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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행동

다른 표기 언어 animal behavior

요약 살아 있는 모든 동물에서 관찰할 수 있는 행위.

모든 동물은 살고 번식하기 위해 먹이를 찾고 배우자를 구하며 위험을 피하고 또 적을 공격한다. 이러한 자기보존과 종족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동작·발음·발광·수면 등이 이루어지는데 이때의 모든 크고 작은 움직임과 활동방식을 행동이라 한다.

인간은 사실상 옛날부터 이러한 동물의 행동을 이모저모로 연구해왔다. 수렵시대에는 짐승을 제대로 사냥하기 위해서 그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잘 알아두어야 했고 물고기잡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동물이 지나가는 길목을 알아두었다가 미끼나 덫을 놓아 잡았고 그물을 쳐 거뒀다. 이러한 동물의 행동에 대한 지식은 마찬가지로 가축을 효과적으로 부리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날 동물의 행동연구는 이러한 응용목적보다는 동물의 어떠한 행동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의 연구에 집중되고 있으며, 아울러 그러한 행동이 그 생물의 생활과 적응에 어떻게 공헌하는가를 밝히고 또 그러한 행동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진화되어왔는가를 탐구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즉 메커니즘, 적응성의 본질, 그리고 그 기원에 대한 연구로 집약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정보와 지식은 한편으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기원을 따지며, 나아가 인간의 사회활동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연구목적을 위해 어떠한 방법이 사용되는가? 이에 대한 주장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어떠한 학파든지 동물의 행동이 자연조건에서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이며, 특히 현대 동물행동학의 창시자이며 본능을 행동의 기초로서 중요시한 독일의 K.Z. 로렌츠, 네덜란드의 N. 틴베르헨에 의해 강력히 주장되고 있다. 따라서 야외관찰이 주된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이런 경향과는 달리 J.B. 윗슨, E.L. 손다이크 및 B.F. 스키너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파들은 행동의 기초를 반사로 보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중요시하고 모든 행동을 생리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콘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오스트리아의 자연학자로 동물 행동학의 창시자

ⓒ Eurobas / wikipedia | CC BY-SA 3.0

이런 점에서 거의 모든 행동을 조건반사로 보려 했던 러시아의 I.P. 파블로프도 같은 테두리에서 이해될 수 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하였던 개의 모습

ⓒ Rklawton / wikipedia | CC BY-SA 3.0

그러나 오늘날에는 동물의 신경생리·내분비·감각기관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또한 이러한 현상들의 분자 생물학적 기초가 차츰 밝혀짐에 따라, 행동학은 실험 생물학과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을 만큼 생물학의 기타 전문분야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동물이 어떤 조건에서 왜 그와 같은 반응을 나타내는가와 그러한 결과와 풀이가 야외의 자연조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다. 특히 인간과 동물 사이에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그러하다.

동물의 본능

어떤 동물이 태어난 후 다 자랄 때까지 그 행동을 계속 관찰해 보면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선천적으로 물려받아 처음부터 비교적 완전하게 나타나는 행동으로 이것을 생득적(生得的) 행동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자라면서 점차로 발전하여 완성되는 것으로 이것을 획득행동이라 한다. 생득적 행동에 속하는 것으로 본능적 동작과 무조건 반사를 들 수 있다. 재봉새는 때가 되면 나뭇잎 2개를 맞대어 가장자리를 꿰매 둥지를 틀고 그 안에 산란한다. 이것은 다른 새의 행동을 보지 않고도 스스로 하는 행동이다.

또 날도래곤충의 애벌레는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혼자 독특한 모양의 집을 짓고, 뻐꾸기나 다른 철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방향과 장소를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이주한다. 또 어떤 새는 따로따로 지내는 반면 어떤 새들은 무리를 지어 지낸다. 이런 식으로 외부로부터의 가르침 없이 스스로 하는 행동을 본능적 동작이라고 한다.

이동 중인 흰기러기들

ⓒ Double Brow Imagery/Shutterstock.com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2번째로는 무조건 반사를 들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뇌를 제거한 개구리의 다리를 식초산에 담그면 개구리는 다리를 순간적으로 오그린다.

그러나 이러한 근육수축 운동은 중추신경계와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무릎 반사나 눈깜박임 반사처럼 어떤 자극을 주었을 때만 일어나므로 본능적 동작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북극바다오리 어미는 새끼가 사고로 없어졌는데도 며칠간 새끼가 있던 장소로 먹이를 운반해주는 행동을 계속한다. 이것은 자극이 있어야 일어나는 무조건 반사와는 다른 본능적 행동이다.

본능적 행동은 그 동물의 종에 따라 독특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어버이에게서 물려받은 다른 특성들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본능적 행동은 언뜻 보아 고정불변인 것 같으나 사실은 성숙과정을 거치면서 약간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해 생득적 본능 행동은 흔히 후천적 학습에 의해 보완되는 경우가 많아 획득행동과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본능적 행동은 배고픔 같은 일종의 내부적 흥분에 대한 반응으로 발휘되는 것이 보통이나 외부적 자극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란목지빠귀 수컷은 세력권을 마련한 후에는 다른 수컷을 보면 지저대거나 쫓아내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상대 새의 가슴에 있는 푸른 색깔에 대해 나타내는 것인데, 이것이 곧 공격이라는 본능적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재갈매기 새끼는 어미새의 아랫부리에 나 있는 붉은 점을 보면 그곳을 쪼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어미는 삼켜온 먹이를 되뱉어 새끼에게 먹인다.

틴베르헨이 모조품 어미새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아랫부리에 붉은 점이 없으면 새끼들은 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이 붉은 반점이 자극의 직접 원인이 된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며 이러한 자극을 신호자극이라 부르게 되었다.

로렌츠는 어떤 특수한 자극과 동물의 반응 사이에 일정한 대응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동물에도 일정한 신호자극을 파악하는 어떤 신경 메커니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메커니즘은 생득적으로 장치되어 있고 평소에는 억제되어 있다가 신호자극이 주어지는 순간에 풀어져 해당반응을 작동시킨다고 하여 생득적 해발인(解發因) 메커니즘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콘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오스트리아의 자연학자로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 Eurobas / wikipedia | CC BY-SA 3.0

이와 같은 본능적 행동의 예를 신생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인간행동). 즉 신생아는 산모의 가슴을 더듬어 젖을 찾아내며 손에 물체가 닿으면 반사적으로 이것을 꼭 쥔다. 또 물속에서 턱을 받쳐주기만 하면 헤엄을 치며 두 손을 위쪽으로 잡아주면 걷는 동작을 취한다.

