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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와 이력

프랑스의 영화감독. 1931년 6월 5일, 프랑스 서부의 퐁샤토(Pontchâteau)에서 태어났다. 자크 드미의 부모는 영화,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종류의 스펙터클을 즐겼으며, 이런 부모의 영향으로 드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인형극에 사로잡혀 있었다. 가족을 따라 1932년 낭트로 이주한 드미는 1949년 파리로 떠날 때까지 낭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제2차세계대전 말미에 드미의 가족은 공습을 피해 피에르 페르세(Pierre Percée)로 피난을 갔는데, 그는 이곳에서 첫 번째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며, 1944년에는 카메라를 구입해서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십대 시절 이미 영화전문잡지를 즐겨 읽는 시네필이었던 자크 드미는 낭트를 방문한 영화감독 크리스티앙-자크(CHRISTIAN-JACQUES)를 만난 이후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게 된다. 낭트 미술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자크 드미는 1949년, 크리스티앙-자크의 도움을 받아 파리로 와서 사진·영화 기술학교(l'ETPC)에 진학한다. 이 시절 자크 드미는 낭트 출신 예술학도들과 더불어 단편영화 <죽음의 지평선>(Les Horizons morts)을 연출한다.

군 복무 후, 자크 드미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폴 그리모(Paul GRIMAULT)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여러 편의 영화계획이 좌절되었지만, 광고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에 영상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1955년에는 조르주 루키에(Georges ROUQUIER)의 기록영화 <나막신 제조사>(Le Sabotier)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한다.
자크 드미는 1990년 10월 27일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공식적인 사망원인은 암이었으나, 2008년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는 자신의 남편인 자크 드미가 에이즈로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작품세계

1958년 자크 드미는 자신의 첫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요하네스버그행 티켓>(Un billet pour Johannesbourg)이라는 제목의 이 시나리오는 이후 <롤라>(Lola, 1961)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자크 드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 된다. 아누크 애메(Anouk AIMEE)가 주연을 맡은 <롤라>는 독일의 영화감독 막스 오퓔스(Max OPHULS)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자크 드미는 이 영화에 대해 “음악이 없는 뮤지컬 영화”라고 말하였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롤라>는 컬러 대신 흑백 필름으로 촬영되었으며, 안무나 세트의 사용도 최소한으로 제한되었다. 게다가 주연배우마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크 드미로서는 이 영화를 통해 평생의 예술적 동지가 된 작곡가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첫 작품 이후 자크 드미는 미셸 르그랑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이 될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 1964)의 시나리오 개발에 착수한다. 제작자를 찾지 못해 고생했던 첫 영화와는 달리, <쉘부르의 우산>은 마그 보다르(Mag BODARD)라는 제작자의 관심을 받게 된다. <쉘부르의 우산>이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자크 드미는 큰 명성을 얻게 된다. 특히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카트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는 이 영화를 통해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가 대사 중간에 음악과 춤을 삽입하는 것과는 달리 <쉘부르의 우산>은 영화 전체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다소 실험적인 형식에도 불구하고 미셸 르그랑의 아름다운 음악과 남녀간의 이별을 다룬 애절한 스토리 덕분에 <쉘부르의 우산>은 자크 드미의 대표작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쉘부르의 우산>의 성공에 힘입어 자크 드미는 미셸 르그랑과 함께 또 한편의 뮤지컬 <로슈포르의 숙녀들>(The Young Girls of Rochefort, Les Demoiselles de Rochefort, 1967)을 준비한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했던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투자를 받아 제작되었고, 주연 역시 진 켈리(Gene KELLEY)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맡게 된다. 프랑스의 항구도시 로슈포르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전작 <쉘부르의 우산>에 비해 훨씬 더 가볍고 경쾌한 영화로 할리우드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세트와 세련된 군무 등이 삽입된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자크 드미는 할리우드 바깥에서 뮤지컬로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된다.두 편의 영화가 연속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자크 드미는 할리우드의 콜럼비아 영화사로부터 새로운 뮤지컬 영화 <모델 샵>(Model Shop, 1969)의 연출 제안을 받게 된다. 자크 드미는 매우 야심차게 이 영화의 연출에 응했지만, 미국에서의 흥행 결과는 참패에 가까웠다. 프랑스에서의 흥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크 드미는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프랑스로 돌아오게 된다.

