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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심리소설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스베보(이탈리아어로 슈바벤 사람이라는 뜻)는 유리제품 상인이었던 독일계 유대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2세에 독일 뷔르츠부르크 근처의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후에 트리에스테의 상업학교로 옮겼으나 아버지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은행원으로 취직해야만 했다. 그러나 혼자 독서를 계속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어떤 삶 Una vita〉(1892)은 힘차긴 하나 산만하다. 이 작품은 분석적·내성적 구조와 무기력한 영웅의 고뇌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이러한 점은 이후의 작품에서도 계속 반복되고 있음) 혁신적인 작품이었으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마찬가지로 다음에 발표한 〈노년 Senilità〉도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작품에는 또다른 불안정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스베보는 상업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노년〉이 실패하자 공식적으로 집필을 포기하고 장인이 하던 사업에 전념했다. 기이하게도 그후 몇 년 동안 그는 사업차 영국을 종종 방문했으며, 그로 인해 1907년 트리에스테에서 제임스 조이스라는 청년을 자신의 영어 가정교사로 고용하면서 인생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조이스는 중년의 이 사업가에게 아직 발표하지 않은 〈더블린 사람들 Dubliners〉의 일부를 읽게 했다. 이를 계기로 그후 스베보는 조심스럽게 2편의 소설을 썼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조이스가 이 소설을 극찬함으로써 다시 저술활동을 시작하게 될 용기를 얻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소설 〈제노의 의식 La coscienza di Zeno〉(1923)은 정신과 의사에게 환자가 진술하는 형식으로 쓴 훌륭한 작품이다. 스베보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자비로 출간된 이 소설은 실패했으나, 몇 년 뒤에 조이스가 이 작품을 프랑스의 비평가 발레리 라르보와 벵자맹 크레미외에게 보냈고 그들이 그것을 출간함으로써 스베보는 유명하게 되었다. 1925년 시인 에우제니오 몬탈레가 〈레사메 L'Esame〉지에 스베보를 칭찬하는 글을 썼지만 이탈리아에서 그의 명성이 높아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스베보는 〈제노의 의식〉 후편을 쓰던 중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유작으로는 2편의 단편소설집, 몬탈레가 서문을 부친 〈멋진 노인과 귀여운 소녀의 이야기 및 미발표 산문 La novella del buon vecchio e della bella fanciulla, e altre prose inedite e postume〉(1930)·〈단기간의 감상여행 및 미발표 단편 Corto viaggio sentimentale e altri racconti inedite〉(1949)·〈수필과 흩어진 책장 Saggi e pagine sparse〉(1954), 희곡집 〈희극 Commedie〉(1960), 그의 미완성 소설을 영역한 〈제노의 고백 후편 Further Confessions of Zeno〉(1969) 등이 있다. 몬탈레와 주고받은 편지는 〈서간문 Lettere〉(1966)으로 발표되었다.

스베보는 궁극적으로 현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