더욱이 산모의 얼굴을 보면 웃음을 짓는데, 두 눈을 가진 얼굴 모형과 한 눈을 가진 모형을 보여주는 실험에서 두 눈을 가진 모형이 웃음을 유도하는 데 훨씬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해발인은 일반적으로 환경의 일부로서 어떤 동물의 본능적 행동을 시동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앞의 재갈매기의 경우에는 아랫부리의 붉은 반점이 시각적인 해발인의 구실을 한다. 암탉의 경우에는 청각적인 해발인이 작용하는데, 이들은 유리덮개 속에 갇힌 병아리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며 버둥대도 본체만체하다가 유리덮개를 치워 소리가 들리면 즉시 구조행동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해발인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의 학습

개요

동물의 행동에는 본능과 같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득적 행동과 학습과 같이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획득행동이 있다.

그러나 이 2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그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다. 게다가 행동에는 이 2가지의 혼합형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습은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는데, 대체로 경험의 결과로서 개인의 행동에 적응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말한다(→ 동물의 학습).

조건반사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에게 고기를 주면 침을 흘리는 반응을 보임을 관찰했다.

그는 개가 고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종을 여러 번 쳐주었다. 이렇게 되풀이하여 종을 치면 나중에는 고기를 주지 않고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이때 침을 흘리는 것은 종소리같이 외부에서 만들어준 조건에 대한 반응이므로 후천적인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참여했던 개의 모습

ⓒ Rklawton / wikipedia | CC BY-SA 3.0

습관화

가을에 벼논에 새떼가 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 흔히 허수아비를 세워놓는다.

그러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새들은 이 허수아비에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논에 그대로 내려앉는다. 이와 같이 동물이 처음으로 자극을 받았을 때에는 반응을 나타내나 그 자극에 대해 점점 익숙해져서 그 반응을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습관화라고 한다. 수조나 어항의 유리뚜껑 안쪽에 붙어 있는 히드라나 달팽이를 유리덮개 밖에서 가볍게 치면 처음에는 움츠러들지만 계속 반복하면 나중에는 움츠러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이러한 습관화에는 시간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갯지렁이가 구멍 속의 집으로 들어가는 행동에 대한 습관화를 유도할 때, 빛을 매30초 간격으로 비춰주면 비춰주기를 40회 하기 전에 습관화가 이루어지지만 불빛을 5분 간격으로 줄 경우에는 불빛을 80회 주어야 겨우 습관화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화가 생물의 적응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특히 사회를 이루거나 군체를 이루는 동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다에 사는 여러 조류들은 해안가 절벽에 촘촘히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데 만약 개체간에 가까이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싸움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생존과 번식에 불리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습관화는 자극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사라져 원래의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오리떼 앞에 늘 있던 개가 붉은 목도리라도 하고 나타나면 오리들이 모두 울어 소란을 피우는데, 이는 습관화는 이루어질 당시의 상황과 배경에서만 유효하게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정 종의 동물집단 사이에 다른 종이 들어왔을 때, 공격반응을 나타내 결국 동일집단을 스스로 보호하려는 집단보존장치로 유효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습관화는 서로 다른 종 사이의 관계, 즉 종간관계(種間關係)에도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사나운 포식자보다는 해가 없는 순한 동물들과 더 쉽게 이웃한다는 것은 습관화와 관계된 중요한 생존방식이다.

틴베르헨은 목이 길거나 짧은 새로 보이게 할 수 있는 실루엣 모형을 만들어 오리새끼들 머리 위에 띄우는 실험을 해보았다. 이때 이 모형을 목이 긴 새가 날아가는 모양으로 이동을 시켜보았더니 오리새끼들이 그대로 있었으나, 목이 짧은 새가 날아가는 모양으로 움직였더니 오리새끼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러한 반응의 차이는 본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보다는 습관화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니콜라스 틴버겐(Nikolaas Tinbergen)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동물 행동학을 연구하였다.

ⓒ Lorenz and Tinbergen / wikipedia | CC의 BY-SA 3.0

시행착오

동물이 어떤 일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고 나중에 그 가운데 유리한 행동만을 거듭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종류의 학습은 병아리에서도 볼 수 있다. 병아리는 처음에는 땅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이나 쪼아먹어보지만 후에는 먹어도 괜찮은 것만을 쪼아먹는다. 또 새 가운데 푸른어치는 처음에는 맛이 고약한 모나크나비와 보통맛이 나면서 이 나비와 모양이 비슷한 의태형(擬態型) 줄나비의 일종인 리메니티스 아르키푸스를 구별하지 못하고 마구 잡아 먹다가 모나크나비를 먹고 구토를 일으킨 후에야 비로소 이 2가지 모두를 피하는 학습을 한다.

이는 모나크나비에는 칼로톡신(calotoxin)류의 독성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모나크나비가 애벌레 시기에 박주가리식물의 잎을 먹고 자라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모나크나비를 닮은 줄나비가 생긴 것은 포식자를 피하게 하는 선택압(選擇壓)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모방

행동학자들은 경험 없이도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경우를 직관적인 학습으로 보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다른 동물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모방이다.

즉 행동 패턴은 학습하는 동물의 행동 레퍼토리 속에 이미 들어 있고, 다만 다른 동물이 보여주는 그러한 행동을 보고 그 시각적 자극에 의해 그러한 행동 패턴이 표출된다는 것이다. 강아지가 다른 개들이 짖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서툴게 짖다가 나중에는 제대로 짖는 것이 그 예이며, 사람의 하품도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한 떼의 새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치면 그 가운데 1마리가 경고음을 낸다.

이때 다른 새들은 이것을 보고 그 다음 번에 다른 위험이 닥칠 경우 역시 경고음을 내게 된다. 모방에 의한 학습의 실례로 사자꼬리원숭이처럼 좋은 것은 없다. 일본의 생물학자들이 1952년에 고시마[小島]에서 이 원숭이들에게 바닷가 모래 위로 고구마를 던져주기 시작했는데, 1년 후에 이모(Imo)라고 불리는 어린 암컷이 한 손으로 고구마를 잡고 다른 손으로 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묻은 모래를 털어버리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씻는 방식이 그후 2~3년 사이에 이 원숭이의 가족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놀이 동무들을 통해 마침내 이 원숭이 집단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 10년 후인 1962년에는 적어도 전체의 3/4이 이렇게 고구마를 씻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게다가 어떤 원숭이는 한 입씩 씹을 때마다 고구마를 바닷물에 담그어 간을 맞추기까지 했다. 또 과학자들은 먹이로 밀알을 바닷가 모래 위에 뿌려주었다. 그랬더니 바로 그 이모는 손으로 밀알들을 모래알과 함께 집어올린 다음 물에 띄워 물 위에 뜨는 밀알들만 주워먹었다. 이 방법 역시 얼마 안 있어 집단 전체에 퍼졌다.

