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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群)·상태·성질·관계 등 추상개념과 대비된다. 그러나 집단의 이름이나 구체적 보편자, 즉 추상적인 것이 아닌 구체적 사물의 군이나 집단의 이름을 뜻하는 제3의 범주를 덧붙이는 철학자도 많다.

추상과 구체 사이의 구별은 대체로 분명하지만 칼로 자르듯이 엄밀한 것은 아니며 애매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론, 참인 명제, 사실, 사건'과 같은 용어들의 계열이나 이론물리학에서 '전도·속도·열·자기장·빛·전하·전자·분자·석영 결정'과 같은 용어들의 계열을 살펴보자. 각 계열이 추상적 용어에서 시작하여 점차 더 구체적인 용어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추상과 구체를 절대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면,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를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존철학은 세계 안에서 인간 실존이 갖는 구체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논리적 분석의 생명없는 형식주의와 형이상학적 사변의 성긴 직물과 대비하여 개인이 살면서 겪는 독특한 사건을 구체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이렇게 보면 '구체를 향한 전환'은 20세기 중반 유럽철학뿐 아니라 미국철학 중 실존주의 계열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