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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조선 후기의 화가 김홍도(金弘道:1745~?)의 대표적 풍속화첩.
보물 제527호. 종이 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28㎝, 가로 2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첩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의 제목은 〈서당〉·〈밭갈이〉·〈활쏘기〉·〈씨름〉·〈행상〉·〈무동 舞童〉·〈기와이기〉·〈대장간〉·〈장터길〉·〈시주〉·〈나룻배〉·〈주막〉·〈고수놀이〉·〈빨래터〉·〈우물가〉·〈담배썰기〉·〈자리짜기〉·〈벼타작〉·〈서화감상〉·〈길쌈〉·〈말징박기〉·〈고기잡이〉·〈신행길〉·〈들밥〉·〈노중상봉〉으로 모두 25점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조선 후기 서민들의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과 일상생활의 여러 정경을 소재로 그린 것이다. 화면의 배경 묘사를 생략한 채 풍속 자체에 역점을 둔 인물중심으로 다루었으며, 원형 구도와 X자형 구도를 이용한 짜임새있는 구성의 묘로 회화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씨름도〉의 경우 두 무리의 구경꾼들을 화면의 상하단으로 둥글게 배치하여 가운데 공간을 긴장시킨 다음 그곳에 서로 맞붙어 힘을 겨루는 2명의 씨름꾼을 그려넣어 그림의 핵심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나타내고자 하는 정경의 상황을 훨씬 실감나게 표현했다. 옷주름의 필선은 끝이 날카롭게 빠지는 정두묘(釘頭描)를 부분적으로 사용했지만 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무명옷의 질감에 맞추어 다소 투박하면서도 강하고 힘찬 일종의 조핵묘(棗核描)에 가까운 필치를 구사하였다.
이러한 필선은 마치 종이를 구겨놓은 듯 짧고 구불거리도록 방향의 전환을 심하게 주어 화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기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둥글넓적한 얼굴에 동글동글한 눈매를 지닌 소박한 모습으로 다루어 조선 후기 서민상의 한 전형을 창출했으며, 이와 함께 당시 일반백성들의 생활정서와 진솔한 삶의 분위기 등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특징들은 1778년 김홍도가 34세 되던 해 강희언의 집에서 그렸던 〈행려풍속도 行旅風俗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비해 보다 박진감이 넘치고, 필치와 묘사력 등도 한층 능숙하고 자유롭게 이루어져 있어 이 풍속화첩의 그림들은 40세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 후기 최고의 풍속화가였던 김홍도의 탁월한 기량을 대변하고 있는 이들 그림의 화풍은 김득신을 비롯하여 조선 후기·말기의 여러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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