이밖에 여러 가지 동물의 행동 관찰을 통해 어떤 행동을 능숙하게 발휘했던 동물도 행동이 서툰 다른 동물 사이에 섞어놓으면 함께 서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 역시 모방학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놀이

놀이 행동은 주로 척추동물의 소수 종에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이가 과연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고 있으며, 동물의 놀이에 대한 해석이 놀이가 가장 발달한 우리 인간의 주관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우선 놀이의 한 예로 오리의 일종이 여울의 물을 타는 행동이 있다. 이 오리는 물을 타고 여울의 끝까지 내려갔다가 여울가를 따라 올라가 이 '여울타기'를 되풀이한다. 이와 비슷한 벌새도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계속 되풀이하여 타는 것이 관찰되었다. 대체로 새 가운데 병아리 같은 조숙종(早熟種)에서는 놀이가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으나 까마귀 같은 만숙종(晩熟種)에서는 많이 관찰되는데 이것은 조숙종의 경우 부화 직후부터 바쁘게 먹이를 찾아다녀야 하므로 따로 놀이에 투입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영장류에서는 특히 놀이가 많이 관찰되는데, 예를 들어 비비에서는 어린 수컷이 가장 활발하게 놀이를 한다.

이러한 현상은 놀이를 하는 모든 영장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암컷은 새끼돌보기 행동을 곧잘 나타내는데 이러한 행동은 수컷에서는 잘 볼 수 없으며, 이러한 놀이는 나이가 듦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놀이에 대해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놀이에는 어떤 뚜렷한 목표가 없고 또 내용상으로 어떤 순서도 없다.

따라서 어떤 생물학적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놀이는 새나 포유류와 같이 그것이 완료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갈망행동에 그치는 동물에서 많이 관찰된다. 둘째, 놀이는 연습의 기회를 준다. 즉 강아지들의 싸움놀이나 고양이 새끼들이 마당에 있는 공에 살그머니 접근하는 행동 등은 자란 후의 싸움과 사냥에 대비한 예비훈련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놀이는 주위를 탐험하고 시험하게 하여 환경에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장차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예비지식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놀이는 적응성을 키운다고 할 수 있다.

각인

새가 알에서 깨어나왔을 때 먹이를 준 사람을 다 자란 후에도 여전히 따르는 현상은 이 새가 어렸을 당시 그 사람을 각인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양부모'(養父母)와 가까이 지내는 사이에 어린 새끼에게는 시각·청각·촉각 등을 통해 상대의 인상이 주입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새끼들이 어버이를 따르는 것은 이러한 각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추종반응은 현재까지 오리·거위·고니·뜸부기·비오리·닭 종류 및 일부 포유류에서만 관찰·연구되었으며, 이러한 각인은 동물의 일생중 이른바 민감기 동안에만 이루어지는 것 같다.

넓적부리의 예를 보면 각인은 새끼가 부화된 지 13~40시간 사이에 일어나고 그후에는 점점 약화된다.

각인은 어떤 특정 개체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그 생물이 속하는 종에 대해 모두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특징을 각인받은 오리새끼는 부화 당시에 본 사람뿐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따른다. 그뿐 아니라 오리가 다 자란 후에는 사람의 등에 올라가 교미하려는 성적(性的) 각인 현상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각인에 의한 학습은 생득적 기초 위에서 고정불변인 경우와, 환경요인에 의해 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알에서 깨어난 초파리 암컷 1마리를 따로 키우다가 여러 종의 초파리 수컷들과 같이 놓아두면 암컷은 그 가운데 자기와 같은 종의 수컷을 선택한다. 아마 동일종에 대한 지식을 생득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찌르레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여기서 깨어 자란 새끼 찌르레기도 양부(養父)의 둥지를 떠날 때는 자기와 같은 종의 개체들을 찾아간다.

즉 숙주새의 둥지에서 키워졌다는 환경요인이 동일종을 알아보는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프리카방울새의 경우 A종의 알을 B종의 둥지에 옮겨 부화시키고 거기서 나온 수컷을 그곳에서 계속 키운 후 나중에 A종의 암컷이 있는 둥지에 옮겨놓으면 수컷은 이 A종의 암컷과 교미를 하기는 하나 매우 서툴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교미 결과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울 때 보이는 돌보기 행동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그후 B종의 암컷 1마리를 이 A종 수컷에 넣어주면 이 수컷은 자기와 같은 종인 자기 가족을 모두 버리고 이 B종 암컷과 교미한다.

초파리와 찌르레기의 경우는 폐쇄 유전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되는 행동으로서 주로 하등생물에서 볼 수 있고, 나중에 언급한 방울새의 경우는 개방 유전 프로그램의 통제를 받는 경우로서 비교적 지능이 발달한 척추동물 특히 영장류에서 볼 수 있다. 부모의 새끼돌보기 기간과 수명이 긴 동물에서도 학습된 것을 정상행동 레퍼토리 속에 삽입하는 일이 허용되는데, 이것은 유전적 구속을 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의 시각적 의사소통

늑대의 시각적 의사소통

콘라트 로렌츠가 그린 늑대의 표정 그림. 두려움의 증가와 감소에 따라 표정이 변화한다.

ⓒ Nipou / wikipedia | CC BY-SA 3.0

시각신호에 의한 의사소통은 물고기·도마뱀·새·곤충·양서류·영장류 등에서 특히 발달되어 있다.

