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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그림[動畵]은 진정한 의미의 영화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1830년대 이래 페나키스토스코프(중심부의 둘레에 그림이 배열되어 있는 회전판)·조이트로프(회전 원통의 안쪽에 있는 그림을 통 둘레의 가는 틈으로 들여다보게 한 시각장치)·프락시노스코프(물체의 영상을 이용해 움직이는 듯이 보이게 만든 장치) 등의 시각장치들이 '상(像)의 지속'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보이거나 이용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런 기구들은 오늘날의 만화영화에 견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했는데, 행동의 연속적 단계를 그린 그림이 아주 빠르게 제시되면서 움직이는 듯한 환각을 만들어냈다.

20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는 스톱모션 촬영과 한 프레임씩 촬영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이 방식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가 널리 제작되어왔다(멜리에스). 1907년 미국의 J. 스튜어트 블랙턴은 애니메이션 영화 〈재미있는 얼굴의 익살스런 양상 Humorous Phases of Funny Faces〉을 만들었고, 이듬해에는 파리에서 에밀 콜이 익살스러운 만화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콜의 뒤를 이은 무성영화 시대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작가들로 로베르 로르타크, 방자맹 라비에, 조제프 에마르 등이 있다.

미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신문의 연재만화에서 유래했는데 〈머트와 제프 Mutt and Jeff〉·〈행복한 건달 Happy Hooligan〉·〈개구쟁이 어린이들 The Katzenjammer Kids〉과 같은 등장인물들이 신문 만화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작가 윈저 매케이는 〈공룡 거티 Gertie the Dinosaur〉·〈레어빗 핀드의 꿈 Dreams of a Rarebit Fiend〉 시리즈를 그렸다.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가 등장하기 이전에 가장 유명했던 만화영화 주인공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만화가 팻 설리번이 그리고 오토 메스머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고양이 펠릭스였다. 한편 러시아의 라디슬라프 스타레비치는 일찍이 1911년 자신의 작고 정교한 꼭두각시들을 움직이게 하려고 정지했다가 동작하게 하는 기술 같은 무성영화의 다른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했다.

독일의 화가 로테 라이니거는 고대 그림자극의 기법을 응용하여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아흐메츠 왕자의 모험 Die Abenteuer des Prinz Achmets〉(1926)을 만들었다.

유성영화 시대가 시작되자 월트 디즈니는 소리와 색채의 창조적 이용과 활기찬 주인공들(주로 의인화된 동물들), 그리고 독창적인 익살(주로 초기 슬랩스틱 희극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음)에 힘입어 재빨리 정상에 올랐다. 낙천적인 주제가인 '누가 크고 못된 늑대를 두려워하랴?'가 삽입된 디즈니의 〈아기 돼지 3형제 The Three Little Pigs〉(1933)는 뉴딜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1937년 디즈니는 첫 장편 만화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를 만들었다. 그후 〈판타지아 Fantasia〉(1940) 같은 몇몇 뛰어난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외에는 대체로 초기에 제작된 영화들이 가졌던 매력과 참신함은 대량생산 기술에 희생당하고 말았다.

이무렵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소련의 알렉산드르 프투슈코는 〈새로운 걸리버 The New Gulliver〉(1935)에서 동일한 장면 속에 실제 배우와 만화 인물을 함께 등장시켰다. 1940, 1950년대에는 디즈니식 만화영화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빌 해너, 조 바버라, 텍스 애버리, 폴 테리, 월터 랜츠, 척 존스 같은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똑같은 양식의 애니메이션을 계속하면서 거기에 무정부적이고 초현실적인 새로운 희극 요소를 첨가했다. 유나이티드프로덕션스오브아메리카(UPA)에서 일하는 아트 배빗, 존 허블리를 비롯한 동화작가들 대부분은 이미 디즈니의 양식을 벗어나 있었다.

디즈니식의 세세한 묘사와 자연주의에 반발하고, 현대 미술과 루마니아 태생의 사울 슈타인베르크 같은 전문가들의 영향을 받아 여백이 있는 비자연주의적인 그림을 선호했다.

캐나다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애니메이션 작가 노먼 매클래런이 입체영상(투시도법을 사용해 3차원적 존재 같은 인상을 주는 2차원적 표현) 및 합성 음향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술을 실험했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가 세운 애니메이션 작가 학교에서 더욱 발전되었다.

매클래런의 동료이자 제자인 조지 더닝은 영국으로 가서 일했는데, 영국에서는 1950년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가 활발히 제작되었다. 존 핼러스, 조이 배철러 등 영국에서 일하는 다른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중에 기반을 잡았으며 그외에도 페터 펠더시, 저속한 희극의 천재 보브 고드프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디즈니의 기술적 전통에 뒤지지 않으려고 애쓴 캐나다인 리처드 윌리엄스가 있었다.

동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체코슬로바키아와 유고슬라비아에서 나왔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이르지 트른카는 꼭두각시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독특한 전통을 만들었고,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 스튜디오에서는 바트로슬라브 미미카, 두샨 부코티치, 니콜라 고스텔라츠 같은 훌륭한 동화작가들을 배출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아주 다양하고 유연한 매체가 되었으며, 허블리의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기록영화 〈별과 인간에 대하여 Of Stars and Men〉에서 일본인 요지 쿠리의 익살스러운 소극(笑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와 전자식 비디오 장비가 발전하면서 애니메이션 양식과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