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후기 칸타타의 백미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텔레만은 장수한 대표 음악가로 꼽힌다. 특히 그는 죽음 직전까지 약 12년 동안 제2의 전성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실제로 1755년부터 세상을 떠난 해인 1767년까지 어느 때보다 작곡에 열정을 불태우면서 유명한 기악 모음곡 〈돈키호테〉와 대규모의 종교 오라토리오 〈심판의 날〉, 그리고 칸타타 〈이노〉와 같은 대작들을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소프라노를 위한 독창 칸타타 〈이노〉는 1765년에 완성한 곡으로, 소프라노 홀로 곡을 이끌어가지만, 35분이 넘는 대곡인데다 악곡의 구성이 다채롭고, 극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드라마틱 칸타타로 분류되기도 한다.

신화 속 비운의 인물, 이노

텔레만의 드라마틱 칸타타 〈이노〉는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대부분의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신화 속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주인공 이노는 헨델의 오페라로도 유명한 ‘세멜레’의 여동생이다. 이노는 주노 여신의 미움을 사서 죽임을 당한 언니 대신, 세멜레가 낳은 아이인 디오니소스를 키워주었는데, 이 때문에 그녀 역시 주노 여신의 눈 밖에 나서 결국 자기 아들마저 잃게 되는 비운의 여인이다.

텔레만은 이노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주노 여신의 질투와 저주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처한 이노의 마지막 순간을 음악으로 묘사했는데, 자신과 아들의 비극적인 운명에 절망한 이노는 결국 절벽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죽음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긴 신들은 그녀를 바다의 신으로 만들어주었고, 물거품의 흰 여신이라는 뜻의 ‘레우코테아’라는 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노〉는 독창 칸타타로는 보기 드문, 극적이고 장대한 구성으로 오페라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며, 특히 바다의 신으로 다시 태어난 이노가 부르는 아리아 ‘나를 부르신 건가요? 바다의 신이시여?’와 피날레를 장식하는 아리아 ‘파도여, 바위여, 모래들이여’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