시각신호는 색상·자세·형태·움직임뿐만 아니라 시간맞추기(timing)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나타낼 수 있는 정보가 매우 다양하다는 강점이 있다. 즉 표현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인도제도 부근 해저에 묻혀 사는 길이 약 2cm의 어떤 반딧불이는 8월의 보름이 지난 5일째 밤에 모두 구멍으로부터 나와 헤엄쳐 바다 위에 뜬다. 이때 떠오르는 시간은 정확히 해 지는 시간과 달 뜨는 시간의 중간이어서 어떤 다른 생물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일단 물 위에 뜨면 이들은 일생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빛을 내어 바닷물은 온통 불빛으로 반짝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이들의 번식시기로 암컷은 약 10초 동안 계속 불빛을 내고 수컷은 이에 반응하여 매초당 1~2번 불을 내면서 암컷에게 헤엄쳐간다. 갑자기 형광이 더욱 밝아지면서 암컷과 수컷으로부터 알과 정자가 물속에 방출된다. 그러면 불빛은 조용히 꺼지고 벌레들은 모두 바닥으로 가라앉아 죽는다. 여기에서 형광의 강도와 시간차는 같은 종간의 인식 방법이고 암수간의 인식수단이며 또 번식을 위한 신호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이밖에 나비·어류·새·원숭이 등에서도 많은 종류의 시각신호를 볼 수 있다. 이밖에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미묘한 방식의 시각신호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효과적으로 쓰이는 시각신호에도 단점은 있다. 이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는 많은 종류의 물체가 장애물이 될 수 있고 또 밤이나 깊은 바다, 동굴처럼 빛이 없는 곳에선 발광에 의한 것이 아니면 쓸모가 없으며 또 어느 것이든 먼 곳까지 미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청각적 의사소통

늑대의 하울링(Howling)

늑대는 울부짖는 소리를 통해 무리와 의사소통을 한다.

ⓒ Retron / wikipedia | Public Domain

개요

인간에서는 소리가 의사소통에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는 거의 절지동물과 척추동물에서만 소리가 발달해 있다는 점은 이상한 일이다. 여러 가지 곤충이 날개와 다리 등을 써서 소리를 내고 고막을 통해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여치·매미·귀뚜라미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리에는 높고 낮음의 멜로디가 없고 그대신 소리를 길고 짧게 시간적으로 배열하는 특징이 있다.

물고기의 청각 의사소통에 대해서는 수중음향탐지기를 써서 연구하고 있는데, 몇 가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가 이빨이나 등지느러미의 가시와 추골을 사용해서 소리를 내어 적을 방어하거나 이성을 유인하는 데 쓴다고 알려져 있다. 양서류의 경우는 여러 종의 도롱뇽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어떤 종은 '짖기'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발성 역시 짝짓기와 세력권 지키기에 쓰이는데 메뚜기류만큼이나 단조롭다. 이 점은 파충류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방울뱀의 방울꼬리 소리를 예로 들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새와 포유류의 경우 소리의 구실은 매우 커진다.

새의 울음소리는 종에 따라 레퍼토리가 다른데 참새류는 약 20가지를 낼 수 있는 반면 은갈매기류는 겨우 13가지를 낼 뿐이다. 새들이 번식기에 내는 울음소리의 구실은 대개 다음과 같다(→ 새노랫소리).

동시부화 기능

미국 자고새의 새끼들은 알 속에 있을 때부터 짤막한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빨리 성숙하는 새끼들의 부화를 억제하고 성숙이 늦은 새끼의 성장을 촉진하여 결국 모두가 거의 동시에 부화하도록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버이와 자식 사이의 유대 기능

북극바다오리의 새끼는 부화하기 3~4일 전에 이미 밖에서 어버이가 내는 소리에 반응하고 부화 후에는 소리만 듣고도 서로 알아차린다. 또 어버이가 먹이를 둥지로 가져왔을 때 새끼들은 입을 벌려 목구멍의 붉은 살을 보이고 우는 소리를 내야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다.

칠면조의 경우 어미가 귀머거리가 되면 새끼들이 울어도 먹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잡아죽이는 것이 관찰되었다. 즉 소리는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 유지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무리의 유지 기능

울음소리는 무리를 이루는 개체들 사이의 분산을 막는 구실을 한다.

경계울음 기능

새들이 싸우기 전에 위협행동으로 몹시 울어대는 예는 까막따다구리에서 볼 수 있다. 또 다른 여러 가지 새들의 경우, 이들 앞에 독수리나 솔개 등 육식성 맹금류가 나타나면 일종의 경고신호로서 그 가운데 1마리 또는 일부 새들이 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른 새들은 이러한 경계울음을 듣고 곧 피신한다. 이밖에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울음소리에는 지역 개체군에 따른 사투리도 있고 이중주도 있으며, 소리의 높낮이가 조화를 이루는 합창도 있다.

군체성 새들은 화음으로 신호를 보내는가 하면, 원숭이와 민꼬리원숭이 가운데 다른 종과 섞이지 않고 같은 종끼리만 무리지어 사는 종류들은 화음신호를 자주 사용한다. 또한 포유류의 소리 신호로서 초음파를 발사하는 고래와 박쥐의 경우를 빼놓을 수 없다. 돌고래가 들어 있는 물속에 물감을 넣어 시야를 어둡게 한 상태에서 한 실험과, 동굴 속이나 깜깜한 밤에 날아다니는 박쥐를 관찰한 것에 의하면 이들은 초음파를 발사하고 그 반향을 받아 먹이 같은 목표물을 포착하거나 장애물을 피한다.

동물의 화학적 의사소통

페로몬(pheromone)

무리를 유혹하기 위해 페로몬을 방출하는 꿀벌

ⓒ Nasonov / wikipedia | CC BY-SA 3.0

우리는 흔히 개미들이 줄을 지어 길게 행진하는 것이나, 또 개가 군데군데 오줌을 배설하며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행동은 대개 화학물질로 간 길을 표시하여 되돌아올 때나 뒤따르는 다른 개체들의 길잡이로 사용되나 세력권을 표시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현상은 곤충·물고기·양서류·파충류·포유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는 냄새를 사용하고 간혹 맛을 사용하기도 한다.

곤충에서 잘 알려진 것으로는 몸의 분비선에서 나오는 페로몬이 있는데 대개 같은 종의 다른 개체로 하여금 어떤 반응을 나타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누에나방의 암컷은 봄비콜(bombykol)이라는 일종의 알코올을 분비하는데, 이는 수컷을 흥분시켜 즉시 날아오도록 유인하는 일종의 성유인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유인 호르몬은 그 구조식이 밝혀지고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되면 집시나방 같은 해충의 번식을 막는 생물학적 방제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이밖에 꿀벌의 여왕벌은 이른바 여왕물질을 분비하는데 자라는 암컷들이 이것을 핥아먹을 경우 난소의 성숙이 억제되어 생식능력이 없는 일벌로 남게 된다. 이것도 화학적 행동변화 수단의 한 예이다. 이러한 화학적 의사전달은 시각적 신호와는 달리 중간에 장애물이 있어도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호를 즉시 끊거나 잇는 조작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동물의 촉각적 의사소통

동물에는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꿀벌의 척후병이 먹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돌아오면 으로써 먹이의 방향과 거리를 나타내는데 다른 벌들은 촉각으로 이 춤추는 벌을 건드려 의사를 전달받는다.

