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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루시(루스) 최초의 그리스도교 통치자로 군사 정복을 통해 키이우와 노브고로트를 단일국가로 통합하고 비잔티움 교회를 받아들임으로써 루스 그리스도교의 방향을 결정했다.

10~13세기에 키이우를 지배한 류리크 가문 출신 노르만계 공(公) 스뱌토슬라프의 서자인 블라디미르는 970년 노브고로트 공이 되었다. 972년 아버지가 죽자 곧 스칸디나비아로 도망간 그는 숙부의 도움을 받아, 키이우와 노브고로트 공작령을 장악하려던 스뱌토슬라프의 또다른 아들 야로폴크를 물리쳤다. 980년까지 블라디미르는 우크라이나에서 발트 해에 이르는 키이우 영토를 통합하고 불가리아, 발트 해 연안국가, 동방 유목민의 침략에 맞서 변경지방을 튼튼히 했다. 그리스도교는 블라디미르 집권 이전 키이우에 들어왔으나 그는 이교도로서 7명의 부인을 거느렸고 이교신전을 세웠으며,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포함해 우상숭배의식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잔티움에 반란이 일어나자 황제 바실리오스 2세(976~1025 재위)는 블라디미르에게 군사 원조를 청했으며 블라디미르는 그 대가로 바실리오스의 누이 안나와 결혼했다(→ 비잔티움 제국, 동방정교회). 그리고 987년경에는 그리스도교도가 된다는 조건까지 받아들여 협약을 맺었다. 바실리오스라는 그리스도교식 수호성인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뒤, 블라디미르는 비잔티움의 케르소네수스(지금의 셰바스토폴의 일부인 코르순) 지역을 점령했다. 이후 블라디미르는 키이우와 노브고로트에 그리스도교로의 개종을 명하고 백성의 저항을 진압한 뒤 우상들을 드네프르 강에 던져버렸다.

새로운 루스 그리스도교는 비잔티움 교회 전례를 따라 고(古)교회 슬라브어로 예배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블라디미르가 서방의 가톨릭·유대교·이슬람교를 마다하고 비잔티움 의식을 채택한 이유가 그 탁월한 아름다움 때문이라는 이야기(11세기의 수도승 야코프에게서 유래함)는 외부의 정치적 통제로부터, 특히 게르만족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려는 그의 의지를 신화적으로 상징화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비잔티움 제국은 새로운 루스 교회를 통제하기 위해 키이우에 그리스 출신 수도대주교 또는 대주교를 임명하여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대리이자 황제의 특사 지위를 주었다. 비록 키이우는 로마 교황청과도 사절을 교환했지만 어쨌든 루스-비잔티움의 종교적·정치적 통합은 동방의 슬라브족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영향을 막았고 루스 그리스도교의 방향을 결정했다.

블라디미르가 세운 교회 중에는 루스 개종의 상징이 된 키이우의 데샤틴나야가 있다. 개종한 뒤 블리디미르는 교육·사법 제도를 확대했고 빈민구제사업을 펼쳤다. 1011년 안나가 죽은 뒤 재혼해 게르만계 오토 왕조 출신의 신성 로마 황제들과 인척이 되었고 재혼해서 얻은 딸은 폴란드의 회복자왕 카지미에시 1세(1016~58)의 왕비가 되었다. 그가 죽은 뒤 그를 노래하는 민속 발라드와 전설이 많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