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시호(諡號)는 고보 대사[弘法大師]. 예술과 문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공공교육의 시행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청년시절에 교토[京都]에서 유학을 공부했으며, 불교와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791년(17세)에 첫 저서인 〈산고시키 三敎指歸〉를 완성하여 유교와 도교에 대한 불교의 우수성을 역설하였다.

즉 불교는 다른 두 종교의 교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고 했다. 804년 불교를 더욱 깊이 공부하려는 뜻을 품고 당나라로 건너간 그는 장안(長安)의 청룡사(靑龍寺)에서 밀교적인 수행을 중요시하는 중국 진언종의 창시자 혜과(惠果：746~805)를 만나 그의 수제자가 되었다. 구카이는 혜과로부터 태장계만다라(胎藏界曼陀羅)를 전해받고 진언종의 종지(宗旨)를 전수받았다. 이처럼 혜과에게서 깊은 가르침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국가로부터 진언종의 포교를 허락받고 다카오산 사[高雄山寺]를 본거지로 하여 본격적인 포교활동을 시작하였다.

812년에는 사이초[最澄]와 자신의 제자들의 관정의식을 행했으며 816년에는 고야 산[高野山]에 부지를 하사받고 곤고부 사[金剛峯寺]라는 가람을 완성했다. 이 절은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활동이 왕성한 절 중의 하나로 1970년대말 현재 1만 2,500여 개의 절을 거느리고 있으며, 신도는 1,200만 명에 이른다. 828년에는 일본 최초의 서민학교인 슈게이슈치인[綜藝種智院]을 세워 서민교육에 대한 열의와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철학자·종교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시인·예술가·서예가로도 명성을 날렸다.

일본 종교예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그 영향력은 사후 200년 동안 계속되었다. 실제로 이 시대 이후 전해져오는 예술품 중에는 진언종의 승려들을 묘사한 작품이 많다. 운문 형식을 빌려 한문으로 씌어진 〈주주신론 十住心論〉에서 그는 유교, 도교 그리고 당시 통용되고 있던 불교철학을 10단계로 나누고 이중 진언종의 교의가 궁극적이며 최고의 단계라고 주장하였다. 이 저서로 일본 불교계에서 가장 지적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