새들은 서로 털깃을 다듬는데,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유대를 확인하는 구실을 한다. 촉각 의사소통은 영장류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화장행동을 들 수 있다. 안경원숭이와 여우원숭이 따위는 이빨로 상대방의 털을 훑어 더러운 것을 닦아내지만, 보통 원숭이와 민꼬리원숭이 등 진화된 무리는 손으로 직접 상대방의 털을 헤집고 손톱과 입술로 작은 조각들을 끄집어낸다. 이 모두가 청결유지뿐 아니라 개체간의 유대를 유지하는 구실을 한다.

이밖에 동물에는 어떤 특별한 동작이나 태도와 표정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참새과에 속하는 어떤 새의 수컷은 암컷을 유인할 때 우선 피부를 확장시켜 깃털을 세우고 특유의 행동을 보인다. 이밖에 머리를 위로 치키는 것이 위협신호가 되는 새도 있다. 아프리카영양의 일종과 임팔라영양은 암컷에게 구애할 때 암컷 앞에서 머리를 뒤로 젖힌 채 걷고 앞다리로 암컷의 배를 건드려 수용태세 여부를 점검한다. 사람은 화가 나면 얼굴이 창백해지는 일이 있는데 이것도 의사전달의 한 형태이다.

동물의 공격

모든 동물은 살아가는 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격을 생활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는 때가 되면 세력권을 확보하고 집을 짓기 시작한다. 세력권을 침입하는 다른 새를 공격하며, 집을 지은 후 암컷을 유인할 때 경쟁자인 다른 수컷을 공격한다. 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다음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새나 동물을 공격해야 하며 먹이를 구하거나 지키기 위해 다른 동물을 공격해야 한다. 이와 같이 공격은 결국 자원의 분배를 위한 활동이며, 그런 의미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적응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성은 특히 사회성이 발달한 동물에서 많이 볼 수 있으나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에서도 관찰된다.

동물의 공격성은 위협적인 태도나 실질적인 직접공격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격은 결과적으로 집단 내에 계급을 형성하고 세력권을 방어하는 데 이바지한다. 실제적인 공격행동을 흔히 투기행동이라 부른다. 상대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데는 힘의 과시나 유화적 태도가 효과적인데, 공격성을 발휘하는 동기는 동물이 처한 시간, 건강상태, 암컷의 존재여하 등에 따라 달라지며 동물이 생득적으로 갖는 기질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공격성의 표현으로는 시위적 행동과 위협과시가 있고 실제적인 싸움인 투기행동이 있다.

이밖에도 공격성이 완화되어 나타나는 행동으로 상호화장(相互化粧)이 있다.

이러한 공격행동의 결과 계층제가 형성된다. 닭장 속을 잘 관찰해보면 모든 닭을 쪼을 수 있는 우세한 개체가 있는가 하면 쪼임을 당하기만 하는 닭이 있다. 바로 상위 개체에서 하위 개체에 이르는 쪼는 순서가 형성된 결과이다. 이러한 계층제는 그란트가젤영양이나 수염영양이 이동을 하느라 행렬을 지을 때 나타나는 순서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어리거나 늙거나 또는 젊은 개체들이 앞, 중간, 뒤쪽의 일정한 곳을 차지하고 줄을 지어 간다.

그러나 갈가마귀에서처럼 하위 암컷이 상위 수컷과 교미하면 상위로 올라가는 등 계층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계층제는 개체간의 충돌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의 능률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붉은털원숭이를 가지고 한 실험에 의하면 먹이가 부족해졌을 때 다른 원숭이 1마리를 그 가운데 넣으면 이 원숭이는 즉시 공격을 받는데, 어린 원숭이는 어린 원숭이의 공격을 받았고 성체일 경우에는 성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또 딱따구리 암컷과 수컷을 같이 키우다가 암컷을 꺼내어 눈 밑 부리쪽에 검은색의 수염을 그려 수컷 모양으로 만들어 다시 넣어주면 원래 같이 있던 수컷으로부터 즉시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실험들을 볼 때 공격이란 대체로 먹이나 배우자 등을 놓고 대등한 입장에서 일어나는 경쟁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격은 서식밀도와도 관계가 있다. 실제로 J. 캘호운은 임신한 집쥐 5마리를 야외에 설치한 0.1ha 넓이의 울타리 속에 가두고 먹이를 풍부히 공급해주었다. 28개월이 지난 후 200마리가 넘었는데 결국에는 150마리 수준으로 돌아가 그 상태가 지속되었다.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면 계산상으로는 5,000마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불과 150마리에 그친 것일까? 결국 좁은 공간에서 서식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격이 증대되어 생식 등 여러 가지 유형의 행동이 교란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즉 우세한 쥐들이 먹이 주위의 땅을 모두 차지했고, 이 때문에 가장자리로 밀려난 쥐들은 쉽게 죽거나 또 이들이 낳은 새끼들의 사망률도 높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특별히 고안한 사육실에서 48마리의 흰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결과 임신한 암컷들은 서로 싸웠고 반대로 하위 개체들은 전혀 싸움을 하지 않았으며, 교미를 않거나 교미에 지나치게 열중하고 모든 사회성 활동을 멈추는 등 완전히 비정상 상태를 나타냈다. 서식밀도가 높아지면 공격 경향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민꼬리원숭이인 비비와 인도의 붉은털원숭이에서도 관찰되었다.

이러한 것은 인간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매 35년마다 인구가 2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폭발적 인구증가 추세에 대해 인간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앞의 쥐 실험에서처럼 인구증가는 필연적으로 격심한 경쟁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공격성의 증대를 의미하게 된다. 인간에서의 공격행동은 과연 본능적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학습행동인가?

여기에 결정적인 단서를 준 것은 1973년 동물행동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K. 로렌츠 박사의 연구이다.

콘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오스트리아의 자연학자로 동물행동학의 창시자

ⓒ Eurobas / wikipedia | CC BY-SA 3.0

그는 키클리드과(科)의 어류를 사육하는 동안 수컷은 암컷의 산란을 유도하기 전에 다른 수컷과 꼭 싸운다는 것을 관찰했다. 즉 한바탕 싸움을 치르지 않고선 결코 암컷을 유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위에 수컷이 없으면 가까이 있는 암컷이라도 공격해야 하고 심지어는 이러한 암컷을 죽이는 일도 있으며, 그런 후에야 비로소 암컷을 찾아 산란을 유인한다.

