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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인도 함대 사령관 매슈 C. 페리가 내항한 뒤 일본이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는 개국문제에 당면했을 때 교섭을 이끌었다.

유력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25세의 젊은 나이에 쇼군[將軍] 직속으로 정무를 총괄하는 직책인 로주[老中] 수좌에 올랐다. 그때까지 일본 정부는 복고적인 보수 개혁가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을 심각한 불안에 떨게 했다. 아베는 집권 초기에 이 변화들로 빚어진 불만을 성공적으로 완화시켰다. 그런데 19세기초에 서구의 배들이 일본 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하자 그는 일본의 전통적인 쇄국정책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해안 경계를 강화했다. 그리고 일본의 군사적·경제적 잠재력을 증진시키는 수단으로서만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1853년 페리의 함대가 내항했을 때 일본의 군사력은 미국의 전함에 비해 너무나 미약하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듬해 2월 페리가 다시 들어오자 그는 미국에 대해 제한적인 문호개방을 한다는 가나가와 조약[神奈川條約：1854. 3. 31]을 체결했다. 이어 영국·프랑스·러시아·네덜란드와도 화친 조약을 맺었다. 그 사이에 바쿠후[幕府]의 나약함에 고무되어 덴노의 권력을 회복하려는 운동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그는 나라를 팔았다는 비판에 몰려 대부분의 권력을 상실한 후 오직 내정에만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