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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하는 혼인풍습으로 혼인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혼인상대자가 없을 경우, 고아나 어린 소녀를 데려다 키워 혼인했다.

민며느리에 관해 남아 있는 기록으로 〈삼국지〉 위지 동이전 동옥저에 의하면, 동옥저에서 10세 정도에 이미 며느리감을 데려다 키워 민며느리를 삼고, 장성한 뒤 일단 여가로 돌려보내 그쪽에서 청구하는 전폐를 지불한 후 다시 데려와 혼인하는 예혼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혼인 형태를 예부혼이라고 한다. 미개시대에는 여러 민족들간에 이러한 풍속이 있었고 한국에도 20세기초까지 천민계급에 내려오던 풍속이었다. 그러나 이 절차는 일반적인 풍속이라고 보기 어렵고 더욱이 혼인제도의 한 형태로 일반화할 수도 없다.

동옥저에서 예부혼이 행해진 원인은 고구려에서 동옥저의 처녀들을 탈취하여 비첩으로 삼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남가 쪽에서 여자를 어릴 때 데려와 그 보호 아래 신부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신부의 순결을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행해진 것으로 특수한 주변환경 속에서 생겨난 것이라 하겠다. 특히 남가가 부유하고 여가는 빈곤한 경우에 많이 행해진 것으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한국의 혼인례를 시기별로 크게 구매혼·동성혼·이성혼·간택혼으로 구분하는데, 고대 동옥저에서 행해졌던 민며느리제도를 구매혼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여아를 데려갈 때 책전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여가로 돌아온 후에 지불하고 신부를 데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매혼으로 보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이와 같은 구매혼은 여자를 한 가족의 재산(농업노동력)으로 간주해 그것을 취득하려 할 때는 마땅히 그 친권자에게 유형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생활법, 즉 관습법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옥저의 예부혼의 경우는 신부의 몸값에 대한 것이 아니고, 신부가 남가에 머문 기간동안 부모의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을 고려한 것이거나 남가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신부가 행한 노동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예부혼속은 여가 쪽의 경제적인 곤란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반드시 구매혼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위에 말한 바와 같이 공전을 지불하는 의도에 따라 다르게 된다. 한편 민며느리와 반대로 민사위라 하여 딸을 둔 집에서 소년을 데려다 길러 장성하면 사위로 삼는 예서제도 있었다. 이는 고구려의 처거제 또는 서류부가혼과도 구분되며, 지금의 데릴사위제와도 다르다.

고려시대에는 살림이 궁색한 서민뿐만 아니라 귀족층에서도 민사위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서류부가혼의 경우는 고구려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거쳐야 할 일반적 결혼형식이었는 데 반해 예서제와 데릴사위제는 일부 사람만이 택하는 방법이라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