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요약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
불교학자이자 번역가인 구마라집(鳩摩羅什)이 즐겨 썼다.
대응하는 산스크리트의 의미로는 〈중론 中論〉에서의 '진실인 것의 모습'(tattvasya lakṣaṇam) 또는 '존재의 본질'(法性 dharmatā), 〈법화경 法華經〉 서품에서의 '존재의 본성'(dharmasvabhāva) 등이 있으나, 직접 대응하는 원어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 말이다. 예를 들면 일여(一如)·일실(一實)·일상(一相)·무상(無相)·법신(法身)·열반(涅槃)·무위(無爲)·진제(眞諦)·진성(眞性)·진공(眞空)·실성(實性)·실제(實際) 등이 모두 실상과 통하는 말이다.
결국 진실 자체의 모습이라는 기본적 의미로부터 평등의 실재, 불변의 이치를 뜻하며 모든 존재의 이치가 되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모든 존재 자체의 성질이므로 법성(法性)이라 하고, 그 자체는 진실하고 상주하므로 진여(眞如)라 하며, 그렇게 진실하고 상주하는 것이 모든 존재의 진짜 모습이므로 실상이라 한다.
이 실상의 양상은 언어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입장의 마지막 단계인 천태종에서는 본질(理)과 현상(事)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이 곧 실재요, 차별이 곧 평등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모든 것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세계, 또는 미혹한 범부의 입장에서 곧바로 숭고한 부처를 볼 수 있는 세계가 실상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이 말은 흔히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강조된다. 예를 들어 제법의 실상을 설하는 것은 대승불교의 표지로 기존의 삼법인(三法印)에 실상인(實相印)을 더하여 4법인으로 삼는다.
모든 사물(제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실의 상태를 말한다. 언어와 사변을 초월한 진실의 세계는 부처의 방편에 의해서만 알려진다 하여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그 의의를 다양하게 설한다. 그리고 이것은 〈대지도론 大智度論〉이 반야바라밀로써 관찰하는 세계로 필경공(畢竟空 : 절대요구극인 공)이라 말하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대승불교를 일관하는 근본적 사상이다. 대승불교에서 제법실상은 연기하는 것, 즉 공(空)인 만물이 어떠한 순간에도 진실한 것임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이다.
세계의 참모습을 애초에 무상·무아라고 표현하는 것과 일치하지만, 그 강조되는 면에 차이가 있다. 인간을 포함하여 만물은 항상 변해가지만 이는 단순히 변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마다 변해가면서도 그것은 다른 것이 대신할 수 없는 존귀한 것으로서 항상 진실된 것이라는 사고가 대승불교에서 제법실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따라서 제법실상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내용은 각 종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저마다의 입장에서 가장 궁극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제법실상이라 한다.
이처럼 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상 또는 제법실상을 가장 강조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 〈법화경〉에서는 10여시(十如是)라 하여 제법(현상세계의 온갖 사물)의 실상을 10가지 유형으로 제시한다.
① 여시상 : 외적 모습, ② 여시성 : 내적 성질, ③ 여시체 : 안과 밖을 합한 전체, ④ 여시력 : 잠재적 능력, ⑤ 여시작 : 드러나 있는 작용, ⑥ 여시인 : 사물이 생기하는 직접적 원인, ⑦ 여시연 : 직접적 원인을 보조하는 간접적 원인 또는 조건, ⑧ 여시과 : 인연에 의해 생긴 결과, ⑨ 여시보 : 결과가 사실이 되어 밖으로 나타나는 것, ⑩ 본말구경등(本末究竟等) : 앞의 9여시가 서로 관계하여 일관해 있는 것 등이다.
이 10여시는 실상으로서의 사물이 생기(生起)하거나 존재하는 방식을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법화경〉을 주축으로 하여 공관(空觀)을 확립한 천태종의 규기(窺基)가 10여시를 공·가·중(空假中)이라는 세 원리(三諦)에 할당하면서 제법실상을 설명했다.
여기서는 〈중론〉에 의거하여 인연에 의해 생겨나는 모든 제법이 그대로 공이고 가이며 중이라고 본다. 또한 제법실상을 초중(初重)·이중(二重)·삼중(三重)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초중은 제법이 인연에 의해 생기고 그 제법이 공인 이치를 실상이라 간주하는 것이며, 이중은 공과 유(有)를 제법이라 하고 따로 제일의 진리로서 중도를 세워 제법이 중도인 이치를 실상이라 간주하는 것이고, 삼중은 차별의 현상을 모두 제법이라 하고 그 제법이 세 원리와 원융(圓融)하는 이치를 실상이라 간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법실상을 내걸은 천태종의 교학을 일반적으로 실상론이라 한다.
한편 선종에서는 부모로부터 생기기 이전의 본래의 면목이 제법실상이라 하면서 구체적이고 행동적으로 그 의의를 전개했다. 이밖에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어느 경우이나 진여인 실상을 현실에 끌어들여 실상과 현실이 서로 통하고 융합함을 논함으로써, 대승불교의 현실긍정적 태도를 이론적으로 해명하는 점에서는 같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