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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주의는 고대 러시아 역사에 유래를 둔 가치와 제도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발전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1830년대 독일 철학 연구모임에서 발전해 나왔고, 프리드리히 셸링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 운동의 중심지는 모스크바였으며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고 여행경험이 많은 구귀족층의 성원들을 매료시켰다. 그 지도자로는 알렉세이 S. 호먀코프, 콘스탄틴 S. 악사코프와 이반 S. 악사코프 형제, 이반 V. 키레예프스키, 표트르 V. 키레예프스키 형제, 유리 F. 사마린 등이 있다. 이들 각각의 관심은 철학·역사·신학·문헌학·민속학 등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러시아가 서구를 발전과 근대화의 모범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고유의 특성과 역사에 맞게 정해진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슬라브주의자들은 로마 가톨릭교와 프로테스탄트교를 채택한 서구 사회가 도덕적 파산상태라고 간주하고 서구의 정치·경제 제도(입헌정부와 자본주의 등)는 결함있는 사회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반면 러시아 인민은 러시아 정교의 신앙에 충실하므로 공통의 신앙과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교 공동체'안에서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안에서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서구화).

슬라브주의자들은 러시아의 농촌공동체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부패하지 않은 표현으로 간주했다.

또한 독재적 정부형태가 민족을 정신적으로 결속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믿었다. 러시아가 그리스도교 공동체라는 모범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 이들은 일단 그와 같은 사회가 성립되면 그 다음 러시아의 임무는 서구의 합리주의·물질주의·개인주의를 대체할 정신적 가치를 다시 도입시킴으로써 서구사회를 소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슬라브주의자들은 당시 사회가 자신들의 이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었다.

이들은 표트르 대제(1682~1725 재위)가 서구를 모방하는 개혁을 도입하여 러시아를 부패하게 만들고 귀족과 농민 사이에 쐐기를 박았으며 자연스러운 사회관계를 뒤흔들어 놓았다고 믿었다. 또한 표트르 치하에서 조직된 국가관료기구를 경멸했고 그의 교회개혁이 정신적 권위를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러시아 사회를 완벽하게 만들고 이상적인 독재정치와 교회 복원을 위해 농노해방, 관료기구 축소, 시민적 자유(즉 언론·출판 및 양심의 자유) 인정, 그리고 전체 인민을 대변하는 기관(표트르 대제의 개혁 이전에 있었던 베체 또는 젬스키 소보르와 유사한 기관)의 설립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혁을 주장했다.

슬라브주의자들은 러시아 사회의 몇 가지 측면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러시아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관제(管制) 이념인 나로드노스트(narodnost : 민족성)와 유사한 견해를 갖고 있었으나, 니콜라이 1세는 자신의 정권(물론 표트르 대제의 개혁을 기반으로 한 것)에 대한 슬라브주의자들의 비판에 반대했다.

니콜라이 정부는 이들의 언론매체를 검열하고 전반적으로 이 운동을 억누르려고 했다. 또한 슬라브주의자들은 자신들과 거의 동시에 등장해 서구의 근대화 유형을 모방할 것을 주장했던 서구주의자들(Zapadniki)과 사상적으로 대립했다. 슬라브주의자들은 1840, 1850년대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크림 전쟁(1853~56)과 주요지도자들의 죽음(1856, 1860), 그리고 알렉산드르 2세의 개혁안 공표(1860년대)로 이후 쇠퇴했다.

이 운동의 원리들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자인 범슬라브주의자와 혁명적인 인민주의자(나로드니키)에 의해 수정되고 단순화되었다. 슬라브주의자들은 이같은 운동에 영향을 미친 것 외에도 러시아 정교에 대한 자유로운 신앙에 기초를 둔 정신적 통일과 종교적 공동체를 강조하는 호먀코프의 소보르노스트 이론을 비롯해 신학과 러시아 역사 및 민속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개별적으로 중요한 공헌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