어떤 동물행동학자는 쥐를 1마리 따로 떼어 우리에 먹이와 공간을 충분히 주며 키운 다음 또다른 쥐 1마리를 이 우리에 넣고 관찰했는데, 먼저 있던 쥐는 다른 쥐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도 이 쥐를 공격했다.

이밖에 투계에 쓰이는 야생닭의 일종을 혼자 따로 떼어 키우면 무리 속에 섞여 살아온 닭들보다 더 공격적이 되며, 공격상대가 없으면 자신의 꼬리를 쪼아 공격행동을 보이기까지 한다. 즉 공격행동은 동물에 따라 생식활동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어 있어서 보고 배운 적이 없어도 생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상당수의 학자들이 이러한 결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의 경우도 이러한 공격행동을 타고난 본능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복싱은 링 위에서 난투가 될수록 통쾌한 경기가 되며, 축구경기장에서는 관중이 승패에 흥분하여 서로 편싸움이 일어나 수십 명이 죽기까지 한 적도 있다. 영화관과 텔레비전의 폭력영화는 잔혹할수록 그 인기가 더하다.

전쟁이 그랬고 가까이는 나치와 크메르루즈의 대학살이, 또 중동에서의 끊이지 않는 자살폭탄차가 그러했다. 일부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이와 같은 본능적인 공격성에 대해 단연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과학은 어떤 선입견이나 인간중심관도 배제한다.

이러한 동물의 공격성은 번식기에 특히 세력권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세력권은 동물들 사이에 거리를 둠으로써 먹이를 얻을 장소를 확보할 수 있게 하여 생존상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세력권을 가짐으로써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고 개체간의 충돌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동물은 어떤 소리를 낸다든가, 냄새나는 분비물을 써서 세력권의 경계를 표시하고 지킨다. 이것에 대한 연구는 새와 어류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졌다.

동물의 사회

개요

동물 중에는 여러 마리가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계층과 분업을 이루어 집단 전체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조직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우리는 경쟁과 공격 등 상대를 부정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보아왔으나 사회를 이루고 있는 집단에서는 서로 돕고 때에 따라 집단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는 극도의 봉사도 보게 된다. 그러나 공격과 봉사가 과연 상반되는 개념인가? 공격을 통해 개체가 생존을 보장받는다면 이 2가지 모두 적응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동물집단의 여러 가지 유형들을 살펴보자.

집합행동

동물은 주성(走性)에 의해 모이기도 한다.

마치 곤충이 불빛에 모여드는 것처럼 소나무 특유의 냄새가 어떤 곤충을 모이게 하고 사람의 냄새는 '이'라는 외부 기생충을 유인한다. 또 동물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모기를 유인한다. 이밖에 동물은 동면을 위해서 또는 번식이나 이주를 위해서 모인다.

그러나 이와 같이 모이는 동물에도 찌르레기같이 떼를 지어 모여들지만 개체간에 거리를 두는 거리동물과 상모솔새같이 새끼가 다 자란 후에도 가족이 가까이 붙어지내는 접촉동물이 있다. 동물원의 사육사가 침팬지·고릴라 등 원숭이류를 관리할 때 이들과 잘 지내려면 이들을 자주 만져주고 긁어주어야 한다.

침팬지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은 사람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 새끼원숭이의 어미에 대한 애착은 먹이 공급보다 밀접한 신체접촉을 통해 얻어지며 이를 통해 새끼들은 안정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서로 껴안고 있는 원숭이 가족의 모습

신체접촉을 통해 서로 애착과 안정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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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사회

동물 가운데도 개미·벌·흰개미 등에서 사회적 구성이 매우 복잡하고 극도로 규격화된 예를 볼 수 있다(사회성 곤충). 꿀벌의 경우 여왕벌은 오직 산란의 임무, 일벌은 새끼돌보기와 꿀따오기의 임무를 수행하며 수컷은 여왕을 수정시킨 다음에는 내쫓기거나 죽임을 당한다.

어떤 개미는 진딧물과 서로 이익을 나누며 공생하고 어떤 개미는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로 써서 곰팡이농사를 지어 먹이로 이용한다. 또 어떤 개미는 나뭇잎 2개를 서로 이어 집을 짓는데, 다른 개미들이 두 잎의 가장자리를 끌어당기는 동안 1마리의 개미는 애벌레를 두 잎 사이에 계속 옮겨 애벌레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명주실로 두 잎을 잇는 고도의 협동작업을 한다.

벌집안에 꿀을 모으고 있는 꿀벌

일벌이 꿀따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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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의 사회

척추동물의 사회생활은 특히 새와 포유류에서 많이 연구되었는데, 그 가운데 협동행동에 대해서는 먹이저장, 세력권 방어, 포식자로부터의 보호, 집단사냥 등이 연구되었다.

동물이 집단을 이룸으로써 얻는 효과는 우선 적으로부터 방어를 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집단행동에는 개체간의 결속을 위해 시각이나 청각신호를 발하는데 이러한 신호로 말미암아 이 집단은 얕볼 수 없는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또 찌르레기떼는 날아가다가 매가 나타나면 서로 간격을 좁혀 매가 좀체로 공격할 수 없게 한다. 또 동토대에 사는 사향소들은 맹수가 나타나면 성체들이 암컷과 새끼들을 중심부에 몰아넣고 가장자리에 둥글게 늘어서서 머리를 바깥쪽으로 향하는 매우 발달된 방어태세를 갖춘다.

이밖에 다른 개체가 위험에 놓였을 때 이를 구조하려는 협동행동도 볼 수 있다.

즉 갈가마귀들은 사람이 어느 한 마리를 붙잡고 있으면 그 사람을 공격하는데 동물원의 붉은털원숭이도 마찬가지이다. 돌고래 역시 암컷이 새끼를 낳을 때 암컷의 둘레를 돌며 상어의 공격에 대비하며, 한 마리가 다치면 동료 돌고래가 와서 양쪽을 부축해 다친 돌고래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민꼬리원숭이 가운데 하마드리아스 비비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몇 마리와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생활하는데, 낮에는 개체간에 서로 떨어져 먹이활동을 하나 밤에는 집단들이 서로 모여 수백 마리가 한 곳에서 잠을 잔다.