1970년 자크 드미는 자신의 예술적 동지 미셸 르그랑과 더불어 새로운 뮤지컬 영화 <당나귀 가죽>(Peau d'Âne)를 발표한다. 드미 자신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LT)의 동화를 각색한 이 작품으로 드미는 프랑스 관객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알리게 된다. 1970년대 이후 자크 드미는 동화적인 세계를 다룬 작품을 다수 발표하였는데, 1972년에는 영국과 합작으로 그림 형제의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를 각색한 영화 <피리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 Le Joueur de flûte, 1972)를 발표하였으며, 1988년에는 자신의 옛 동료였던 폴 그리모와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회전탁자>(La Table tournante)를 발표한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뒤섞인 이 영화는 폴 그리모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사적 평가

자크 드미의 영화세계는 매우 진폭이 넓다. 그는 현실과 상상, 동화와 뮤지컬, 실사와 애니메이션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또한 가장 미국적인 장르 중 하나인 뮤지컬을 유럽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현실도피적이라는 이유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비극과 희극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재해석해낸 자크 드미의 영화세계는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의 재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은 그의 아내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아녜스 바르다이다. 자크 드미와 아녜스 바르다는 1958년 투르 단편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1962년 결혼을 하게 된다. 자크 드미의 사망 이후,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의 영화 <낭트의 자코>(Jacquot de Nantes, 1991), <아가씨들은 25세가 되었네>(Les Demoiselles ont eu 25 ans, 1993), <자크 드미의 세계>(L'Univers de Jacques Demy, 1995)를 통해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그의 영화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였다.

작품목록

<죽음의 지평선>(Les horizons morts, 프랑스, 1951, 단편)
<발 드 르와르의 나막신 제조사>(Le sabotier du Val de Loire, 프랑스, 1956, 다큐멘터리, 단편)
<아름다운 무관심>(Le bel indifférent, 프랑스, 1957, 단편)
<그레뱅 박물관>(Musée Grévin, 프랑스, 1958, 단편)
<엄마와 아이>(La mère et l’enfant, 프랑스, 1959, 단편)
<아르스>(Ars, 프랑스, 1959, 단편)
<롤라>(Lola, 이탈리아/프랑스, 1961)
<더 세븐 데들리 신스>(Les sept péchés capitaux/The Seven Deadly Sins, 이탈리아/프랑스, 1962)
<천사들의 해안>(La baie des anges/Bay of Angels, 프랑스, 1963)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rg/The Umbrellas of Cherbourg, 프랑스/독일, 1964)
<로슈포르의 숙녀들>(Les Demoiselles De Rochefort/The Young Girls of Rochefort, 프랑스, 1967)
<모델 샵>(Model Shop, 프랑스/미국, 1969)
<당나귀 가죽>(Peau d’âne/Donkey Skin, 프랑스, 1970)
<피리부는 사나이>(Le Joueur de flûte/The Pied Piper, 영국/미국, 1972)
<남자는 괴로워>(L’événement le plus important depuis que l’homme a marché sur la lune/A Slightly Pregnant Man, 프랑스/이탈리아, 1973)
<레이디 오스카>(Lady Oscar, 일본, 1979)
<마을의 방 하나>(Une chambre en ville, 이탈리아/프랑스, 1982)
<파킹>(Parking, 프랑스, 1985)
<26명을 위한 3개의 자리>(Trois places pour le 26, 프랑스, 1988)
<회전탁자>(La table tournante, 프랑스, 1988)
<낭트의 자코>(Jacquot de Nantes, 프랑스, 1991, 각본)