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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미스 이래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학에서 시장가격과 거래량의 결정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근본원리로 다루어져왔다.

어떤 재화의 시장에서 다른 여건이 일정하다면, 그 재화의 수요량은 가격과 반대방향으로 변하는 감소함수가 되며, 공급량은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증가함수로 나타난다. 만일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상품이 남아돌아 초과공급량이 생기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가격을 낮추어 재고를 처분하려 할 것이고,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은 보다 많은 수량을 구입하고자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공급자와 수요자 양 측의 움직임으로 초과공급은 차츰 축소되겠지만, 수급량이 일치하기 전까지는 상품의 잉여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므로 가격인하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반대로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면 시장에서는 상품의 부족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이 서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부족한 상품을 사고자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고,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들은 보다 많은 수량을 팔려고 할 것이다. 그결과 상품의 부족분은 차츰 축소되겠지만, 역시 수급량이 일치할 때까지는 초과수요량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마침내 수급이 일치되는 점에 다다르면 초과공급량이나 초과수요량이 없기 때문에, 가격은 상승압력도 하락압력도 받지 않아 더이상 변화하지 않고 정지하게 된다.

이처럼 다른 상태로 변화할 요인이 없을 때 그 시장은 균형상태에 있다고 하며, 이때의 가격을 균형가격이라 한다. 또한 균형가격하에서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균형거래량 혹은 균형수급량이라 한다. 균형가격은 주어진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서 일단 성립하기만 하면 다른 사정의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되는 가격이며, 현실 시장가격은 이것을 향하여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균형가격 이외의 모든 가격은 불균형가격으로서, 어떤 시장에서 일단 성립되었다 하더라도 그 시장은 이 가격에서 정지상태에 있지 않을 것이다. 즉 그 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낮을 경우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균형가격보다 높을 경우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한편 해당 재화의 가격 이외에 다른 요인에 변동이 있으면 균형가격 역시 변화하게 된다. 즉 소득, 기호, 관련상품의 가격 등이 변하여 수요 자체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경우에 균형가격도 상승 또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산기술, 생산요소가격, 관련상품의 가격 등에 변화가 있어 공급 자체의 증감이 발생할 경우에도 균형가격은 하락하거나 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은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쟁의 순수성과 시장의 완전성이라는 2가지 조건이 전제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관철될 수 있다.

경쟁의 순수성이란 거래되는 재화가 완전히 동질적이며, 동일 재화에 대한 수급자가 다수 존재해 쌍방 모두 스스로 가격을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의 완전성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재화의 수급상태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찾아 행동하는 데 어떠한 장애도 없는 시장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독과점이 존재하고 각 경제주체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각자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다르다. 따라서 가격조정에 의해 균형을 찾아가는 신고전학파의 균형분석과는 달리 수량조정에 의해 불균형이 지속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