이러한 '낮 분산, 밤 집합'의 활동은 먹이확보와 자는 동안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비가 된다. 또 대개의 비비는 적이 나타나면 보통 젊은 수컷이 짖어 경고신호를 내며 집단이 이동할 때에는 크고 힘센 수컷들이 둘레를 돌아보며 경계한다. 고릴라의 경우 암컷들이 싸우면 크고 힘센 수컷이 다가와 소리를 질러 더이상 싸우지 못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사회생활은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고 구성원이 다치지 않게 하는 안전수단이 된다.

동물 집단행동은 생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생동물같은 하등생물도 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다른 개체와 같이 있을 때 활발히 분열한다. 또 돼지의 암컷에게 수컷의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면 이 암퇘지의 난소는 정상적으로 성숙하지 못한다는 점이 알려졌다.

그러므로 동물이 무리를 지어 사는 주요 이유와 가치는 성적으로 상호자극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와 관련해 동물 가운데 동시에 번식하는 동조번식현상(同調繁殖現象)이 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 같다. 동조번식의 이점은 무엇인가? 첫째, 수컷이 암컷들과 같은 시기에 생식 준비상태가 된다는 것은 번식효율상 매우 유리하다. 둘째, 새끼와 알을 포식자에게 노출시키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셋째, 주위 환경조건과 잘 맞는다면 연중 먹이부족 시기를 피하고 먹이가 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동조번식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한 생물학자는 캘리포니아메추라기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했더니 2일 후에 교미행동을 나타냈고, 2주일 후에 같이 있던 다른 8마리의 메추라기가 역시 같은 교미행동을 나타내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원래의 번식기보다 2개월 빠른 것이었다.

동물의 성과 행동

개요

세상에 사는 생물을 살펴보면 대체로 암수 2가지의 성이 뚜렷이 발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의 분화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우리는 유성생식이 개체들 사이의 변이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암수 분화가 성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져 결국 성이 종의 번식과 생존을 위해 지극히 적응적인 전략의 하나가 됨을 알 수 있다.

성적 이형(性的異型)

대개의 생물은 암수가 분명히 구별되나, 병아리의 경우 암수 구별이 매우 어렵고 하이에나·코끼리 역시 암수가 매우 비슷하며 검둥오리 또한 마찬가지여서 결국 성의 분화 정도는 동물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성적 이형이 발달한 동물을 보면 수컷이 더 크고 화려하며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 이때 수컷의 모양과 행동은 암컷을 유인하는 데 효과적이고 다른 수컷을 물리치는 데도 유용해서 결국 이 2가지 기능이 상호 배타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물개와 검정찌르레기에서 잘 증명되고 있다.

물론 동물 중에는 자웅동체를 나타내는 종류와 단성종(單性種)이 있으므로 이러한 성적 이형이 특수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성적 이형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데, 물개의 수컷은 몸집이 암컷보다 약 10배나 크고 사슴의 뿔이나 비비의 송곳니 같은 것은 수컷에만 매우 발달하여 싸우는 도구로 이용된다. 또 공작이나 꿩에서처럼 수컷의 몸 깃털이 화려하게 채색된 경우도 있다. 반면 모양은 비슷하지만 행동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참새류는 수컷이 많이 울고 암컷은 조용하며 들쥐는 암수간에 싸우는 양식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행동의 차이는 내분비선의 차이 때문이라는 이론과 신경계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이러한 암수간의 차이는 우리 인간에서도 여러가지 제2차 성징으로 나타나고 있다(성적 이형). 남자의 경우 발달된 근육과 넓은 어깨, 그리고 큰 키는 전통적으로 종족의 보호와 유지상 끊임없이 선호되어온 특징이다.

영국 왕실의 근위병들이 털모자를 쓴 모습은 키를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주어 상대를 위압한다. 이러한 효과는 군복·경찰복 등 여러 가지 제복의 디자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반대로 여성의 옷을 설계하는 데는 가슴과 엉덩이 부분을 강조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들은 특히 육아와 출산에 직접 관계되는 부분인 동시에 남성의 주의를 끄는 곳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남녀에서도 제2차 성징의 발달은 출산·육아·공격 등 번식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선택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암수 사이의 유대

성의 분화는 결국 암수간의 교잡을 유도하는 장치이며, 교잡을 통해 암수는 서로 유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되는 유대에는 수정과 교미만 이루어지면 끝나는 단기적인 유대와 어떤 번식기간 또는 일생 동안 지속되는 유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 일생 동안 하나의 이성만을 상대하는 단혼(單婚)과 여러 개체의 이성을 맞이하는 복혼(複婚)이 있는데, 복혼은 다시 수컷이 한 번식기간 중에 2개체 이상의 암컷을 상대하는 일부다처제와, 암컷이 2마리 이상의 수컷을 상대하는 일처다부제로 나뉜다. 일부다처제에서는 암컷 1마리가 수컷을 받아들일 기회가 매우 적으므로 수컷 선택에 신중하여 우수한 새끼를 안전하게 낳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해야 하므로 다른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몸집·뿔·이빨 같은 도구를 발달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결과 다른 포식자에 쉽게 발견되므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암컷을 유인하여 수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부일처제

대체로 새에서는 일부일처제를 많이 볼 수 있고, 그 산란수는 장차 부화되어 나올 새끼를 돌보는 일이 어버이 가운데 어느 한쪽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어버이의 부부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어버이 모두에 의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즉 부화 후에도 어버이가 함께 살며 새끼를 돌보는 종류에서는 한배에 낳는 산란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교적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일처제가 포유류에서는 드물다. 즉 새끼의 먹이 섭취를 암컷이 젖으로 해결하므로 수컷이 따로 할 일이 없어 다른 암컷을 찾아 곧 떠나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더구나 암코양이 같은 경우는 새끼들을 키우는 동안 수컷이 다가오면 오히려 자기의 세력권으로부터 내쫓기까지 한다. 그러나 포유류 가운데서도 식육류는 일부일처인 경우가 많다. 항상 풍부한 먹이 속에 파묻혀 살다시피 하는 초식류와는 달리 늑대 같은 식육류는 사냥해서 몸집이 큰 동물을 옮겨와 암컷이 먹을 수 있게 하고, 그래야만 젖이 나와 새끼들을 키울 수 있으므로 짝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늑대나 코요테 같은 동물은 어째서 같은 식육류인 집고양이나 힘세고 몸집이 큰 사자보다 일부일처제를 잘 지키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일부다처제

일시에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거나 또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는 대체로 먹이자원이 넉넉한 환경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잉여 먹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또 이것은 최상위 수컷이 다른 하위 수컷들을 가장자리로 쫓아내는 종류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일부다처제는 비비와 물개에서 잘 알려져 있다. 물개의 두목 1마리는 40~50마리의 암컷을 거느려 하렘(harem)을 이룬다. 한편 암컷이 아직 교미하지 않았으나, 빈곤한 세력권을 갖고 있는 수컷보다는 오히려 이미 교미를 한 수컷이라 해도 먹이가 풍부한 세력권을 확보하고 있는 수컷을 선택하여 많은 새끼를 낳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써 먹이확보의 가능성 여부가 일부다처제 형성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처다부제와 처공유제

구애행동에서 암컷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수컷보다 더 화려하고 두드러진 행동을 보이는 암컷의 경우는 한 번식기중에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한다.

