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날카로운 회의론을 주장함으로써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로부터 자기 철학에 대한 매우 통찰력있는 비판가로 인정받았다.

어릴 때부터 히브리어에 통달하고 랍비의 가르침을 폭넓게 공부했으며, 12세기 스페인계 유대인 모세스 마이모니데스를 특별히 존경하여 그의 성을 본떠 자신의 필명을 마이몬이라고 지었다. 마이몬은 20세도 되기 전인 1770년 마이모니데스의 〈혼란에 빠진 자들을 위한 길잡이 More nevukhim〉를 비(非)정통적으로 해설한 글을 써 유대인 동료들의 미움을 샀다. 25세 때 폴란드를 떠나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로 간 뒤, 유럽을 떠돌아다니다가 폴란드 포센에 정착하여 튜터로 일했다. 1790년 니더지게스도르프에서 칼크로이트 백작 프리드리히 아돌프의 저택에 살게 되면서 물질적 안정을 얻었다. 그뒤 10년 동안 K. P. 모리츠가 편집해 준 자서전 〈잘로몬 마이몬의 전기 Salomon Maimons Lebensgeschichte〉(1792)와 칸트 철학 비판서 〈선험철학 연구 Versuch über die Transcendentalphilosophie〉(1790)를 비롯하여 중요한 철학저서들을 썼다.

마이몬은 칸트 제자의 대열에서는 벗어났지만, 오히려 스승을 비판하여 칸트의 칭찬을 받았다. 칸트는 자신의 비판가 가운데 마이몬이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을 가장 잘 이해했다고 서슴없이 주장했다. 마이몬의 회의론은 칸트 철학에 접근하기 위한 비판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마이몬은 순수사유의 한계를 강조함으로써 사유와 경험의 관계, 앎과 믿음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그 목표 자체가 완전히 이루기는 힘든 것이지만 종교적·윤리적 가치가 있다.

그밖의 주요저서로는 〈철학사전 Philosophisches Wörterbuch〉(1791)·〈철학의 진보에 관하여 Über die Progressen der Philosophie〉(1792)·〈인간정신에 대한 비판적 연구 Kritische Untersuchungen über den menschlichen Geist〉(179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