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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라는 시대적 개념을 발전시켜 최초로 이탈리아 역사를 저술했다. 공증인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받은 뒤 1433년 로마로 이주했으며, 다음해 로마 교황청 서기로 임명되었다. 외교사절로 베네치아 시(市)와 용병대장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를 방문한 뒤 고대 로마의 지형지세를 재현한 〈로마의 재건 De Roma instaurata〉(3권, 1444~46)을 썼다.

1459년에는 그리스도교 전파 이전의 로마 사회를 행정·군사 조직 개혁의 본보기로 제시한 〈로마의 승리 De Roma triumphante〉를 썼다. 교황권이 로마 제국을 계승한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이 책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이탈리아인들에게 로마인으로서의 애국심과 고대의 업적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그를 대표하는 2권의 저술은 1448~58년에 집필한 〈이탈리아 도해 Italia illustrata〉(1474년에 최초로 출간)와 1439~53년에 씌어진 〈로마 제국 쇠망 이후의 역사 Historiarum ab inclinatione Romanorum imperii decades〉(1483년에 최초로 출간)이다. 앞의 책은 이탈리아 각지를 두루 여행한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18개주의 지리와 역사를 서술한 것으로, 공화정과 제정시대의 로마에서 시작하여 게르만족 침입의 400년 세월을 거쳐 샤를마뉴 대제와 그뒤의 황제들이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서 그는 당시 이탈리아 내부에서 전개되고 있던 교권과 속권의 분열상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15세기 전반기에 일어난 고전문학과 서간체의 부흥에 관해서도 상세히 적고 있다.

그밖에도 32권으로 이루어진 대작 〈역사 Historiarum〉에서 그는 고트족이 로마를 약탈한 AD 410년부터 이탈리아에서 도시들이 출현하여 고대의 위신과 영광을 되찾은 1442년까지의 유럽과 그리스도교권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저작은 매우 신빙성 높은 자료에 의거하여 신중하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저술한 것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당시까지의 확실한 연대표를 갖추어 후에 중세 1,000년이라는 개념의 정립에 영향을 끼쳤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참고로 삼아 이탈리아의 분열상황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