그 예로 남아메리카산 메추라기 일종의 암컷은 한 계절에 몇 무리의 알을 낳는데, 각 무리의 알을 낳을 때마다 상대하는 수컷이 다르다. 암컷은 알을 낳을 때마다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나며 남아 있는 수컷은 알을 돌보고 갓 나온 새끼를 키워야 한다. 타스마니아 암탉은 동시에 2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데, 1마리의 수컷과 지낼 경우보다 많은 수의 새끼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코끼리는 암수 서로 일정한 짝이 없이 어느 이성 개체와도 교미하는 혼교(混交)의 표본이 되고 있다.

동물의 이타주의

동물의 집단생활에는 협동적인 활동이 많이 관찰된다.

더러는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남의 생존이나 번식을 위해 위험과 마주 싸우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떤 행동을 하는 주체에게는 해가 되나 다른 개체에게는 유익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이타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철저한 자기희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즉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기손실이라는 것이 있을까? 예를 들어 철로 건널목에서 놀고 있는 자식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뛰어드는 엄마는 과연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유전적 투자를 위한 것인가? 또 조카를 돕는 삼촌이나 남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행동은 과연 어떤가? 물론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의 전통적 도덕과 가치를 의심하는 말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은 그 자체가 분석이며 원리의 발견이므로 이를 혼동하여 처음부터 거부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물이 임신하면 에너지를 태아에게 빼앗기고 동작이 둔해지므로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성이 커진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을 무릅쓰지 않는 동물은 다음 대를 남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수컷 역시 암컷을 찾는 동안 포식자에게 희생될 가능성이 있으며, 새끼를 낳게 되면 먹이를 날라주고 보호해주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역시 자신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임신한 암컷과 마찬가지로 그 위험의 대가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대로 물려줄 수 있다. 결국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행동은 어버이 자신의 유전물질을 자식을 통해 보존하고 확산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개미·꿀벌·흰개미 사회를 관찰함으로써 더욱 확실해진다.

암컷인 일개미들은 자기의 동생들이기도 한 일개미의 애벌레들을 키우고 지키는 데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 이유는 유전적으로 볼 때 암컷은 세포 내에 염색체를 2배체(2n) 상태로 갖고 있는 데 비해, 수컷은 여왕이 미수정란을 낳아 부화한 것이므로 반수체를 갖고 있어서 동생인 일개미의 애벌레들과는 유전자의 3/4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끼를 낳는 일(이 경우는 자신의 유전자의 1/2을 전해주게 됨)보다 동생을 잘 키워 살아 남게 해주는 일이 자신의 유전물질을 보다 많이 보존하고 확산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진화). 따라서 이들 일개미들은 여왕개미가 더 많은 새끼, 즉 자신의 동생들(일개미)을 낳도록 돕는다.

알을 돌보고 있는 암컷 일개미

일개미들은 여왕벌이 낳은 알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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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혈연관계가 먼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이타주의는 왜 일어나는가?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물에 빠졌다고 하자. 그런데 이를 본 다른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 구해준다.

어째서 그를 구해주는 것일까? 이밖에 남남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구조 행동과 도움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은 그렇게 도움으로써 구조자 역시 그다음에 어떤 위험에 처할 때 반대급부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처음의 구조자는 결국 자신의 유전물질을 계속 보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타행동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구조자들은 이미 유전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사람들이 사회·국가 등에 충성·협조하고 또 재산헌납 등을 통해 도우면 사회·국가 등은 그 반대급부로 이들을 도와 협조자들이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상호적인 구조행동을 상호이타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행동은 주로 구조자의 세포 속에 든 유전물질에 의해 발현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다만 여러 가지 변경인자에 의해 개체에 따라 그 발현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한편 친부모의 새끼에 대한 여러 가지 보호와 돌보기 행동도 이러한 이타행동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볼수 있다.

즉 모성애라는 것도 엄격한 의미에서는 일종의 유전적 투자정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자식은 보통 부모가 나누어줄 수 있는 에너지와 영양분의 몫보다 더 요구한다. 반대로 부모로서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나누어가진 자식들에게 제한된 에너지를 골고루 나누어주어야 하는 입장이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부모와 자식간에 싸움이 일어난다. 결국 부모·형제자매 그리고 자식이라는 것은 내편이면서 반대편이기도 한 역설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웃사랑이나 학교의 도덕 교육도 사실상 상호이타주의를 바탕으로 한 하나의 실리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행동과 인간사회

동물은 본능·학습·공격·의사소통·사회행동 등에 이르는 여러 가지 현상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여 먹이섭취·방어·생식 등을 수행하고 그래서 그때그때 적절한 적응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행동학은 이러한 적응의 유형과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것 말고도 그 기원이 어떻게 발전되었으며 나아가 인간사회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규명하는 데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그에 따르는 환경오염, 폭력의 난무, 기만과 범죄, 그리고 전쟁의 공포 등 인간행동의 표출로서 나타나는 모든 사회적 현상들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여기에는 이러한 행동의 기원과 진화가 밝혀져야 하고 이것은 다름 아닌 하등동물이나 고등영장류에서 그 실마리를 찾지않으면 안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인간의 행동에 관한 연구와 지식이 많이 이루어지고 축적될 때 비로소 인간과 인간사회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과연 어떠한 행동규범과 도덕이 필요하며 또한 제도적 장치가 바람직할 것인가가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동물행동학은 그 역사가 이미 오래되었으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매우 근래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매우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생물학자들이 행동의 기초로서 신경·내분비선·근육·감각수용기 등의 생리학적 연구와 특히 최근에는 분자생물학 연구에 많이 참여하고 있고, 더욱이 그 유전적 기초가 다각적으로 탐구되고 있어 아직은 많은 베일에 가려진 행동학의 면모가 머지않아 차츰 속을 드러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 분야가 인간행동을 통해 사회학·윤리학·법학 등 인간에 관한 인문사회학적 측면과 연결되어 그 이론적 기초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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