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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10세기(Ⅱ사무 5 : 6~9)에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 다윗이 정복한 여부스족의 도시였는데 그는 여기에 왕국의 수도를 건설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이름이 다윗이 정복한 '시온 성'(Ⅱ사무 5 : 7)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온은 그 도시의 요새였을 것이다.

1세기의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시온을 예루살렘의 서쪽 언덕으로 보았는데, 그의 생전에는 예루살렘 도성의 대부분이 그곳에 있었다. 시온의 위치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이 그후 19세기말이나 20세기초까지 계속되다가, 시온의 위치는 동쪽 언덕(지금의 오펠)으로 확인되었다. 그곳은 16세기에 세워진 여러 요새의 성벽 안쪽에 위치하지 않았으며, 들판과 포도밭으로 덮여 있다.

시온이라는 명칭의 어원과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이 이름은 이스라엘이 정착하기 이전의 가나안어 명칭으로서 예루살렘이 서 있던 언덕을 가리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온 산'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쓰였다. 그러나 성서에서 '시온 산'이라는 표현은 언덕자체를 말하기보다는 도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구약성서〉에는 시온이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명칭으로서 152번 나오는데, 그중 반 이상은 〈이사야〉(46번)와 〈시편〉(38번)에 나온다. 〈신약성서〉에도 7번 나오는데, 5번은 〈구약성서〉의 인용문에 나온다. 시온은 무엇보다도 시적·예언적인 명칭이지만, 평범한 산문에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명칭은 대체로 정서적이고 종교적인 뉘앙스를 함축하고 있는데, 예루살렘이라는 명칭보다 시온이라는 명칭이 왜 그러한 뉘앙스를 더 갖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이름이 종교적이고 정서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은 왕의 도시이자 성전의 도시인 예루살렘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이름은 그 자체가 이스라엘 신앙의 몇 가지 기본적인 주제를 요약해서 나타낸다. 시온 산은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가 거처하는 곳이며, 그가 왕으로 계신 곳이며, 또한 그가 다윗을 왕으로 세운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역사 속에서 야훼가 활동한 장소이다.

예루살렘은 여성으로 의인화되어 '시온의 딸'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서로 상반되는 2가지 사상, 곧 예루살렘의 파멸이나 구원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서로 가득 차 있다. BC 586년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 의해 파괴된 후 이스라엘인들은 시온을 잊을 수 없었으며, 유대인의 바빌론 포로 이후의 예언에서 시온은 야훼가 메시아적 구원을 이루는 장소로 그려져 있다. 포로에서 풀려나 돌아올 곳이 시온이고(예레 3 : 14), 거기서 그들은 야훼를 만날 것(예레 31)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를 지닌 시온은 유대인의 고향, 유대주의의 상징, 유대인의 민족적 소망의 대상(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중심지나 국가를 건설하려는 19, 20세기의 운동을 나타내는 시온주의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음)을 뜻하게 되었다.

〈신약성서〉에는 시온이라는 이름이 별로 나오지 않는 데 반해, 그리스도교 문학과 찬송에 자주 사용되어 왔다. 이때 시온은 천상이나 지상에 있는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