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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조 자료는 일반적으로 개인 문집의 부록으로 전해오거나 18세기 이후에 편찬된 가집 속에 전해오고 있다.
드물게는 잡록류에 단편적으로 전해오는 경우가 더러 있고, 한역(漢譯)된 형태로 전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이러한 고시조 자료는 20세기 들어 최남선의 〈시조유취〉(1928)에 1,000여 수 집성되었으며, 정병욱의 〈시조문학사전〉(1966)에 2,300여 수, 심재완의 〈역대시조선서〉(1972)에 1910년 이전까지의 작품 3,335수가 집성·정리되었다.
시조는 사대부계층과 함께 성장해왔기 때문에, 작품세계가 사대부계층의 역사적 체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고려말의 시조들은 대개 조선건국이라는 역성혁명(易姓革命)에 대한 태도와 그로 말미암아 형성된 갈등이나 감회를 다루고 있다. 정몽주의 〈단심가〉, 길재의 〈회고가〉, 이색의 "백설이 자자진 골에……" 등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조선초의 시조는 "대추볼 불거진 골에……"로 시작하는 황희의 시조나, "강호에 봄이 드니……"로 시작되는 맹사성의 〈강호사시사〉 등 태평송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작품과 계유정난의 소용돌이에서 사육신들이 지었다는 절의가(節義歌) 등이 알려져 있다.
사대부계층의 독자적인 미의식 세계를 반영한 시조는 16세기 사림파들의 시조로서, 이것들은 대개 문집에 덧붙어 전해오고 있다.
사림파의 시조는 그들의 문풍쇄신운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이 운동은 성리학적인 이념을 사회화하고 내면화해나가는 사림파들의 광범한 생활운동의 일부였다. 이들의 시조는 대개 산수자연을 벗삼아 심성을 기르고 성정을 닦고자 하는 성리학적 이념 추구의 구도시(求道詩)라 할 수 있다. 사림파 시조의 이러한 세계를 조윤제는 '강호가도'(江湖歌道)라고 명명한 바 있다.
강호가도는 향촌사회에 기반을 둔 사대부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와 고향의 임천(林泉)에 은거하여 수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은거처 주변의 산수자연을 성리학적 이념의 투사물로서 보는 상자연적(賞自然的)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강호가도적 사림파 시조는 자아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성리학적 이념의 일원적 질서 속에 놓여 있음을 믿는 경건성이 가미된 조화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강호가도의 이러한 이념은 사림파들이 견지하고 있던 지치주의적(至治主義的) 정치관이나 열정과 표리(表裏)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결국 사림파의 시조문학은 "물러나와 자기를 닦고 나아가서는 천하를 선하게 만든다"(退而自修 進而兼善)는 사림파의 진퇴관(進退觀)에 기초한 '은구(隱求)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16세기초 송순·이현보·이황 등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한 강호가도는 사림파가 정치적으로 승리하고 성리학이 무르익어가는 추세 속에서 16세기 이후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사대부 문학의 관습적인 풍조로 정착되기에 이른다.
시조는 사대부계층 가까이에서 그들에게 봉사하는 계층이었던 기녀와 가객에게 자연스럽게 확대되었으며 이들 계층에 의해 시조의 세계는 새로운 경지가 개척되었다.
기녀층은 높은 교양 수준을 토대로 비교적 일찍부터 시조작가로 등장했다. 그들의 시조는 자신들의 현실적 처지와 입장을 반영하여 주로 남녀간의 사랑과 그리움을 애틋하게 노래하고 있다. 가객층은 18세기에 들어서 시조의 작자층으로 등장했는데 사대부 시조를 모방하고 있는 측면이 두드러지지만 그들의 현실적 처지를 반영하여 사대부 시조와는 다른 측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들의 신분에 대한 자의식을 담아내는가 하면, 서민세계를 반영하여 애정행각이나 장사행위·세태풍자 등을 담아내기도 했다. 특히 후자는 사설시조의 세계로서 서민들의 생활세계를 반영한 사실주의적 문학으로 높이 평가되어왔다.
시조는 이러한 확산과정을 거쳐 19세기말에 이르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치선전의 도구로도 광범위하게 통용되었다. 그리하여 개화기의 시조는 문명개화, 자주독립, 매국노 성토 등의 시사평론적인 내용을 두루 포괄하는 토론의 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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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시조의 작품과 성격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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