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베르나르는 10년이 채 못 되어 마장디의 그늘에서 벗어나 과학계에서 당당한 지위에 올랐다. 1854년 소르본대학교에는 그를 위해 일반생리학 강좌가 만들어졌고, 그는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855년 마장디가 죽자 베르나르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가설 없이 실험하는 마장디의 경험적 방법은 구시대적이었다. 베르나르의 역사적인 역할은 실험자가 필요로 하는 바를 확증하든지 또는 반박할 수 있도록 가설을 유도해가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베르나르는 과학적 관심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생산적인 연구자로부터 과학 철학자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1860년 이후 건강이 나빠지면서, 그는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생쥘리앵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파스퇴르는 베르나르의 지병의 원인이 이곳의 비위생적인 조건임을 탓하곤 했다.

묘하게도 베르나르는 췌장과 간에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장염으로 매우 고생을 했다. 건강을 위한 휴가는 그에게 숙고할 시간을 주었고, 이로부터 그의 걸작 〈실험의학의 연구에 관한 소개 Introduction à la médecine expérimentale〉(1865)가 나오게 되었다. 이 책에서 베르나르가 주창한 것은 의학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실험생리학에 기초를 두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외에 그의 논지들은 ① 생리학은 물리학과 화학에 기초를 제공할 수가 없지만, 물리학과 화학은 생리학의 기초가 된다. ② '생명력'이란 개념이 생명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③ 생체해부는 생리학적인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④ 생물학은 과학적 결정론, 즉 동일한 조건이면 현상도 동일하다고 보는 원리에 의존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통계학에 의심이 많았고, 통계학적 방법의 유용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도입했던 '내부환경'의 개념은 현대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베르나르에게 또다른 명예를 안겨주었는데, 그것은 프랑스 학술원의 일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그는 결혼에 실패한 뒤, 러시아계 유태인인 미모의 여성 마리 라팔로비치와의 정신적 우정으로 어느 정도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그의 강의를 들었고, 그를 위해 과학논문들을 번역해주었다. 베르나르의 친구들로는 파스퇴르와 마르셀랭 베르텔로와 같은 과학자 외에도 에른스트 르낭, 이폴리트 텐, 공쿠르 형제와 같은 문학계 인사들도 있었다.

베르나르에게 배운 학생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들로는 알베르 다스트르, 폴 베르, 아르센 다르송발 등이 있다. 베르나르가 자연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소르본에서의 베르나르의 직책은 베르가 이어받았다. 베르나르 자신의 실험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고 동물과 식물의 일반적인 현상들이 사후에 출판된 강의록의 주제를 이루었다. 그는 또한 발효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의 발견들은 그가 죽은 뒤 베르텔로에 의해 출판되었다. 그 내용은 파스퇴르의 견해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미생물 사냥꾼 파스퇴르는 이미 작고한 동료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1877년 가을에 베르나르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 새해 첫날에 그는 감기에 걸렸고, 얼마 뒤 신장에 염증이 나타나 병상에 누워 지냈다. 라팔로비치 부인과 그녀의 딸이 그를 간호했고 제자와 친구들이 찾아왔다. 그는 딸 토니가 미처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임종했다. 여행용 깔개가 그의 다리 위에 덮여졌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날 때이다." 프랑스에서 과학자로서는 최초로 국장이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