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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

동인도제도의 섬들은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에 거대한 방파제처럼 놓여 있으며, 자바·보르네오·수마트라·뉴기니같이 전 지역 또는 일부가 대륙붕에 놓여 있는 지역과 서쪽으로 발리 섬과 보르네오 섬, 동쪽으로 아루 제도와 뉴기니 섬 사이의 지역처럼 산맥이 바다에 잠기면서 산봉우리들이 여기저기 물 밖으로 드러난 지역들로 나누어진다.

이 지역 중심지는 순다 대륙붕이라고도 부르는 순다 대양저이다.

얕은 바다에 잠겨 있는 이 중심지를 둘러싸고 바깥쪽 부분에서 계속된 습곡으로 나머지 지역이 조금씩 생겨났다. 중생대에 조산운동(造山運動)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순다라는 대산괴가 이루어졌다. 섬들이 활 모양을 그리는 곳에서 이 대산괴와 맞닿아 있는 신생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조산운동이 일어나 산이 생겨났으나 그 경우를 빼면 이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개가 넘는 화산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50년 동안 70여 개 화산이 폭발해왔다.

대부분 진원지는 근처 깊은 바다 아래에 있었다. 마지막 제4기 빙하시대 동안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나 더 낮았으며, 순다 대륙붕은 물 밖으로 드러나 있었고 그 위로 큰 강들이 가로지르며 흘렀다. 육교(陸橋)가 생겨나고 여기를 통해 동물과 초기 인류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약 1만 7,000년 전 빙상(氷床)이 녹을 때 순다 대양저 일부가 바닷물에 잠겼으며 산마루와 높은 지대는 섬과 반도가 되었다.

기복이 심한 지역에는 원줄기가 되는 크고 험한 산맥들이 우뚝 솟아 있는데 화산지대에서는 산꼭대기에 화구구가 발달해 있고 높이가 3,000m 이상인 봉우리들도 많다. 순다 대륙붕 주변의 좀더 안정된 지역에서는 산맥 경사면이 완만하게 뻗어 있다. 그러나 나중에 만들어진 산계(山系)들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많은 화산들과 퇴적층이 비와 강물에 침식되어 기복이 고르지 않다.

수마트라 서부해안, 마카사르 해협, 플로레스 해에는 거대한 산호초가 발달해 있다. 그러나 수마트라 섬, 말레이 반도, 자바 섬과 보르네오 섬 사이에 자리잡은 순다 대륙붕의 바다 해안에는 산호가 없다. 소(小)순다 열도에는 환초(環礁)와 작은 암초들이 널려 있다. 몇몇 섬에는 강 입구가 물에 잠기면서 넓은 강어귀가 형성되어 있으며 수마트라 섬 동부, 보르네오 섬 서부와 남부, 뉴기니 섬 남서부 같은 곳에는 광활한 늪지대가 있다.

이 지역은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기름진 충적지대인데다 배수도 잘 되는 자바 섬 중동부, 수마트라 섬 북부, 소순다 열도 일부 지역에 비해 사람이 살기에는 알맞지 않다.

산에서 바다쪽으로 비교적 길이가 짧은 강들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 많은 강들이 순다 대륙붕과 여기에 이웃한 다른 대륙붕 지역을 가로지르며 뻗어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강들을 통해 자바에서 식물을 경작하는 화산토와 관계가 있는 여러 가지 침식물들이 많이 옮겨진다.

말라카 해협에 면한 수마트라 해안과 같이 강물이 많은 양의 퇴적물을 실어올 때,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합한 지역에서는 삼각주가 생겨난다.

동인도제도의 토질은 매우 다양하다. 안정된 지역은 오래되고 양분이 다 빠져나가 쇠퇴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마트라 섬의 몇몇 지역, 자바 섬 중부와 동부에 걸친 넓은 지역, 셀레베스 섬 여기저기처럼 화산지대나 화산재가 쌓여 생긴 땅들은 덜 안정되어 있지만 토양은 더 기름지다.

적도지역 특히 안정된 순다 대륙붕에 자리잡은 말레이 반도, 보르네오 섬 같은 여러 섬들에 분포된 홍토(紅土)는 농사를 짓기에는 너무 메마르고 실제로 쓸모가 없을 때도 있다. 인도네시아 동부 일부 건조지대에서는 흙 속의 물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생겨난 특이한 토양인 열대 흑색토가 발견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큰 섬들에는 순다 대륙붕을 낀 해변쪽에 거대한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죽은 식물이 표면에 자꾸 쌓여서, 많은 수확을 얻을 수도 있는 땅들을 실제로 거의 쓸모없게 만들고 있다.

이 지역의 기후는 매우 고른 편이다.

적도계절풍기후가 수마트라·보르네오·셀레베스, 그리고 뉴기니 북부 낮은 지역에서 나타나는데, 매달 한낮의 기온이 26℃를 오르내린다. 연중 비가 많이 내리며 기류의 움직임은 느린 편이다. 뉴기니 남부에서는 열대계절풍기후가 자바·발리·티모르·보르네오 북부 같은 곳은 계절에 따른 기후와 강우량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고 바람도 일반적으로 더 세게 분다. 습도도 비교적 높다. 열대성 저기압에서 비롯되는 폭풍은 인도네시아 동남쪽 끝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기후는 저지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며 농업에 적합하다.

