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동양의 가르침과 고대 그리스·로마의 가르침을 결합한 포괄적인 의학서적을 펴내 르네상스 시대까지 유럽의 외과수술법을 구체화했다.

그는 스페인 칼리프들 가운데 가장 존경받고 영화를 누렸던 아브드 알 라흐만 3세 안 나시르의 궁정의사로 활약했으며 30장으로 이루어진 의학서적 〈방법 at-Taṣrῑf liman ⁽ajaz⁽an at-Ta⁾ālῑf〉을 썼다. 이 저서의 대부분은 옛 권위자들의 저서, 특히 7세기 비잔틴 제국의 의사인 아이기나의 파울루스가 쓴 〈요약집 Epito- mae〉에 바탕을 두었지만, 독창적인 관찰기록도 많이 실었다.

이 가운데 특히 혈우병에 대한 기술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200개가 넘는 의료기구의 그림이 있는 마지막 장은 외과수술을 삽화를 곁들여서 설명한 최초의 독자적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동부 칼리프 제국의 의사들은 그의 저서 〈방법〉을 대체로 무시했지만,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에는 외과수술을 다룬 이 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12세기 학자 크레모나의 제라르도가 이 책을 라틴어로 번역해서 거의 500년 동안 유럽에서 외과수술에 대한 주요교과서로 쓰였고, 그 간결함과 명쾌함 때문에 고대 그리스의 의학 권위자인 갈레노스의 저서보다 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