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관찰은 모든 과학연구와 인식의 시작이 된다. 즉 인식주관이 인식대상을 능동적이고 목적의식적 태도로 파악함으로써 인식성립의 주요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관찰, 특히 실험에서도 인식주관의 능동성·적극성·목적의식성이 중요 요소로 강조되지만 때로 우연한 관찰이 과학적 발견에 주요한 효과를 미치는 경우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관찰과 실험은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관찰은 인식대상에 '인위적 조작'을 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실험과는 다르다.

그리고 실험이 주로 이론을 검증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관찰은 주로 관찰대상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거나 그 대상을 기술하는 성격이 짙다. 관찰에는 '무매개적' 관찰과 '매개적' 관찰이 있다. 무매개적 관찰은 기술적 보조수단의 개입없이 이루어지는 관찰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육안을 통한 관찰을 예로 들 수 있다. 매개적 관찰은 망원경·현미경 등의 수단을 동원한 관찰이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볼 때 관찰과 인식성립의 관계, 즉 관찰과 이론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인식 성립에 기여하느냐는 과학철학에서 주요논쟁 가운데 하나이다. 관찰과 이론 또는 관찰용어(observational terms)와 이론용어(theoretical terms)의 관계에 대해서는 두 입장이 존재한다. 첫째 인식주관이 관찰한 결과는 어떠한 이론적 요소의 개입없이 그대로 인식으로 성립된다는 견해, 둘째 관찰은 이미 이론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론적 요소의 개입없는 관찰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관찰은 관찰목표 수립, 관찰대상과 관찰수단의 선정을 규정하는 이론적 요소들이 개입된 계획을 전제로 하며 관찰행위 자체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이론적 요소의 개입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학철학자 노우드 러셀 핸슨(Norwood Russell Hanson)은 이를 '이론을 등에 업은 관찰'(theory-laden observation)로 개념화한 바 있다. 또한 관찰계획의 수립과 실제 관찰과정에서 이론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하더라도 인식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관찰결과에 대한 해석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론적 요소의 개입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론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관찰을 주장하는 첫째 입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