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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목숨을 뜻하는 '명'의 예는 〈논어 論語〉 안연편의 "죽고 사는 데 운명이 있으며, 부귀빈천은 하늘에 달려 있다", 〈서경 書經〉 홍범편의 "하늘이 준 삶을 마친다", 〈한비자 韓非子〉 현학편의 "수는 명이다" 등을 들 수 있다. 또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필연성을 뜻하는 명에 대해서는 〈논어〉 헌문편의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명이며, 도가 장차 없어지는 것도 명이다", 〈맹자 孟子〉 만장 상편의 "얻고 얻지 못함을 명이 있다고 한다", "부르지 않았는데 오는 것이 명이다"라고 한 것과 〈장자 莊子〉 인간세편의 "그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아 운명인 듯 편안해함은 덕의 지극함"이라고 한 예가 있다.

한편 천명으로서의 명은 정치적인 의미와 윤리적인 의미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시경 詩經〉 주송에 "하늘의 명은 의연히 그침이 없다"라고 한 것, 상송에 "하늘의 명으로 제비[玄鳥]가 내려가 상나라가 비롯되었다"라고 한 것은 하늘을 인격적인 존재로 이해해 명을 하늘의 요구로 본 것이다. 이때의 명은 천명을 받은 사람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어 지배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공자에 이르러 천명은 덕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하여 덕명의 의미로 이해됨으로써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논어〉 요왈편에는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라 할 수 없다"고 했으며, 천명은 곧 인간에게 내재하는 덕, 또는 마땅히 실천해야 하는 하늘의 사명이라고 이해했다. 즉 〈중용 中庸〉의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는 것이 그 예이다. 한편 송대에 이르면서 명 또는 천명의 개념이 철학적으로 체계화되었다. 정이는 〈이천선생어 伊川先生語〉에서 천·명·도(道)·심·성·정은 모두 같은 것인데, 성의 근본이 되는 것이 명이라고 했다. 또한 주희(朱熹)는 〈주자어류 朱子語類〉에서 〈중용〉에서 말하는 명은 "품부된 이를 말한다. …… 명의 바름은 이에서 나오고 명의 드러남은 기질에서 나오는 것이니 모두 하늘이 부여한 것이다"라고 했다. 송대에는 이와 같이 명이 도덕개념과 연관되어 자기에게 내재하는 이로 이해되었다.

한편 이러한 명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맹자〉 진심 상에 "명 아닌 것이 없으니 …… 순조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명을 아는 사람은 위태한 담 밑에 서지 않는다. 그 도를 다하고 죽은 사람은 명을 바로한 것이며, 얽매이고 갇혀죽은 사람은 명을 바로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자세는 명을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한계성으로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행해야 할 당위적 행위의 근거로 이해하기도 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