 권리들이 많은 점에서 관습법상의 권리를 능가하게 되었고, 그 권리들은 결국 봉건체제를 향한 출발점이 되었다.

10세기 이전에는 한 사람의 행위가 그의 개인적 의지의 행사로서가 아니라 친족집단의 행동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개인적 보호와 복수·선서·혼인·후견·상속 등은 모두 친족법에 의해 규율되었다. 자연적 동맹으로 시작했던 것이 나중에는 책임을 강제하고 불법적인 개인을 질서 속에 묶어두는 수단이 되었다. 친족집단이 불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되자 동업조합과 읍구(邑區) 등의 다른 집합체들이 그 책임을 떠맡았다. 노르만 정복 이전의 시대에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규율이 국왕의 입법에 의해 공식화되었다. 예를 들어 재산권 영역에서 보면 가축의 매매에 증인이 요구되었는데, 이는 그 매매행위를 유효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후일에 가축에 대한 타인의 주장으로부터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칙령에는 성시의 성문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매매에 대해 증인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성읍 외에서 이루어지는 매매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들 역시 구매자의 보호에 그 목적이 있었다. 평화의 유지는 앵글로색슨 법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당시에는 특정지역 내에서 하나의 권위가 지배하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궁극적인 권위자는 국왕이었기 때문에 국왕의 평화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점차 엄격한 법규나 규제조치들이 발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