이 지역 삼각주는 조방적(粗放的)인 쌀농사에 가장 좋은 땅이다. 그러나 자바쪽의 얼마 되지 않는 땅만이 영구경작을 위해 개간되었다. 이 지역은 기후가 갖고 있는 특징을 반영하듯이 식물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인도네시아 동부에는 높이가 30m나 되는 나무들이 자라는 상록다우림 지대가 있다. 셀레베스 섬 남부, 소순다 열도에 있는 삼림은 거의가 낙엽성이다. 덩굴식물과 등줄기 같은 덤불들이 사방에 뒤엉켜 있는 것이라든지, 습지대 수목인 많은 종류의 야자들이 인도네시아 해안 여러 곳에 퍼져 있는 것도 이 지역의 기후 및 지형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경관이라 할 수 있다.

티크는 자바 중동부에, 유카리나무는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자란다. 가는 모래가 쌓이면서 땅이 바다쪽으로 뻗어나가는 지역 대부분에서는 순다 지대와 사훌 지대에서처럼 홍수림대가 바다쪽에 나란히 서서 자라나기도 한다. 퇴적이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해안에서는 보통 카수아리나속의 관목과 야자나무가 해안 가장자리를 따라 좁고 긴 형태로 뻗어 있다.

이 지역은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섬의 오랑우탄, 수마트라·자바·발리 섬의 호랑이, 수마트라의 코끼리, 수마트라·숨바와 섬의 물소 등 동물군이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뉴기니 섬에서는 매우 눈부신 깃털을 가진 새(특히 작은 잉꼬, 앵무새, 극락조)들이 발견되며 순다 대륙붕의 얕고 잔잔한 바닷가에는 다양한 형태의 해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주민

이 지역 최초의 주민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오스트랄로이드·니그리토·멜라네시아 인종들이다. 그러나 약 4,000년 전 북쪽에서 몽골로이드들이 이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원주민들은 험준한 오지나 열도의 먼 섬으로 쫓겨나버렸다. 산악지대나 인도네시아 몇몇 섬 중앙부에는 네시오트족, 해안과 강쪽의 낮은 지대에는 파레오족이 살고 힌두교·이슬람교·불교에서 영향을 받아 오늘날 다양한 모습을 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19세기초 유럽이 식민지를 계속 넓혀나가자 동인도 제도의 경제·사회·정치 구조에도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원주민들 가운데서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만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일거리가 생겨났고 많은 중국인들과 인도인들이 옮겨와서 상업, 대금업을 하거나 광산 노동자, 농업 노동자로 뿌리를 내릴 정도가 되었다. 작지 않은 규모의 이들 이주집단은 이 지역에 강한 특색을 형성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다.

경제

동인도제도에서 농업은 가장 중요한 경제기반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농민으로, 농사를 짓거나 농업에 바탕을 둔 2차산업 부문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노동 인구당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몫은 다른 경제분야에 비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고지대에서는 이동농경을 하고 저지대에서도 농사가 성하다. 자바 중부와 동부에서는 덩이줄기를 기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쌀을 비롯한 곡물생산이 가장 중심이 되고 있다. 유료종자·섬유·사탕수수·차·코코아·향신료·고무 생산은 대체로 소작농과 사유지 단위에서만 하고 있다. 가축은 인도네시아 열도 동부에서만 사육하고 있다. 흔히 기르는 큰 동물은 물소와 소이며, 염소와 양 사육은 인도네시아 이슬람교 지역을 제외하면 드문 편이다. 동인도제도에서는 아직도 가축의 힘을 이용하여 원시적인 농사를 짓는다.

세계적인 대규모 무역군에 들어가는 지역은 아니지만, 세계 고무 수출의 50％ 이상, 주석 수출의 65％ 이상, 식물성 기름의 50％ 이상, 쌀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에 거래량뿐만 아니라 상품 수도 크게 늘어났다. 대부분의 주요도시에는 공항이 있지만 해상수송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GDP의 1/10 또는 그 이하이며, 다른 나라에서는 10~25％ 정도이다. 농촌에서는 고무와 팜유 가공, 작은 규모의 정미업, 벽돌과 타일 제작 같은 산업이 이루어지고 도시에서는 큰 규모의 정미업, 고무재가공, 주석제련, 방직, 자동차와 전자부품조립 등을 한다. 이 지역 도시에서는 특히 제조업이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 구매력이 낮고 상품수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동력 공급시설이나 다른 기간시설들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에 시장수요가 적었고 그러므로 상당히 더디게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순다 대양저에 속한 지역 대부분은 세계에서 광물이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대 가운데 하나로 주석·금·구리·아연·은·납·철광석·마그네슘·크로뮴·코발트·바나듐·몰리브데넘·텅스텐이 풍부하다. 석회석·형석·고령토·석고·이회토·석영·규사·암염도 널리 발견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국가들이 독립하자 전통적으로 생산하던 광물뿐만 아니라 석유·철광석·보크사이트·니켈·구리처럼 전에는 대단찮게 여기던 다른 많은 광물들까지도 생산하게 되었다. 석유 생산지대는 부르나이 섬, 보르네오 섬 동부에 걸쳐 있으며, 보크사이트와 니켈은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난다. 광업의 발전은 경관은 물론 도시지역 개발과 통신시설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역사

인도계통 왕조들은 주로 수마트라·자바·보르네오 섬 등에 자리잡고서 15세기까지 흥망성쇠를 겪었다. 14~15세기에는 중앙아시아와 인도에서 이슬람교가 전해졌고, 말레이 반도에 있는 말라카는 주요 중계무역항이자 이슬람교 전파 중심지가 되었다. 1511년 포르투갈인들이 말라카를 점령하면서부터 유럽인들이 이 지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인은 뒤에 네덜란드인들에게 쫓겨났으며, 영국인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동인도제도는 네덜란드 손에 넘어갔다. 포르투갈인들은 가까스로 티모르만 차지한 채 물러났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유럽인을 대신해서 일본인들이 이 지역을 지배했다. 이때 민족주의가 자극을 받아 발전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새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